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사람은 누가 뭐래도 김지윤씨일 것이다. '제주 해적기지 반대’라고 써 있는 피켓을 들고 트위터상에 인증한 사진이 논란이 되면서, 그는 보수진영으로부터 강력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해군은 그를 고소했다. 

김지윤씨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진보적 활동가로서의 면모나, 정치인으로서의 비전과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4년 전 그가 대중에게 단순히 ‘고대녀’로 각인되었듯이 이번사건으로 그는 ‘해적녀’로 대중에게 각인됐을 뿐이다. ‘고대녀’, ‘해적녀’가 아닌 통합 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후보로서의 김지윤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서울시립대 교지 [대학문화]의 초대로 ‘김지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는 대학문화 교지편집위원들과 고함20 기자가 질문하고, 김지윤 후보가 답하는 공개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 국회의원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제도권 밖에서의 운동에서의 한계를 느낀 것인가?

국회의원을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다. 통합진보당에서 청년비례대표를뽑는다고 해서 그때 결정한 것이다. 거리 운동에서 한계를 느낀 것 보다는, 진보진영이 좋은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 국회 안팎에서 싸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촛불 세대들이 느끼고 있는 바, 즉 정치에서의 변화를 통해서 이명박도 심판하고, 복지 문화도 변화를 이루고 싶다는 바깥의 열망을 국회안으로 가져와서 그 열망을 대변하고 싶었다. 이제까지 밖에서 투쟁해왔던 것을 국회 안에서 계속 해 나가고 싶다. 사회에서의 진정한 진보적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활동가들의 과제인데, 그러한 과제를 보다 잘 수행하기 위해서 국회진출이 필요하다고 봤다.


- 청년비례대표로 확정되면 비례대표 몇 번을 받게 되나?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당 대표단의 입장은 당선권 번호를 배정할 계획이다. 청년비례대표의 상징성 때문이라도 20번 대를 받게 되진 않을 것 같다.(웃음)
 

- 5명중 1등을 해야 한다. 김지윤만의 전략이 있는가? 당내에서도 소수파에 속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빅5를 뽑는 투표에서, 당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보고 1등한거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추측컨대 나는 빅5에도 겨우 들어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내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경험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내게는 권력에 맞서 싸웠고, 승리했던 경험이 있다. 2005년 이건희 학위수여 반대시위에 나섰을 때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고려대학교의 당국의 학생운동 탄압에 2년 동안 맞섰고 승리했다. 그리고 촛불의 한복판에서 백만촛불의 마음을 대변하고자 노력했고 그 부분에서 지지를 많이 얻었다. 한미FTA 반대 집회에 가보니 당시 촛불에 참여했던 분들이 지지를 표명해주셔서 감사했다.
 

- 민주통합당이 아닌 통합진보당으로 간 이유는, 오히려 민주통합당에서 더 경쟁력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질문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일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안을 건설하고 투쟁을 건설하는데 일조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진보적 대안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이제까지의 '청년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만들어왔던 곳 아닌가? 여당일 때는 신자유주의를 한국에 들여왔던 원죄가 있고, 야당으로 활동하면서도 사람들을 실망하게 했다. FTA 날치기 통과할때도 아무것도 한것이 없다. 또 복지정책을 더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재원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민주통합당은 기업들에게 증세하는 문제를 과감하게 밀어부칠 수가 없을 것 같다. 진보 운동가로서 활동해온 사람으로서, 왜 진정으로 ‘진보적 대안’이 필요한지 말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이곳이 맞다고 생각한다.


-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본인을 유명하게 만든 ‘고대녀’라는 별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대녀’라는 타이틀이 ‘고대’를 앞에 내세우기 때문에 ‘학벌’을 강조한다, 또는 ‘녀’를 붙이기 때문에 성차별적인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별명이 지어진 맥락이 중요하다고 본다. ‘고소영’ 이미지 때문에 고려대학교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있었는데, 내가 나서서 ‘고소영’ 정권과 학벌사회에 대해 반대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더 많은 지지를 보내준 것 같다. 사실 내 집이 경상도고 고대생이라서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MB가 당선돼서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MB가 싫었고, 오히려 평범한 대학생들과 같이 이명박 정부와 맞게 싸웠다. 개인적으로 ‘고대녀’를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대학의 타이틀로 특권을 취하려고 했던 것도 없고, 학벌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유시민 대표는 토론회에서 “FTA 재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폐기를 주장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김지윤씨는 지금 완전 폐기를 주장하시는건데, 생각이 좀 다른거 아닌가? 앞으로 당내에서 이렇게 의견차이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실 건지?

저는 한미FTA 폐기가 저의 10대 공약이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논쟁은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제가 당선이 될 경우에 저를 당선시킬 때의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므로 내 의견을 관철시켜 나갈 것이다. 이제까지 386들이 사람들의 기대를 짓밟으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왔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왔다.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힘은 국회 밖에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공동의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당내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있다면 바로 그 부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 정책 공약 10가지가 있다. 이것들 중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적인 공약은 무엇인가?

