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 아르바이트 구인정보 홈페이지에서 불법 다단계 업체인 줄 모르고 일을 시작해 정당한 임금을 받지도 못한 피해 학생이 있다. 로 경성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창민(25)씨다. 작년 열심히 일했던 곳이 불법 다단계 업체라는 것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 또한 일을 하고 받아야 할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그를 더욱 씁쓸하게 만들었다.

불법 다단계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한 직후 이창민씨는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고자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그 후 아무런 기별이 없었지만 그 일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경찰서로부터 피의자 김모씨가 검사의 불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차라리 경찰서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면 잊고 살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창민씨, 그를 통해서 당시의 상황과 불법 다단계에 대해서 들어봤다.



"그럴 듯한 불법 다단계 업체, 눈치 채기 힘들다. 자신이 경계하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Q. 어떻게 불법 다단계 업체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A. 아르바이트 구인정보 사이트에서 시급 만원에 원하는 시간, 원하는 날짜에 일할 수 있다는 조건에 혹했다. 조금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지만 갔더니 아르바이트생이 정말 많았다. 알바생도 많은 데다 누구나 알만한 큰 회사까지 연계돼있으니 믿을만하겠다고 생각했다. , 텔레마케팅이라는 일은 해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도 있었다. 그래서 일을 시작했다.

Q. 텔레마케팅이라고 했는데, 그 불법 다단계 업체에서 주로 어떤 일을 했어요?

A. 텔레마케팅 일이었다. 다단계 업체의 특성상 나는 팀장 밑에서 일하면서 그들을 도왔다. 밑에 많은 사람들을 두기 위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주로 내가 하는 업무는 전화해서 통신회사에 사람들을 가입시키는 것이었다

Q.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돈을 벌기위해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이창민씨가 시급 만원이라는 조건에 혹했던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A. 아르바이트를 하는 많은 학생들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돈이 먼저였다. 할 수 있는 시간대에 그것도 시급 만원을 받고 일하는 일은 나를 혹하게 만들었다.

Q. 일을 하고도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찌 보면 사기를 당한 건데, 그 당시 피해 학생들로 상황이 많이 시끄러웠을 것 같아요.

A. 물론 그랬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나도 너무 분해서 그 사람들을 찾아가서 따지기도 많이 했다. 또 증거자료도 수집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협박을 받기도 했고, 또 이미 증거는 그 쪽에서 다 없앤 상태였다. 다단계라는 것이 자기 돈을 어느 정도 투자한다. 능력에 따라, 수행업무에 따라 급여도 달라지는 데 나는 일하면서 쓴 통화료를 투자한 것이라 보면 된다. 이러한 자료 모두가 사라졌으니 임금을 못받은 것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자를 낸 셈이다.



노동청, 경찰 모두 법적인 정당한 이유를 대지 않고, 무조건 이 일은 안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오기가 발동했다.”
 

Q. 엄연히 사기를 당했는데, 경찰에 신고는 했어요?

A. 물론 했다. 바로 경찰에 신고하진 않고 처음에 노동청을 갔다. 하지만 거기서 하는 말이 이런 일을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하고, 자기네 관할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한테 포기하라고 말했는데 내가 거기서 오기가 발동했다. 정당한 이유를 대지 않고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경찰서를 갔다. 갔더니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자기 관할이 아니니 우리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무료법률상담소였다. 그곳에서 말하길 방법은 민사고소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서울을 왔다 갔다해야 하고 돈도 어마어마하게 들기 때문에 그렇게 하진 못하고 어쩔 없이 겨우 다시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Q. 그래서 지금 현재 상황이 어떤가요?

A. 최대한의 노력은 했지만, 결국 경찰서로부터 불기소 처분이 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제는 아예 끝이 났다. 이렇게 되고 난 이후 나는 왜 그렇게 됐나 경찰서에 문의를 했지만 그것마저도 귀찮아하는 듯 했다. 경찰이 삼자대면을 하라고 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Q. 이건 충분히 법적으로 해결을 볼 수 있는 피해 사례인데 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나요?

A. 같이 일하던 팀장이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나는 당신을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다. 나는 상관이 없는 관계다. 그리고 내가 당신을 직접 고용했다는 계약서를 가지고 와라. 그러나 그들이 계약서를 다 파기하고 증거를 인멸한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내보일 수 있는 증거자료가 없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임금을 보상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피해자고 그에 대해서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죄책감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싸움을 시작했다."
 

Q. 앞서 말한 걸 들어보면, 신고를 해도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런데도 경찰서를 왔다갔다하면서 노력한 이유가 뭔가요?

A. 최근 개봉한 영화 '부러진 화살'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나도 내 권리를 찾고 싶었다. 나는 임금을 보상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피해자고 그에 대한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적어도 그들이 죄책감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싸움을 시작했다. 사실 힘들었다. 영화 속 안성기도 힘들지 않았나.(웃음) 

Q. 작년 TV에서 다루어진 거마대학생들의 실태를 비롯해서 불법 다단계는 여전히 문제가 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불법 다단계 회사에 당하는 피해에 대해서 보호해 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곳에 발을 들이면 안된다 불법 다단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일이 나쁜지 모른다. 다단계 특징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법칙에 대한 동영상 강의를 보여준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서 소속감을 생기게 한다. 그러면서 왠지 내가 인정받는 느낌을 들게 하고 감정에 호소를 하고 세뇌교육을 한다. 다단계에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람은 100명 중에 한명도 나올까 말까다. 혹시 나처럼 잘못 알고 일하면서 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면 바로 주위에 알리고 신고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작년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살아가는 다단계 업체에게 화가나 대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창민씨. 그는 당시 가정상황이 좋지 못한 탓에 금전적으로 독립을 하고자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일한 곳은 다단계 업체였고, 제대로 된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 이 일 때문에 자살시도까지 할 뻔 했다고 말하는 이창민씨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이창민씨가 조심성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불법 다단계업체라는 것을 숨기고 사람들을 고용한 업체에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창민씨와 같은 불법 다단계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와 고용부도 불법 다단계업체 단속을 소홀히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도우려 노력해야 한다. 돈은 둘째로 치더라도 그가 받은 정신적인 충격과 마음의 상처는 돈으로도 보상될 수 없는 일이다. 물가도 오르고 팍팍하게 돌아가는 이 사회 속에서 집안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애쓰는 대학생들. 이들에게 도움을 못줄망정 그들의 꿈과 희망을 꺾는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