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부처는 청소년 비행에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1달~2달 간격으로 청소년 관련 법안을 연달아 내놓았다. 여성가족부에서 게임규제를 위해 내놓은 셧다운제를 필두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선택적 셧다운제와 멀티방 청소년 출입금지 법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쿨링오프제를 제시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전부 청소년에 대한 규제법안인 동시에 관련 산업에도 타격을 주는 것이어서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교과부의 쿨링오프제 발표 이후 주요 게임사의 주가가 하루 만에 4,000억이 증발했다. 청소년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멀티방 업주들은 당장 법안이 시행되는 8월부터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게다가 이 법안들의 타당성과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011 11 20, ‘셧다운제 시행

 

2012 1 22 선택적 셧다운제 시행

 

2012 2 7, 멀티방 청소년 출입금지에 관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포

 

2012 2 7 쿨링오프제를 포함한 '·중등학생의 인터넷게임중독 예방 및 해소에 관한 특별법안' 임시국회 제출



누굴 위한 법안인가

 

일련의 법안은 청소년 보호가 명목이지만 정작 보호 받는 청소년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규제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통칭 삼중규제의 경우 온라인상의 청소년 판별을 전적으로 회원가입에 사용하는 주민등록번호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상에 수천만 건씩 유출된 개인정보를 생각하면 주민등록번호로 청소년을 판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오는 818일부터는 인터넷 업체들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되므로 8월 이후의 가입자는 나이 식별이 불가능하다. 또한, 비디오 게임, 패키지 게임은 같은 게임인데도 규제를 받지 않아서 국내 온라인게임회사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셧다운제를 실현하기 위해 설비구축에도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과거에는 청소년 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했던 게임사들이 이제는 셧다운제 설비를 구축할 필요가 없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으려고 발버둥치는 촌극도 일어나고 있다. 멀티방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의 비행을 조장한다.’는 명목으로 멀티방이 금지되었지만 청소년 비행은 새로 등장한 룸카페로 몰려가고 있다. 과거 DVD방을 금지하고 이제는 멀티방을 금지했지만 지금은 룸카페가 멀티방을 대신하고 있다.
 

 



 

 

겉멋만 부리는 법안

 

 

이 법안들의 문제는 해결방안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저차원적인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을 뿐 정작 청소년 문제의 핵심은 전부 비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일진은 게임을 한다.

일진은 폭력적이다.

따라서 게임은 폭력적이다"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법안은  이런식의 유치한 삼단논법을 전개하고 있다. 근거도 결론도 잘못된 생각이 통할리가 없다. 게임을 마냥 금지시킨다고 해서 일진이 착한 모범생이 된다거나 게임중독이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게임과 폭력성의 관계에 전혀 과학적인 검증이 없었다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청소년을 게임중독에 빠뜨린 것은 다름아닌 정부 정책이다. 학원교습시간 제한으로 10시에 학원이 끝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여가활동이 남아있나. 만약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게임중독을 방지하고 청소년의 건강을 책임지려고 한다면 청소년에게 건강한 여가시간을 즐길 여유를 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먼저다. 독일의 경우 방과후 스포츠 클럽이 대중화되어있어 학생들은 여가시간에 스포츠를 즐기며 보낸다. 이렇게 스포츠를 즐기는 학생이 과연 게임중독에 빠질까, 아니면 학원이나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보내다 집에 들어오는 학생이 게임중독에 빠질까.

 

멀티방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멀티방을 금지하는 이유는 멀티방이 청소년 비행’, 즉 청소년의 성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미 DVD방도 비슷한 이유로 청소년유해업소가 지정된바 있다. 이런 식의 마구잡이 규제가 통할 리 없다. 이미 룸카페가 보여준 것처럼  청소년 성행위의 대안은 얼마든지 나온다. 아니면 청소년이 갈만한 모든 곳을 전부 금지할 생각인가? 때문에 금지 이전에 선행해야 할 것이 있다. 놀이문화의 건전한 육성과 청소년의 올바른 성교육이다. 멀티방이 청소년들의 건전한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고 올바른 성관념을 가르치지 않고 규제를 남발하는 것은 전혀 어른다운 모습이 아니다.

 

 

 

너희들은 닥치고 공부만 해

 

 

청소년을 위한 법안이라면 청소년을 위해야 한다는 대원칙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련의 청소년 법안에는 그런 원칙도 교육적 철학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법안에는 대한 과학적인 검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금조성에 혈안이 된 정부부처는 법안의 대상자인 청소년은 뒤전이고 국회의원들은 단순히 아이들 노는 꼴 못 보는 부모들의 표만 의식하여 무의미한 법안 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사자인 청소년은 완전히 배제한 청소년 정책을 펴는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주범인지도 모른다.

 




셧다운제: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법안

선택적 셧다운제: 부모의 요구에 따른 게임시간 조절 서비스를 골자로 한 법안

쿨링오프제: 2시간 게임 후 강제적으로 10분간 접속을 끊는 제도 (재접속은 1회 허용)

멀티방: 티비, 노래방기기, 게임기기를 갖춘 복합오락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