어려운 문제다. 딱 하나 정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법안으로 말하자면 ‘학자금 대출 부채 탕감’법은 꼭 만들고 싶다. 대졸자 10명중 7명이 빚을 안고 졸업한다. 평균 빚이 1300만 원이다. 빚쟁이로 살아가는 것이, 청년들이 보다 나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게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즉, 빚이 있기 때문에 일단 저질 일자리에 어쩔수 없이 취직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또 일차적으로 돈 때문에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내가 내세우는 대부분의 정책들은 ‘국가가 책임져’라는 논지다. 일자리 정책도 국가가 나서서 양질의 녹색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고, '국공립대 무상교육'은 국가가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영화 반대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복지에서 누구의 돈으로 누가 행할 것인가는 원칙만은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자증세를 하고, 그 돈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복지를 해나가야 한다는 부분 말이다. 그 원칙까지 버리면서 국회의원 하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이준석 비대위원에서의 토론에서, 소득에 따른 차등적인 등록금 제도가 아니라, 평행적인 등록금 인하를 주장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미국식의 차등적인 등록금 제도가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이준석 비대위원은 내가 추구하는 '보편적 등록금 인하안'을 엄청난 약점처럼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나에게 "교육은 보편적으로 하자면서, 세금은 차등적으로 걷자는 것이 말이 안되지 않냐?"고 물어봤다. 나는 오히려 그의 생각이 이해가 안 갔다, 돈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서, 그 돈으로 보편적인 복지를 하는것이 왜 이해가 안가는가?

이준석 비대위원이 "친구집에 돈 많다고 더 많이 내놓으라고 할 순 없는거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아예 서로 '서 있는 편'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돈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반값 등록금, 무상교육이 필요하다. 이것에 필요한 돈은 기업과 부자들이 내야 한다. 이렇게 말할 분명한 근거도 존재한다. 대기업들이 자산보다 사내 유보금을 훨씬 많이 갖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기업의 이익잉여금이 1200%인데, 노동자들이 잉여금에서 가져가는 비율이 점점 줄고 있는 형편이다. 프랑스에 비해 노동자가 기업의 잉여 이익을, 임금을 통해 가져가는 비율이 15%나 적다.

SKY 대학생들이 소득 상위비율이 보통 사립대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교육 불평등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그런 일이 없기 위해서 보편적 교육복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무상급식 논쟁하고도 비슷한데, 이준석 비대위원이 아직 오세훈 전 시장에게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 과거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반대를 주장했다. 자신이 반대했던 정당의 대표로 국회의원을 한다고 나온 것이 묘하게 느껴지는데?

민노당이 참여당과 통합하는 것을 반대했던 이유는 당의 노동중심성과 좌파성이 훼손되어 당이 오른쪽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합에 반대했던 핵심적인 이유는 여전히 통합진보당의 과제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통합진보당이 된 이후에도 왼쪽의 목소리를 강화시켜 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당내에서 계속적인 토론과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통합진보당이 원칙적으로 올곧게. 더 왼쪽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 김지윤 후보는 ‘다함께’에서 활동하고 있고, 다함께에서는 민주통합당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하고 있다. 혹시 야권 연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대는 다소 불가피하다. 사람들이 선거에서 이명박을 심판하고 새누리당을 누르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켜야할 진보의 가치와 원칙을 훼손하는 ‘묻지마 야권연대’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 공천 결과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김진표 의원이라든지, 이명박 인수위에서 활동한 사람, 뉴라이트 단체출신으로 얘기되는 사람들과도 야권연대해서 단일화해야하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식의 단일화는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 줄 뿐이다. 두 당의 후보가 전부 진보적으로 비춰져서, 표가 분산될 것 같은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필요하고 모든 경우에 단일화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통합을 해도 새누리당이 이길 곳 같은 경우에는 독자후보를 내서 지지기반을 닦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인터뷰는 야권단일화 협상 전에 진행되었다.)

  

- 20대 정치인이 보수세력쪽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손수조 후보, 이준석 비대위원에 비해서 본인이 내세울만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손수조 후보 같은 경우 저와의 라디오 대담에서 ‘MB는 경제는 살린 대통령이다.’라는 황당무게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 발언을 듣고 보니 나와는 분명 다른 사람인 것 같다. 손수조 후보와 이준석 비대위원과 나의 차이는' 어느 편에 서있느냐', '누구를 대변하고자 하는것이냐'에 있다고 본다. 나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아니 그 이전부터 비정규직, 등록금, 부동산 문제등에서 서민들의 편을 들고, 투쟁하는 사람들 옆에서 함께 목소리를 냈다. 이준석 비대위원이나 손수조 후보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정당이 그들의 정체성을 말하고 있다. 나는 진보정당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청년들의 이해관계를 더욱 잘 대변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혹시 비례대표후보가 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실 생각인가

제가 정책 공약으로 내놓은 것들은 국회안에서 이야기 할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투쟁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 과제를 국회안에서도 해보자는 마음이 있어서 국회의원에 도전한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되는데 실패하더라도 그런 과제를 계속해서 수행해 나가야 한다. 촛불 세대들을 정치세력화하고, 진보적 대안에 대한 논의를 사람들과 같이 넓혀나가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당선여부와 관계 없이 청년활동가로 살아가는 것은 변함 없을 것이다.



‘고대녀’, ‘해적녀’가 아닌 ‘정치인 김지윤’에 대해 알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 99%와 함께 1%에 맞짱뜨는 후보’라는 선거구호답게 그는 국회를 99%를 위한 투쟁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권력은 국회의원이 아닌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보통사람들이 보기엔 약간은 급진적으로 보이는 정책을 펼치고 싶어 했고, 자신의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부자증세와 청년들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었다.

김지윤 후보는 오늘 ‘해적기지’ 발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또한 오후 6시에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후보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된다. 오늘은 그에게 무척이나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