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메이커: 트러블이 아닙니다. 20대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막상 쉽게 떠나기는 힘든 여행. 소풍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여행부터, 큰 맘 먹고 준비해 떠나야 하는 여행까지, <고함20>의 방학 특집 연재 '트래블 메이커'가 만들어 드립니다. 다양한 20대의 여행,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Travel maker.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어보자 감이 익을 무렵 사랑도 익어 가리라 아아아아 우리의 서울 우리의 서울 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흐르는 아름다운 서울을 사랑하리라...’

서울을 걸을 때마다 필자는 이 노래 구절이 생각난다. 서울은 아름답다. 싱그러운 가로수들 위로 높게 올라선 빌딩들도 좋고 그 빌딩들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고궁을 찾는 재미도 있다. 학기에 따라 바뀌어 가는 서울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재미도 좋다.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는 이상한 취미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느 노래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된다.

필자는 서울에 살지 않지만 학교가 서울에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서울의 서쪽부터 동쪽까지 횡단해야만 한다. 그러면 필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울 거리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서울이라는 동네가 크긴 큰 동네인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무심코 든 생각이 서울은 한국 최고의 관광지가 아닌가. 그럼 다른 지역에 사는 필자역시 외국인처럼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필자는 서울을 관광하겠다고 다짐하게 됐고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서울을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울은 그저 눈으로 보고 스쳐지나가기에는 아까운 도시이다. 그래서 필자는 서울 사진 소풍을 결정했다. 담고 싶은 모습들을 하나하나 카메라에 담았다. 짧은 셔터소리와 함께 눈앞의 모습들은 곧 카메라 액정 속에 담겼다. 날이 갈수록 사진들이 모이고 모였다. 그리고 서울의 모습들이 모였다.

카메라는 어떤 것으로?

상관없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도 되고,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도 된다. 혹시나 사진에 욕심이 있다면 DSLR카메라를 써도 무방하다. 하지만 DSLR카메라는 값이 결코 싼 편이 아닌데다가 용도별로 카메라 렌즈가 다양하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더 들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찍을 수 있는 사진의 종류가 많아지겠지만, 굳이 DSLR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할 이유는 없다.

준비물은?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장이다. 가능한 가볍고 편한 복장이면 좋다. 우리에게 친숙한 도시를 돌아다니는 일이지만, 오래 걷거나 움직이면 피곤함은 다른 여행지와 마찬가지. 그리고 여름철에는 햇빛을 막아줄 모자와 함께 꾸준히 수분을 보충할 수 있는 음료를 준비해야 하며, 겨울철에는 따듯하게 입는 것이 중요하고 가능한 실외에 오래있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또 사진여행인 만큼 카메라 배터리와 메모리를 꼭 챙기도록 하자. 만약 야경을 찍어야겠다면 흔들리지 않게 삼각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 사진은 어디로?

사실 서울 어디를 가도 자기가 찍고 싶은 순간을 찍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출사지들을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참고하자. 특별히 교통편이 편리한 서울 출사진들을 몇 곳을 꼽았다.

1>남산타워 
걸어서 올라가도 좋고, 케이블카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올라가도 된다.

필자가 처음 서울을 찍으러 나선 곳은 바로 남산타워였다. 서울N타워라는 정식 명칭을 지닌 이 구조물은 서울의 대표적 상징물이기도 하다. 서울에 오래 살았다면 서울 중심부 어디서든 보이는 남산타워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경지에 오르기도 한다. 필자는 밤이면 아름답게 빛나는 남산타워를 찍고자 남산에 올랐다. 푸른빛을 내뿜으며 우뚝 솟는 남산타워는 서울의 중심부에서 서울을 40여 년간 지켜왔다. 그리고 그 늠름한 모습과 성벽의 야경을 함께 카메라에 담아냈다. 마침 봄인지라 조명을 받아 빛을 내는 꽃들이 인상적이었다.

2>낙산 공원(이화마을)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언덕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면 된다. 아니면 동대문역에서 동대문성곽공원을 따라 올라가도 낙산공원과 이어진다.

한 때, 판자촌으로 유명한 달동네였던 낙산은 지금까지도 그 모습이 대부분 남아있다. 회색시멘트벽을 따라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연상할지도 모르지만, 수년 전부터 대학생들과 예술가들이 벽화 등을 그리고 조형물들을 설치하면서 예술의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장소였던 이곳은 KBS모 프로그램에서 이승기가 방문하게 되면서 그 인기와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서울의 대표적 골목으로서 많은 사진가들이 골목사진을 찍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회색 벽 아래 그늘진 곳에 자라나는 이름 모르는 풀들과 미로 같은 골목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길고양이의 모습은 도시속의 생명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3>광화문 광장

광화문역에 내리면 바로 광화문 광장이 보일 것이다. 광화문 광장인지 모르겠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신이 서있는 곳이 광화문 광장이니까.

러시아에 붉은 광장이 있다면, 서울에는 광화문 광장이 있다. 경복궁의 대문, 광화문 앞으로 시원하게 뚫린 거리는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두 동상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때 최악의 건축물로 선정되는 슬픔을 겪기도 했지만 서울의 대표적 광장으로서 감히 누구도 그 명성을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가 광화문 광장이다.

4>올림픽 공원

몽촌토성역 또는 올림픽공원역에 내리면 공원이 보일 것인데 그곳이 바로 올림픽공원이다.

88올림픽 당시 조성된 올림픽 공원은 도시의 피곤에 지친 시민들에게 도피처로 애용된 공원이다. 넓은 부지에 수많은 나무들, 그리고 올림픽 조형물들은 테마파크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수많은 나무들 사이로 잔디밭 위에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올림픽 공원의 대표적 명물인 일명 ‘왕따 나무’는 넓은 잔디밭위에 홀로 서있는 나무를 말한다. 서울에서 이렇게 넓은 잔디밭을 보기도 힘들뿐더러 그 위에 홀로 서있는 나무는 그림 한 폭을 보는 것 같다. 필자는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와 함께 그 모습을 담아냈다.

필자도 처음에는 서울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지 몰랐었다. 하지만 이곳저곳 돌아다니면 다닐수록 서울은 너무 아름다웠다. 서울속에 숨겨진 보물같은 이 장소들을 어떻게 사진으로 잘 표현해낼까 오랫동안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이게 바로 사진찍는 재미인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이여, 지금이라도 카메라를 들고(핸드폰카메라도 좋다.) 문 밖을 나서보는 것은 어떠한가? 아직 서울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언제나, 항상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저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 모습을 가볍게 담아내면 되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