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듣다보면 ‘공무원 양성대학’ ‘회계사, 세무사가 되고 싶다면 여기로’ 등의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광고하는 대학들을 만나게 된다. 요즘 같이 취업이 힘들고, 공무원이 최고의 직장이라고 여겨지는 때에 '여기 와서 공부하면 공무원 되기 쉬워'라는 유혹은 솔깃하게 들린다. 웅지세무대학 졸업생 오모양을 인터뷰하며 왜 웅지세무대를 선택하게 되었으며, 대학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나보다는 남을 의식한 선택 
 
사람은 80년 정도를 살면서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을만한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이게 될 때가 있다. 아마 요즘같이 대학진학률이 높은 때에는 어떤 대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모양에게 자신이 지금의 대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저는 삼육대와 대진대 유아관련 과에 붙었는데, 결국에는 웅지세무대학 세무행정과로 갔어요. 공무원이 많은 집안의 영향도 있었고 내가 사회에 나갔을 때 '세무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이 더 인정받을 거라는 생각에서 했던 선택이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요. 유아교육 쪽 꿈을 중학교 때부터 키웠는데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포기해버린 거잖아요. 지금이라면 다른 선택을 했겠죠?!" 
 
일차선 고속도로 
 
웅지세무대학은 세무관련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 대학이다. 과는 크게 회계, 세무, 행정으로 나뉘며 공인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미국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주 수시고사 및 전원 기숙사생활을 원칙으로 하며 국경일에도 수업을 한다. 모든 환경이 합격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모양도 학교의 장점으로 전문성과 특화를 꼽았다. "우리학교에서 나오는 세무공무원, 회계사 합격생이 꽤 많아요.(실제로 2004년 개교 이래 국세청 공무원 200명 2004~2009년 공인회계사 70명 이상을 배출했다) 최단기간 합격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보니 대학의 낭만은 없지만 실속있다고 볼 수 있죠“  

단점은 뭐가 있을까? "모든 환경이 합격에 최적화 되어있다 보니 뚜렷한 목표와 확고한 신념 없이 들어온 친구들은 힘들어요. 다른 대학은 전과나 복수전공 같은 샛길이 있는데 우리학교는 일차선 고속도로에요. 그래서 공부하는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흔들리게 되면 오히려 이런 환경이 자기 자신을 괴롭히죠." 4년제 종합대학을 다니는 나의 입장에서 부러운 점도 많았다. 우리 대학은 일부 수업을 대충 대충 하거나 휴강을 밥 먹듯이 하는 교수들도 있다는 얘기를 꺼내니 놀라는 눈치다. "우리 대학은 공휴일에도 수업해요! 만약 휴강을 하게 되면 100%보충 수업이 이루어져요." 보통 사회에서 2년제 대학(전문대, 특성화대)과 4년제 대학의 수준 차에 대해서 얘기할 때가 있는데, 이런 것을 보면 4년제 대학들도 반성할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꿈을 찾아서 
 
오모양은 현재 공무원준비를 그만두고,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일을 하면서 유아교육이나 유아복지 쪽 공부를 하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은 개인적으로 책이나 다큐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중인데, 학점은행 제도를 통해서 전문적으로 공부를 할 예정이에요" 먼 길을 돌아왔지만 자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오모양의 모습에서 곧은 의지가 느껴졌다. 끝으로 그녀는 진로를 고민하는 20대와 대학입시를 앞둔 아이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보통 선택을 할 때 남을 신경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선택은 순수하게 이기적이어야 해요. 우리대학에 '공무원 좋으니까'는 생각으로 진학할 후배들은 말리고 싶어요.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후회하지 않겠다는 확신을 가졌을 때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은 단순히 “여기가 좋다더라”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키잡이라고도 볼 수 있는 대학은 자신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한다. 2년제이든, 4년제이든 깊은 고민 끝에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다면 미래의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