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메이커: 트러블이 아닙니다. 20대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막상 쉽게 떠나기는 힘든 여행. 소풍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여행부터, 큰 맘 먹고 준비해 떠나야 하는 여행까지, <고함20>의 방학 특집 연재 '트래블 메이커'가 만들어 드립니다. 다양한 20대의 여행,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Travel maker.

대학생이 되었다면 특별한 여행에 ‘도전’ 해보고 싶지 아니한가. 한반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빠르게 지나치는 차 속에서만 보기가 아쉽다면 자전거 여행을 권해본다. 바로 작년 여름, 트래블 메이커의 세 번째 주인공이 특별한 여행을 하고 왔다. 그것은 바로 ‘자전거 여행!’, 한여름의 뜨거운 국도를 달리며 흘렸던 땀, 그리고 꽉 막힌 차 안이 아닌 자전거 밖에서 느낄 수 있는 속이 탁 트이는 자연경관. 열정과 낭만으로 가득했던 그의 여행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24살 정성운입니다. 전공은 사학과입니다.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고 오셨다는데 어떤 여행이죠?
작년 여름 방학 때 전역을 하고 나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광주에서 서울까지 3박 4일간 자전거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자전거 여행이라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을 텐데… 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방학 동안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먼저 한 친구의 제안에서 시작했는데 단순한 관광 여행보다는 나중에 기억에 남을 경험을 쌓고 싶어서 모두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처음에는 제주도 해안도로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이왕이면 좀 더 제대로 가 보고 싶어서 내륙으로 가기로 했어요. 이 기회 아니면 다시는 이런 여행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망설이지 않고 일정을 잡았답니다. 하지만 이때의 선택이 지옥의 길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웃음)

아, 자전거 여행을 하려면 코스 선택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어떤 코스를 통해서 갔어요?
우선 여행 일정을 7월 30일 ~ 8월 2일, 3박 4일로 잡았어요. 그러고 나서 코스를 선정하려 하는데 무척이나 고민이 되더군요. 첫 번째는 광주에서 서울까지 국도를 통해서 가는 코스였고, 두 번째로는 남해 쪽의 해안도로를 타는 코스였어요. 저희는 고심 끝에 결국 운에 맡기기로 하며, 친구들과 모여서 500원짜리 동전을 던졌어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서 조선 500년, 한양으로 가는 길이라 해서 ‘숫자 500’이 나오면 국도로 가기로 했고, 반대쪽에 남도의 상징인 ‘학’이 나오면 해안도로를 타기로 했어요. 운명의 동전은 던져졌고 숫자 쪽이 나와서 광주에서 서울로 가는 국도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습니다.(웃음) 코스는 광주에서 담양을 들렸다가 정읍, 전주, 천안, 평택, 수원, 서울로 갔어요. 본래는 충청도와 강원도까지 거쳐서 가고 싶었는데 속도가 나지 않아 일정이 변경되기도 했습니다.

운명의 동전이라, 재밌네요. 자전거 여행이면 아무래도 잠도 밖에서 자야 하고 먹을 것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사전 준비를 어떻게 하셨어요?
사실 저희는 남학생들이라 잠자리 같은 건 즉흥적으로 마을 회관이나, 찜질방에서 해결하려 했어요. 그리고 먹을 것은 코펠이나 버너를 챙겨가서 라면이나 밥으로 해결하려고 했고요. 그리고 틈틈이 먹을 초코바나 단 군것질류를 많이 챙겨갔어요. 이것들이 순간적인 체력보충에 매우 효과를 발휘했죠, 가장 중요하게 준비한 건 장비들이었어요. 자전거를 포함해서 헬멧, 장갑 등을 챙기고 여행하기 전날 자전거 가게에 가서 기름칠도 좀 하고, 체인이 나갈 경우를 대비해서 체인 끼우는 방법도 아저씨께 직접 배우고 출발했어요.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거든요. 마지막으로는 비 올 경우를 대비해서 우비, 그리고 잘 때 이용할 침낭, 모기장 정도를 챙겼습니다.

