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지난 시간, 홍익대 주변의 거리는 클럽을 찾는 젊은이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반짝거리는 옷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부터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속을 게워내는 사람까지 가지각색 모습들이 홍대 앞거리에 그려진다.


 ‘밤의 청춘’들이 모여 만들어낸 색깔들은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음악과 공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던 예전 예술인의 거리는 온데간데없다. 홍익대 입구 역부터 시작한 수많은 클럽전단지들과 시끄러운 음악, 공기 자체만으로도 술기운이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는 오늘도 파티가 열린다. 특히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이면 열리는 클럽데이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홍대 앞이 마비되곤 한다. 이 클럽 데이는 한 때 도가 넘은 상업화와 선정성 논란으로 작년 1월 28일부터 6월 24일까지 약 5개월간 잠정중단 된 적 있었다. 유흥에만 물든 클럽문화에 대해 자숙하고 본래의 취지를 바로잡자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상황은 현재까지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돈의 논리에 밀려나는 예술인들



홍대 예술의 거리는 지식인들과 음악 애호가들이 몰려들어 시작된 젊은 청춘들만의 소통창구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된 자본들은 예술의 거리, 그만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더욱더 큰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도를 넘은 돈의 물살들은 어느새 예술인의 둥지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예로 지난 11월, 국내 첫 실험예술극장으로 통하던 홍대 앞 ‘씨어터 제로’의 폐관을 들 수 있다. 연극은 물론 음악, 퍼포먼스 무용 등 전위적인 공연과 인디밴드들의 근거지였던 이곳은 경영난과 맞물려 임대계약이 취소되면서 1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수익을 내지 못하던 미술인들은 하나 둘씩 홍대를 떠날 수 밖에 없었고 잇따라 음악인들도 발걸음을 떼었다. 문래동이나 성북동 등지에서 새로운 터를 만들고자 기웃거리는 모습. 그것이 그들의 현주소가 되어버렸다.

“바자회나 시낭송과 같은 복합 문화 공간이었던 이곳이 어느 순간 술자리나 클럽으로 넘쳐나기 시작했어요. 월세나 관리비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어요.” 홍대 한 라이브카페 대표도 힘듦을 토로하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월세 50만원이던 반 지하 공간의 임대료는 2년 새 3배 가까이 뛰는 등 임대료가 폭등했다. 이에 수입이 적은 인디밴드 공연장 및 미술 작업실들, 그리고 젊은 예술인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말았다. 현재 들어오는 가게들에게는 엄청난 권리금이 붙고 설자리가 없는 예술인들은 돈의 논리 속에서 기우뚱거리고 있다.
 

▲작년 폐관된 첫 실험예술극장, 씨어터제로


다양한 예술장르가 어우러졌던 독창적 클럽 문화들은 속칭 ‘부비부비’ 클럽이라 불리는 유흥문화로 변질된 지 오래다. 예술인이 없는 거리를 우린 언제까지 예술인의 거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름 그대로를 다시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오늘도 붐비는 홍대입구거리가 못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