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우리 옆의 사람들

 새해가 밝은지도 1개월이 더 지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빌며 기분 좋게 새해를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새해는 또 다른 불안의 시작이다. 보이면서도 보이지 말아야할 사람들, 그러기에 항상 가려지고 외면받는 사람들. 그들은 청소노동자이다. 그들은 항상 허리 굽혀 일하고, 학생들 혹은 고객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숨어있어야 하는 그런 노동자들이다. 작년 이러한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이 들어나기 시작했다. 2011년 1월 3일부터 2월20일 49일간 홍익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투쟁을 했던 것이다. 이 투쟁을 통해 들어난 청소노동자의 현실은 비참했다. 홍익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하루에 11~12시간을 일하고도 임금은 7~8시간을 일한 것으로 계산되어 나왔다. 임금의 액수 또한 최저임금 미달이였다. 뿐만 아니라 하루 식비가 300원이었고 학교 내 청소가 아닌 이사장의 사적인 잡일에도 동원되기 일쑤였다. 게다가 하청구조로 인한 끊임없는 노동불안정까지 더해져 청소노동자를 더욱 힘들게 헀다. 이렇듯 홍익대의 청소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권리와 대접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찬바람, 칼바람을 맞으며 49일간 농성투쟁과 노조설립을 통해 임금인상, 고용승계, 업무시간 확립 등의 기본적인 권리를 쟁취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대학에서 조차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지 않는 현실속에서, 여전히 많은 곳에서 청소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을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비단 이러한 현실은 서울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대학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은 열악했고 서울, 청주, 부산을 비롯해 여러 군데에서 임금과 노동환경 등 기본적인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이 와중에 대학청소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기자는 부산의 대학들을 찾아가보았다.



 청소노동자의 현실
 
 부산 A 대학에서 만난 강 모씨(54) 
"제대로 된 대접도 못받고... 그런데 떠날 수가 없어 딴데 가봤자 다 똑같으니깐..."

 지난 여름, 부산의 A대학의 청소노동자를 찾아갔다. 끊임없는 비탈길과 더위에 기자는 녹초가 되었다. 아파트 2동을 합친 것보다 큰 강의동을 2명이서 찾았지만, 40분이 지나서야 청소노동자 강 모씨(54)를 볼 수 있었다. 처음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아주머니에게 다가갔을 때, 아주머니는 우리를 잔뜩 경계했다. 그래서 인터뷰를 위해서 찾아왔음을 밝힌 후에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찾기 힘들었어요. 아주머니 이 큰 강의동에 몇 명이나 일하시나요?
 "2명, 몇 년전 만해도 4~5명 되었는데 사람이 나가도 학교가 돈 없다고 새로 채용을 안 해."

- 일이 전보다 많이 생겼을 것 같은데, 아주머니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나요?
  "그렇지. 실제로 나는 오전 8시 에서 오후 4시까진데, 실제로 새벽에 안 나오면, 청소 못해, 그래서 새벽에 출근할 때도 있고, 보통은 1시간 일찍 출근하지 또 퇴근은 5, 6시 되어야지 끝나지."
 
- 그렇게 일하고 임금은 얼마나 받으시나요?
 "임금?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 83만원이고 수당도 잘 안줘." (계약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이다.)
 
- 점심시간은 어떻게 되세요?
"강의동마다 틀린데, 우리는 12시부터 1시 반 까지. 휴식시간은 나눠서 쓰는데도 있고... 또 휴식시간은 쳐 주지도 않지, 하루 종일 매여 있는데 임금 계산은 몇 시간 안쳐줘..."

 강 모(54)씨 외에 다른 청소노동자들의 말을 더 들어보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몇 년전 청소노동자들의 일에 대한 부담은 생각하지 않고, 학교 측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의적으로 정년을 줄이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잘리고, 재배치되었다. 보통 아파트와 대형건물 기준, 5~6명이 배치 받아야 할 건물에는 2~3명이 할당되어 있었다. 당연히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업무량이 과다하게 주어질 수 밖에 없었고, 이들은 할당받은 일을 위해 실질 노동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휴식시간에도 과다한 업무량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어 휴식 없는 휴식시간이 되버렸다. 그 결과 청소노동자의 총 노동량과 노동시간이 계속 증가해도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게 되었다.

헤어질때 쯤, 자신이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 돈도 제대로 안주고 조건도 나쁘고, 왜 여기서 계속 일하시나요?
 - 이 대학교에서 일한지 10년이 넘었어. 직장 옮겨본 사람은 직장 옮기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그리고 지금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많지만 나이 든 사람들이 청소노동이외에 일할 곳도 없고 다른 대학교도 다 처지가 다 비슷하다고 들었거든.