아, 그럼 지금부터 여행이야기를 들어보죠. 자전거 여행은 어땠나요? 일정대로 잘 진행 되었나요?
 국도를 달리면서 타는 자전거 여행은 굉장한 인내심을 요해요. ‘오르막길은 있어도 그만큼 내리막길이 있지는 않더라, 그래도 있긴 있더라.’(웃음) 라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해요. 저희는 자전거를 타면서 가다가 식사 때가 되면 시내에 들려서 밥을 먹거나, 적당한 장소를 찾아 밥을 직접 해 먹었어요. 그리고 쉴 때는 동네 PC방에 들렸답니다. 식당에서는 오래 있기가 민망해서 그곳이 가장 쉬기가 적합했어요. 사실 3박 4일에 일정은 조금 빠듯했어요. 지도를 펴놓고 광주에서 서울까지 하루에 20km/h속도 이상으로 간다고 예상을 잡았는데 하루에 15km/h정도 밖에 못가더라고요. 일정을 좀 더 늘려 잡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자전거 여행을 처음 시작한 날 갔던 내장산이에요. 원래는 담양에서 정읍으로 넘어가려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내장산 쪽으로 가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언덕이려니 했는데 끝없는 언덕길에…. 저희는 진짜 산을 타고 있었어요. 시작부터 고비였죠. 그래서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어쩐지 내장산에 들어가기 전 마을의 한 할아버지께 길을 여쭤보았는데 “아 근디 애네들 산 넘을 수 있을랑가, 아 그기 얼마나 높다고”라고 수군거리셨어요. 생각해보면 절대 그 수군거림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됐었어요. (웃음) 계속하여 오르막길이었고 결국 내장산 끝까지 다녀왔어요. 그때 내장산을 다녀온 후에 먹었던 삼계탕을 잊을 수가 없네요. 주인아주머니께서 저희를 측은하게 여기셨어요. (웃음)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덥고 힘들었지만 내려오는 길은 수월해서 주변 경관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푸른 하늘에 초록빛 산에 모습이 가장 멋졌어요. 한 폭의 수채화 같았죠. 이 여행을 하길 참 잘했다고 여겨지는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약수터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을 만나서 떡과 수박을 얻어먹기도 하고 등목도 하면서 추억거리를 만들기도 했답니다.

산에 끝까지 올라가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아무래도 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의 상황들이 많이 생겼을 텐데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처음 잠자리를 구하려던 날, 본래 계획은 마을회관에서 자려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해가 길다 보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마을 회관에 오래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급한 김에 정자라도 구했어요. 정자에 모기장을 치고 라면을 끓여 먹었죠. 그때 먹었던 라면은 진짜 꿀맛 이었습니다. (웃음) 원래 저에게는 ‘정자’ 하면 할머니께서 감자와 옥수수를 주시며 모기향을 피워주시는 환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환상은 그때 다 깨져버렸어요. (웃음) 정자 가는 길에는 풀이 무성하고, 정자에는 먼지도 수북하고 모기가 장난 아니에요. 자는 내내 엄청난 습격을 받았죠. 무엇보다 무서웠던 건 황소개구리 소리였어요. 자는 내내 귀를 압박하는 소리란….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날은 씻을 수도 없어서 다들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냈던 기억이 있네요. 정자 위에서의 하룻밤. 당황스럽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었던 순간이에요. 

정자 위에서의 하룻밤이라. 흥미진진한데요! 그런데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서 힘들었던 상황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몸이 아프다거나 친구분들과 갈등이 있었다거나. 어땠어요?
아무래도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면 갈수록 허벅지가 너무 아파요. 또 얼굴과 온몸이 까맣게 타서 피부에 화상을 입어요. 또 여름이다 보니 아스팔트의 열이 온전히 전해져서 숨이 턱턱 막히기까지 하니 건강에 유의하셔야 해요. 저는 여행을 마친 당일은 몸이 괜찮았는데 다음날에 몸살이 나더라고요. 친구들과의 일화 중에서는 여행 중에 덥다 보니 물 보충이 시급한데 저희는 이온음료 가루를 따로 가져갔어요. 그런데 저와 한 친구가 물을 다 마셔서 다른 친구 물통에 이온음료가루를 넣으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싫다고 해서 소소하게 다툰 일이 있어요. 지금은 별일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때 물 한 모금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몰라요. 지금은 다 웃고 넘기는 이야기에요. (웃음)

