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 폭락에 항의하고 한미FTA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한우 농가들이 서울에서 계획했던 시위가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당초 한우협회는 전국 각지에서 소 1000마리를 청와대로 끌고 가기로 했으나 경찰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차단하면서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한우농가들은 서울로 올라가는 대신 전남도청과 경기도북부청사, 남해고속도로 함안나들목 등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부의 적극적인 수매와 도태 유도 장려금 확대,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한 사료자금 지원확대, 사료구매자금 상환 등을 요구했다.
"청와대 한우반납" 한우농가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문제의 원인은 단순히 공급과잉으로 인한 한‧육우 값의 폭락이 아니다. 소 값이 떨어지더라도 사료나 기름에 들어가는 비용 등 생산비와 유지비가 동반 하락하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사료 가격은 소 가격과 반비례하면서 농가에 손해를 안겨 주고 있다. 대다수 농가들이 빚을 내 사료를 구입해 소들에게 먹이고 있고 그렇지 못한 농가에서는 소가 굶어 죽는 일까지 발생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료라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면 소가 굶어 죽는 일까지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한우농가들을 만족시키는 건 좋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암소를 도태시켰을 때 주는 장려금을 확대하는 것뿐이다. 정부는 즉각적으로 돼지고기와 미국산 쇠고기 대신 한우와 국내산 육우를 군에 보급하는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농가에서 사육하는 소는 2011년 6월 기준 305만 마리에 달하지만 군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요는 연 4000 마리로 0.13%에 불과하다. 한‧육우 군납이 가격 안정화에 그다지 큰 영향을 줄 수 없을 거란 뜻이다.
ⓒ한겨레
일부 언론에서 문제로 삼고 있는 유통과정 상에 발생하는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 값이 폭락하는데도 판매가가 변하지 않는 건 수요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한우 농가는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대부분 소규모 자영농이므로 생산-유통-판매 과정의 일치가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생산협동조합을 만들고 소비자와의 직거래 등을 통해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과 소비자들이 몸으로 느끼는 가격을 일치하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건 구조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방안 중 여기에 해당하는 건 도태 유도 장려금 확대와 송아지 사육두수 과잉시에는 보전금 지급 중단뿐이다. 이외 제시된 방법으로는 한우농가의 뿔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을뿐더러 반짝효과 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 한미 FTA 구제책으로 마련된 3605억 원의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한다. 국민들의 세금이 헛되이 쓰이는 일이 없어야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눈초리는 소의 눈망울보다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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