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 ‘한 살 더 먹으면 조금 달라져야지’하며, 누구나 다짐이라는 걸 한다. 새해엔 조금 덜 쓰고 돈을 아끼고 모아 보자는 생각도 그 흔한 새해 다짐들 중 하나다. 하지만 혹시 알고 있는가? 인간의 뇌는 애초에 ‘합리적 소비’를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한계를 넘지 못하고 과소비의 덫에서 허우적거리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를 알고 극복한다면 그러고서야 새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2012년,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당신을 위해 비합리적인 ‘마음 회계’를 극복하는 몇 가지 팁을 준비했다.

** ‘마음 회계’(Mental Accounting)는 경제 활동을 하는데 인간이 사용하는 인지적 작동방식을 말한다. 주로 인간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다루는 분야인 행동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고전 경제학의 기본적 가정과 달리,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심리적인 오류를 범하기가 십상인 게 사실은 인간이라고 보는 게 행동경제학의 인간관이다. 그리고 이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가 잘 범하는 오류를 알고 이를 피하려고 한다면 조금 더 ‘알뜰한’ 경제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Tip 1. 굴러 들어온 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돈에는 귀천이 없다. 천원은 천원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만원은 만원만큼의 가치를 가진다. 딱 그만큼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돈은 쉽게, 또 어떤 돈은 어렵게 생각한다. 소득의 출처에 따라 구매 행동의 원칙에 차별을 두는 것이다.

매월 받는 용돈이나 매월 계획된 생활비를 쓸 때보다 갑자기 생긴 돈을 쓸 때 사람들의 마음은 너그러워진다. 5만원 어치 로또 당첨, 친척 어른에게 받은 용돈, 친구에게 빌려줬다 잊은 돈을 받은 경우 ‘공돈’으로 여겨 쉽게 써버리기가 십상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을 통해 번 돈을 사용할 때 소비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온 날에는 ‘내가 쏠게’를 외친다. 과외 같은 투자 노동 대비 임금이 높은 아르바이트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하다.

출처가 어디였던 간에, 지금 쓸데없는 곳에 써버린 몇 만원이 딱 그만큼 미래의 소비를 제한해버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갑자기 돈이 생겨 오늘만은 ‘막 쓰고’ 싶은 날에 한 번, 두 번 참는 걸 원칙으로 정해 보자.


Tip 2. 속지 말자, Sale과 Set

사람들은 언제 물건을 살까. 경제학은 소비의 기준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사람들이 그 물건에 매기는 가치, 또 그 물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의 크기가 물건의 가격보다 높을 때만 사람들은 구매 행위를 한다. 하지만 이 기준이 사람들의 모든 구매 행위를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최근 유행인 소셜커머스의 경우가 그렇다. 낮은 가격에 혹해 구매했다가 이용 후 실망하는 사람들, 심지어는 쿠폰만 사고 이용은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언제나 실제의 효용인 ‘획득 효용’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대신 거래에 대한 주관적 가치인 ‘거래 효용(transactional utility)’가 사람들의 소비에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리고 판매자들은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소위 지하철 잡상인의 경우를 보자. “원래 가격은 3만원인데, 여러분께 오늘만 특별히 단 돈 3천원에 모십니다.”라는 명대사. 소비자들은 이를 구매하면서 3만원의 가치가 있는 물건을 3천원에 샀다는 생각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그 물건은 어떤 사람에게는 단 돈 3천원의 가치도 없는 아예 필요 없는 상품일 수도 있다. 이러함에도 ‘싸게 샀다’는 만족감이 소비 행위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세트로 묶인 상품의 거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혼자 점심을 먹는 사람을 가정해 보자. 혼자이지만 오늘은 너무 탕수육이 끌려 탕수육을 시키기로 했다. 메뉴판을 둘러보니 탕수육은 가장 작은 게 만 원인데, 탕수육에 짜장면 하나가 함께 오는 세트메뉴가 만 이천 원밖에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먹을 사람도 없는데 세트를 시킨다. 뭔가 이득을 얻은 것 같지만 곱씹어보면 손해가 된다. 세트 상품은 구매할 때는 여러 가지가 함께 갖춰진 상품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실제 효용은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까지 함께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일과 세트, 잘 이용하면 진정한 만족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세일하니까, 세트니까 사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 피를 보는 행위다. 이런 경우에, 소비를 결정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가격과 자신이 그 물건에 매기는 가치만을 기준으로 살지 말지를 한 번씩 고민해 보면 좋다. 판매자가 절대로 손해를 보면서 판매를 하지 않을 거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Tip 3. 마음 회계 장부를 다시 설계하라

마음 회계가 언제나 절약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이용하면 소비의 ‘마지노선’으로 잘 기능할 수도 있다. 바로 마음속 계정항목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마음속에 회계 장부를 만든다. 이를 통해 특정한 활동을 특정 계좌에 연결시켜 각각의 소비를 통제한다. 한 달 문화비 5만 원, 하루 식비 1만 원 이런 식으로 머리로나마 기준을 만들어 암시를 주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 회계 장부가 지금 어떻게 설계되어있는지 알아보고, 조금 설계를 바꿔보자. 하루에 1만 원을 쓸 수 있게 되어 있다면, 8천 원쯤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예비비 명목으로 10만 원쯤이 달려 있다면 반으로 확 줄여보는 건 어떨까. 대신 미래를 위해 꼭 모아두어야 하는 저축용 계좌의 크기를 늘려놓는다면 소비 생활에 틀림없이 변화가 있을 것이다. 꾸준히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그 기준을 되짚다 보면 어느새 마음 회계의 안으로 새 회계 장부가 들어와 있을 것이다. 낮아진 기준을 넘어서는 소비를 필요 없는 것, 혹은 과한 것으로 스스로 해석하다보면 행동도 그 기준에 맞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