 
아무래도 여름이다 보니 만만치 않으셨겠네요. 먼저 자전거 여행을 해본 경험자로서 이 여행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첫 번째로 짐을 최대한 간소화 하시는 게 좋아요. 저희는 처음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챙겨가서 짐 무게 때문에 속력이 나질 않아 일정도 바뀌게 되고 무척 힘들었거든요. 결국, 둘째 날에 천안에서 서울에 있는 기숙사에 짐을 택배로 부쳤어요. 몇 킬로가 줄어드니 가는 길이 훨씬 수월했어요. 두 번째로는 사전의 준비운동이에요. 저희는 미리 운동하지 않은 채로 출발해서 자전거를 타면서 온몸이 쑤셨어요. 미리 운동하고 가시면 꾸준한 페이스 조절에 도움이 되실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는 이건 여행자가 아니라 차 운전자분들에게 주의를 바라는 건데 운전 중에 자전거 여행이나 도보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지나가면 응원으로 경적을 울리는 것을 자제하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지나가다 한 트럭이 '대~한민국!' 구호에 맞춰서 경적을 울려주셨는데 사실 여행자로서는 얼마나 가슴 졸이는 순간인지 몰라요. 국도라 길도 좁고, 여행자들은 차 안전에 유의하기 때문에 갑자기 그렇게 경적을 울리면 자전거가 급히 이탈하면서 가슴을 졸이게 되요. 그럼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운전자분들께서는 이점 꼭 유의해주세요.



아. 정말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이네요. 3박 4일 동안 빠듯했던 여행일정을 보내는 동안 어떤 느낌이 드셨어요? 뿌듯했었나요?
국도를 달리면서 지친 친구를 위해 자전거를 바꿔 타기도 하고 서로 격려도 하며 오랫동안 정을 나눴던 친구들과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길동무라고 해야 하나요? 여행을 가는 도중에 국토 대장정 하시는 분들을 뵙거나, 똑같이 자전거 여행을 하시는 분들을 뵈면 ‘힘내세요!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꼭 해요. 처음에는 쑥스러웠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지면서 먼저 외칠 수 있는 용기도 생기더라고요. 생각보다 이러한 여행을 도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며 함께 한다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참 인심이 후해요. 산에 내려왔을 때 먹을 걸 나눠주셨던 분들도 계셨고, 마을 식당에서 밥을 더 주시기도 하고 훈훈했죠!


휴먼다큐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이번 여행을 마치고 또 자전거 여행에 도전해보고 싶으신가요?
자전거 여행은 참 매력있는 것 같아요. 사실 할 때는 무척 힘들지만 하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고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어요. 그 매력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다음에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일본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어요. 해안가를 따라서 멋진 여행이 될 것 같아요. 또 나이가 들어서 아내와 함께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여행하던 중에 태백산맥을 따라 남쪽으로 가시는 중년 부부와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사이클복도 커플로 맞춰 입으신 채로 남편분께서 아내분을 챙겨주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거든요. 꼭 해보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도전해보고 싶은 여행이네요. 마지막으로 자전거 여행을 고함20 독자들에게 추천하시나요?
인생에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싶으시다면 정말 강력추천이에요. 하지만 여성분들이 도전해보고 싶으시다면 앞서 말했던 사전의 체력보강 잊지 마셔야 해요. 그리고 날씨 확인 꼭 하세요. 저희는 마지막 날에 비가 와서 경기도에서부터 비를 쫄딱 맞고 왔습니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은 당시에는 너무 힘들지만 또 생각나는 여행이기도 해요. 함께 간 사람들과 잊지 못할 우정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이 되기도 하죠. 여러분도 방학 때 그냥 패키지여행이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직접 계획을 세워서 함께 하는 여행을 만들어 보셨으면 해요. 자전거 여행은 적은 경비와는 다르게 더욱 값진 경험을 얻어 올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