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뜨겁다. 27세의 한나라당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민주통합당도 청년 비례대표를 대국민 오디션 방식으로 선발하기로 해 주목을 모았다. 20대의 이해를 대변하고 대표해 줄 20대 국회의원들이 올 4월 총선에서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제 확실시되고 있다. 이제 잘 차려진 밥상에 누군가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20대의 정치적 힘이 강화될 예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정치권의 20대 열풍이 단순한 흥행몰이용이거나 20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문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수십 년간 외면 받던 20대가 하루아침에 주인공의 자리에 올랐으니 미심쩍은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27세의 부산 사하구 갑 예비후보 박주찬 씨(무소속)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20대 비례대표제에는 찬성하면서 20대 후보의 지역구 공천은 반대하는 기존 정치인들은 기득권은 내 놓지 않고, 20대들의 표를 얻으려는 쇼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아시아투데이



20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이 순탄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나이, 정치 경력 등을 통해 위계 관계를 따지는 정치 문화가 지속되는 한 20대 의원의 앞길은 험난하다. 최근 논란이 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아이는 확실히 아이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을 두고 한 말이었다. 기성 정치인들이 20대 의원을 동등한 자격을 가진 정치 파트너가 아닌 ‘아직 뭘 모르는 어린 애’로 인식한다면 20대 국회의원은 있으나 마나한 ‘식물 국회의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은 막상 20대 국회의원이 ‘시원치 않은’ 경우다.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이 정치 구조에서 유리되어 온 한국에서 정치적 감각이나 실제 의정 수행 능력을 이미 갖춘 20대는 많지 않다. 그러한 상황에서 변화의 바람에 휩쓸려 얼떨결에 금배지를 단 준비되지 않은 20대가 탄생하는 것, 이것을 우리는 가장 경계해야 한다. 20대 국회의원을 만들어줬더니 능력이 없다는 평가가 내려진다면, 가까이 찾아왔던 ‘20대 정치 참여 확대’의 기회는 멀리 날아가 버릴 것이다. 또한 기성 정치인들이 20대 정치인들을 보는 부정적인 태도와 인식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 청년유권자연대

 

2012년 정치권의 화두가 된 20대 국회의원. 환영할 일이지만, 근본적인 정치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1회용 쇼’로 제작된 20대 국회의원은 없느니만 못하다. 어렵사리 찾아온 20대의 기회를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다가오는 변화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정당에 충성하기보다는 20대를 대표하는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 있는 20대가 기회를 얻어야 한다. 그 기회는 정당이 내려준 기회가 아니라 20대 유권자가 밑에서부터 만들어 낸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의 정당성이 있을 때, 비로소 20대 국회의원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