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정부 및 여야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 비상 대응 체제에 도입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대책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민주통합당은 정부의 지혜로운 대처를 요구하며 "이번 사태로 남북기본합의서와 6.15 공동선언, 10.4 선언의 정신과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초당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선진당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김정일 사망으로 군부 강경파가 득세할 수 있다"며 "내부 혼란의 외부 전환을 위한 북한의 핵 도발과 국지적인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도 "대남 무력 도발 억제를 위한 국방 태세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혹시 전쟁날라…', '시민들, "전쟁날까 걱정"' '전쟁나는거 아냐?' 등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전쟁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일부 보수 단체 및 보수 논객들은 자극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어버이연합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을 환영한다"며 "종북 세력의 괴수인 김정일의 죽음을 계기로 이 땅에 남은 좌파 척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이 자를 우리 민족의 손으로 단죄하지 못한 한을 남한 종북세력 단죄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만원 군사평론가도 '축 김정일 사망!!'이라는 제목의 글에 "오늘 파티들 하십시오" "남한 빨갱이 때려잡읍시다"라는 등의 자극적 발언을 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으로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군사적 도발을 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김정은으로의 후계 체제 확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북한이 소극적 행동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자칫 북한에 장애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들 역시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을 한번 경험한 바 있는 북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리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단어가 무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비상 경계령은 '혹시 모를' 군사적 도발에 대비하는 경계 조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일부 강경론과 전쟁 가능성 제기에 정부가 휘말려 북한을 자극했음을 떠올려야 한다. 당시 보수 세력의 김일성 조문에 대한 극렬한 반대에 정부는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장례를 치른 뒤 '서울 불바다' 발언 등 김영삼 정권에 대한 대화를 거부하며 대남강경책을 고수한 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무산 및 현재의 남북관계는 94년 당시보다 나쁘다고도 할 수 없지만 좋다고도 할 수 없다. 지난 해 천안함, 연평도 사태가 미처 해결되지 못한 채 남북 간 소통은 중단됐다. 김정일 위원장이 17일 오전 사망했음에도 남한 쪽에서는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정도로 남북관계는 절단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뿐 아니라 '무력 도발'이나 '체제 붕괴' 등의 섣부른 강경론은 북한을 더욱 자극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을 큰 혼란에 빠트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한반도 평화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정부의 대처는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그 어떤 목소리에도 휩쓸리지 않고 긴장 완화와 불안 해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여야 및 언론 역시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쟁' 등의 단어로 위기를 과장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