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부산 동아대 승학캠퍼스 운동장에 학생총회를 참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 날은 억수같은 비가 오고 운동장의 스탠드는 물이 고여 앉기 힘들정도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추위를 견디고 웃으며 학생총회가 성사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궂은 날씨에도 학생총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동아대에 모인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내 비민주화와 묻혀지는 학생의 목소리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학생들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했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들려오고, 심지어 등록금을 마련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자살을 선택한 부모도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저항해, 작년에 들불처럼 번졌던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는 정치권, 대학에서 반영이 되었다. 실제로 국가에서는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국가장학금 제도를 만들었고 수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하하였다.

동아대도 대학 등록금의 3.2%를 인하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번 등록금 인하에는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학생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는 등록금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대학에서는 등록금에 대해 학교와 학생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만들어진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있다. 하지만 현재 등심위에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했다. 등심위는 학생대표 4명, 학교대표 4명 그리고 의장 2명으로 이루어진다. 일반 회의와 다른 점은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이 의결권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선발한 의장은 학교의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사실상 학교 측에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번 2012년도 동아대학교 등심위에서는 학생대표가 제시한 인하율은 반영하지 않은 채, 학교 측에서 제시한 3.2%라는 인하율을 찬반투표에 붙였다. 결과는 4:6(학생:학교+의장)로서 학교측이 주장한 3.2%의 인하율이 확정이 되었다. 이 속에서 학생대표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등록금 인하율은 정부가 제시한 사립대 등록금 인하가능 수치 13%는커녕, 작년 5% 등록금 인상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등록금 부분에서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결정하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민주주의를 기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등록금 인하 결정은 수강과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011년까지만 해도 120개가 넘는 교양수업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어 버려 학생들이 수강신청에서 대거 탈락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학생에게 제대로 된 설명하나 없이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학교의 이 같은 태도에 많은 학우들이 분노하였고 사회대에 재학중인 박은빈(가명·21)씨는 ‘학생들의 입을 막고 자신의 귀를 막은 채 소통하자는 기만적 상황’이라고 강력히 비난을 했다. 결국 총학생회를 필두로 ‘등록금 꼼수 인하반대와 민주적 등록금부터 총장 직선제’까지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총회를 준비하게 된다.



하지만 총회를 반대하는 학교 측의 조치는 이해하기 무척이나 힘들었다. 총회 1주일 전, 총학생회에서 캠퍼스 앞에서 학생총회 성사를 위해 문화제를 만들고 있던 중, 직원들이 갑자기 무대를 철거시키고 그 자리에 스쿨버스를 주차시켜 문화제를 무산시켰다. 이에 총학은 “소통을 거부하는 대학 당국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아산성‘이라고 비난했다. 동아대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버스로 책탑 막아서 행사 못하게 하는건 정말 아니잖아요.“ ”규향산성(동아대 총장의 이름을 따서) 유치하다 유치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6년 만의 학생총회 성사, 그리고 소통과 민주주의
 
학교의 방해와 궂은 날씨에도 기준치 2000명을 넘어선 2129명의 재학생이 한자리에 모여 6년 만에 학생총회가 열렸다. 이곳에 함께했던 모든 학생들은 학교의 독단적인 태도에 문제제기를 하고 자신이 진정한 학교의 주인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학생총회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학생들 스스로 더 많은 소통의 의지를 가지고, 그로 인해 학내 민주주의가 실현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학생들의 목소리는 묻혀지지도 않을 것이며, 학교의 독단적인 행보는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와 소통의 의미를 되새기며, 앞으로 일어날 전국 대학생들의 목소리와 동아대의 행보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