 
부산 B 대학에서 만난 이 모씨(68)
나에게 허락된 공간은 계단 밑, 청소용구함, 화장실...
 
A 대학을 간 후 이번에는 B 대학에 찾아갔다. 특히 B 대학은 다른 대학보다 ‘돈이 많고 해외유학을 자주 보내는 학교’라고 알려져 있었기에 청소노동자들의 시설이나 대우가 좋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학교에 찾아가 근처 학생들에게 청소노동자들의 위치를 물었더니 외국인 학생이 계단 아래를 손가락을 가리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외국인 학생이 가리킨 곳을 보고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에 사람이 있다고?’ 너무 놀란 마음에 그리고 그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한 채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문이 살짝 열리면서, 들리는 소리는 "학생 저 현관문 좀 제껴봐"였다.



 인사를 하고 바로 옆 벤치에 않아 청소노동자 이 모씨(68)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노동임금에 관해서는 하루 2교대로 7시간 일을 하며 월급은 56만원과 식비는 전무 지난 A대학과 마찬가지로 노동환경과 임금은 열악했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청소노동자들이 쉬고 있던 휴게실이었다. 나는 잠깐 허락을 맡고 휴게실 안을 볼 수 있었다. 1평 남짓한 바닥에 가장 높은 곳의 높이는 1미터였다. 겨우 기어들어가 앉아있을 정도의 공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속에는 전열기구, 선풍기와 커피포트 등이 있었고 바닥은 정체모를 바닥재에 카페트 하나가 깔려있었다. 소화기는 없었고 밖의 고정 된 문 때문에 불이 나도 꼼짝 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최소한의 안전 환경도 담보 받지 못한 곳이였던 것이다. "왜 이런 곳에 있나요?"라는 질문에 이 모씨(68)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보이지 말아야할 사람이여...’
 






이들을 만나고...
 
 대학에 20년동안 일했다는 이 모씨(68)도, 15년 일했다는 강 모씨(54)도 어느 누구도 명찰에 ‘대학’이라는 글자가 없었다.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대학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 대학뿐만 아니라 90년대 후반 이후,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들은 청소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간접고용의 구조 속에서 대학은 청소노동자들을 자르고 싶다면 해고가 아닌 ‘계약해지’로서 손쉽게 자를 수 있었다. 이러한 노동불안정 속에서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도 ‘찍’소리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이도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위협요소가 된다.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청소노동자들에게 정년은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정년을 악용하기도 한다. A대학같이 정년을 낮추어서 사람들을 해고시키고 기존 노동자들에게 과중한 업무를 지우기도 하고, ‘촉탁 계약’을 위해 일부로 정년을 낮추기도 한다. '촉탁'이란 비정규직 중 하나인데, 정년퇴직한 기술자 혹은 경험자를 채용하는 것이다. 청소노동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 임시노무자들을 단순노동에 종사시키기 위해 촉탁 계약을 하는데, 이것은 노동3권과 사회보장제도가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대학은 청소노동자들이 나이를 담보삼아 낮은 정년과 촉탁계약을 통해 ‘나쁜 노동조건, 고용불안정’을 강요하고 있다.
 

청소노동과 그 가치
 
 청소노동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청소노동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청소노동이 과연 기본적인 권리도 지켜지지 않는 외면 받아야 할 노동인가? 2008년 기준 ‘청소원’이라는 직업종사자는 406,633명으로서 (지방자치단체 소속 환경미화원, 재활용, 음식물쓰레기 등의 수거원 제외) 임금노동자 중에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회의 보편적인 노동이다. 하루 부산지역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은 8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지하철에는 고착 1000명 정도의 청소노동자들이 새벽부터 지하철을 쓸고 닦는다. 만약 지하철, 백화점, 할인매장, 대학을 청소하는 노동자가 하루만 일손을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반면 그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어떠한가?

출처 : 한겨례

출처 : 한겨례


 2012년 2월 8일, 작년 청소노동자들의 아픔이 있었던 홍익대를 비롯해 또다시 서울지역 5개 대학이 청소노동자들의 생활임금을 얻으려는 목소리를 외면했다. 새해가 지난 지금 여전히 청소노동자들은 하청구조에서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노동 위협과 외면 그리고 이에 맞선 싸움도 끝나지 않았다. 청소노동은 항상 우리 옆에 있는 소중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노동을 하는 사람들은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소중한 노동이 외면 받는 현실이다.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통해서, 한국사회에서의 자본과 노동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