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인다. 중‧고등학교 학교폭력을 비롯한 청소년 문제의 얘기다. 하루에도 몇 건씩 터져 무슨 사건부터 거론해야 될지 모를 정도다. 대구에서는 자살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여중생에 대한 집단성폭행 의혹이 나왔다. 서울에서는 중‧고생 50명이 피라미드 조직을 만들어 3여년에 걸쳐 같은 또래 학생 700여 명에게 수억 원의 금품을 갈취해왔으며 일진 출신의 졸업생이 모교 후배들을 협박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마트폰 핫스팟 기능을 악용한 와이파이셔틀까지 등장했다.

문제가 붉어지자 관계 당국은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있었던 토론회에서 “(경찰은)형사법적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개입의사를 피력했다. 또한 서울교육청은 불관용원칙을 적용해 가해학생을 전학보내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한나라당은 다수의 전문상담사를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해결 방법들이 근본을 건들고 있지 못하고 개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은 모두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들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학생의 신고를 독려하고 가해학생에게 강력한 처벌을 가해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 이어 표적이 되는 대상은 학부모와 교사들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학생들의 잘못 지도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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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가 이렇게 커진 건 학생들만의 책임도, 학부모와 교사들만의 책임도 아니다. 책임은 그들을 저렇게 만든 이 사회에도 있다. 아이들에게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은 책임, 폭력의 부적절함을 가르쳐 주지 않은 책임, 지나친 경쟁을 추구하는 경직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책임 등이다. 처벌만 얘기하는 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시스템을 만들어 아이들을 경쟁에 몰아넣은 어른들이 자신의 책임을 아이들에게 지라고 하는 셈이다. 

학부모와 교사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은 경쟁에 이기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라고 하지 않고 이기라고 가르치는 이유다. 교사들은 교사대로 교육당사자로 자신들도 다른 교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승진다툼을 해야 하는 형편이다. 문제가 밖으로 새어 나가면 불이익을 받는 환경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사람은 별로 없다. 학부모도 교사도 피해자 중 하나라는 얘기다.

결국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썩어빠질 대로 빠진 교육시스템의 고름이 새어 나온 것에 불과하다. 그 상처를 치료하고 싶다면 고름을 짜내는 것보다 먼저 상처의 원인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 모든 문제들은 예전부터 있어 왔던 문제이니 말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시스템은 과거부터 계속 있어 왔고 조금 더 심화됐을 뿐이다. 지금 정말 필요한 건 지나친 경쟁에 대한 재고이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