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한 칸이 호사를 누렸다. 화장실 주제에 도어록을 문에 다는 호사를 누리더니, 세간의 관심까지 집중받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학교의 한 여자화장실에 디지털 도어록이 설치된 사실은 지난 21일, jTBC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도어록이 설치된 배경은 간명하다. 학생들과 같이 화장실을 쓰기 싫다는 교수의 요구에 따라 학교에서 마지못해 설치했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교수 몇 명만 공유하는 비밀번호를 통해 화장실 한 칸을 ‘자기들끼리만’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해당 교수의 반응은 더 가관이다. 장애인 화장실에 장애인만 들어가듯, 교수 화장실에 교수만 들어가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한다.

일단 되묻고 싶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는 것은 비장애인의 신체 구조에 맞춰서 설계된 일반 화장실을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해서인데, 교수는 비교수의 신체 구조와 어떤 점이 다르길래 교수 전용 화장실 칸이 필요한 것인지 말이다. 교수가 딱히 학생들과 별도의 화장실을 사용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이러한 특권에는 정당성도 없다. 공동의 공간인 학교 건물을, 게다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만들어진 건물을 ‘고용자’인 교수가 독점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교수 몇 사람의 편의를 위해 독점적 권리가 설정된 화장실 칸은 ‘비효율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으며,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학생들을 위한 시설은 불편을 초래한다. 정 화장실을 혼자 쓰고 싶거든 도어록 설치비용, 화장실 공간 점유 권리금, 다른 공간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한 피해보상금까지를 먼저 연봉에서 까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대학의 일부 교수들과 교직원들이 갖고 있는 모종의 ‘특권 의식’과 ‘우월 의식’이다. 이번 경우처럼 화장실 칸에 도어록을 설치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대학의 건물 내에 ‘교직원화장실’이 따로 지정되어 있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다. 공식적으로 지정이 되어 있지 않더라도 화장실 문 앞에 ‘교직원 전용이니 학생들은 다른 층 화장실을 사용하라’는 식의 안내문이 붙어있어 사실상의 구분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초․중․고도 마찬가지다. 아예 교직원 화장실이 따로 설치되어 있고, 교직원 화장실을 사용하다 ‘걸린’ 학생들을 벌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직원이 학생들과 같은 화장실을 쓰기는 좀 그렇지 않냐는 식의 무논리적 발상의 결과다. 자신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스스로가 가르치는 제자들과 같은 화장실을 쓴다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누구나 깨끗하고 조용한 화장실을 쓰고 싶어 한다. 일반적으로 수많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조금 더럽거나 시끄럽거나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해 학생들의 세계에서 도피해버리는 식의 태도를 ‘교육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교육자의 이 같은 태도는 ‘열심히 공부해 성공해서 너희도 특권을 남용하라’는 잘못된 가르침을 행동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을 낮추어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더럽다면 그 화장실 안에서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어가려는 교수, 교직원, 교사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하지만 그런 교육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기본적으로 ‘함량미달’인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