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테러 사건 : 2007년 발생했던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교수가 박홍우 부장판사의 집을 찾아가 석궁을 발사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사건. 김교수는 교수 재임용에서 억울하게 탈락하자 법원을 찾았고, 법원에서는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게 된 점이 석궁테러를 감행한 원인. 하지만 김교수는 ‘석궁을 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우발적인 발사였지만 화살에 맞지 않았다.’고 주장함.

‘제 2의 도가니’ 라는 별명의 영화 ‘부러진 화살’이 18일 개봉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2007년 일어났던 석궁테러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한 교수의 억울한 판결의 연속으로 영화는 사법부의 더러운 이면을 드러낸다. 영화를 만든 정지영 감독은 영화의 흥행을 부탁하는 말로 “상영금지가 내려질까 겁이 난다. 영화는 관객 분들이 지켜 달라.”라는 말을 했다. 최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을 비꼬는 듯하다. 이렇듯 영화는 도가니와 같이 실제 부당한 사건을 고발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현 대한민국의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법을 준수하는 ‘범죄자’ 그리고 이상적 ‘보수주의자’

영화 속에서 김경호 교수는 철저하게 원칙과 법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두꺼운 법전을 토대로 자신의 재판을 이끌어나간다. 법에 맞지 않으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게 될지언정 끝까지 법 안에서 생각하고 법 안에서 행동한다. “법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안 지켜서 문제지.” 라는 대사는 이런 김경호 교수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한 그는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 칭한다. 판사가 보수꼴통의 대표로 유명한 판사로 바뀌었다는 변호사의 말에 그는 “보수가 뭐 어때서, 만들어진 원칙과 법칙들을 지키며 사는 것인데..” 라며 보수를 옹호한다. 이 대사는 기득권층, 즉 보수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경멸하는 이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 장면이다. 이상적인 보수주의자도 있다는 것을 영화 속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 김명호 교수의 1인 시위 모습, 출 처 : 한 겨 레  >

이렇듯 철저하게 원리와 원칙을 따지며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이 석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현실을 영화는 풍자하고 있다. 실제 사건 김명호 교수의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박홍우 판사의 판결이 있기까지 1년6개월동안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활용해 나의 의견을 피력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청와대, 교육과학기술부, 대법원에 진정서와 탄원서를 넣었어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1년 가까이 휴일만 빼고 매일 1인 시위도 했어요. 그런데 박 판사는 나에게 판결테러를 가해 사회적으로 생매장시켰습니다. 그럼 뭘 더 할 수 있었겠어요. 국민저항권 차원의 정당방위였습니다. 나로서는 최수의 수단이었어요. 후회 없습니다.”

법을 피하려는 ‘검사, 판사’ 그리고 ‘보수꼴통’

‘자신을 재판한 판사를 테러한 행위는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다.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사법부의 판사와 검사들은 김경호 교수에 대한 이갈이를 하고 있었다. 즉, 명백한 증거가 나오고, 정황이 나와도 그들은 김경호 교수를 감방에 넣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 김경호 교수의 변호사 박준은 검사 측이 제출한 모든 증거물에 대한 반박을 하지만, 검사 측은 “모르겠습니다.”라는 말만 할 뿐이다. 판사 또한 변호사 박준의 증거물에 대한 재조사의 요구를 “기각합니다.”라는 말로 무시한다. 그들이 “모르겠습니다, 기각합니다.”라는 말 밖에 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사법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다.



영화가 말하는 ‘보수’

자신들의 것. 영화 속에서는 그것이 명예든 돈이든 자신들의 것을 지키려는 자들에 대한 풍자를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에서 보수층이라 할 수 있는 김경호 교수를 통해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교수들은 철저하게 보수적인 집단으로 그려진다. 자신들이 낸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이를 덮어둔다. 이를 덮음으로써 발생하는 피해학생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명예만을 위해 생각하고 움직인다. 동료 교수들이 자신의 것을 지키려 하자, 원리와 원칙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김경호 교수는 결국 교수 재임용에 탈락하는 것이다. 

즉, 김경호 교수가 의미하는 보수는 자신의 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원칙과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보수이다. 당면한 과제에 부딪혀 좋은 세상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세상을 정직하게 살아가는 김경호 교수를 통해 관객들은 진정한 의미의 보수를 깨우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