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에 따라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이를테면 인문대생은 조용하고 진지할 것 같다거나, 사회대생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거나, 경영대생은 왠지 PPT를 잘 만들 것 같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공대생의 경우는 왠지 매일 어려운 수학 문제와 씨름하고, 컴퓨터를 붙들고 살고, 사회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그려진다.

스테레오타입이 견고할수록 그것을 부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회와 멀다고만 생각했던 공대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가는 미디어언론이 생겼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다. 연세대학교 곳곳에 개강 초부터 홍보물을 붙이며 그 시작을 알린 채널엔유(Channel&U), 그리고 이를 이끌어가고 있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10학번 김민석 씨를 만나봤다.

Channel&U의 김민석 씨



채널엔유는 어떻게 해서 만들게 됐나요?

공대생으로써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공대 내에 마땅히 미디어라고 할 만한 동아리나 단체가 없는 점이 항상 아쉬웠어요. 편집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사회적인 내용보다는 조금 가볍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데다가, 발행도 잦지 않았거든요. 학과 내의 사회과학 학회와 학교 책읽기모임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토론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 무언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작년 겨울부터 기획하기 시작해 올해 첫 멤버들을 받았습니다. 공대생에 국한하고 멤버를 뽑은 건 아니라 공대생과 비공대생의 비율이 일대일 정도 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언론이라고 하면 굳이 영상이 아니고, 글로 표현할 수도 있잖아요. 영상을 만들려면 촬영이나 편집, 기획 등에 시간을 곱절로 들여야 하기도 하고요. 굳이 영상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저도 영상을 딱히 전문적으로 만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맨 처음 영상을 만들어본 것은 학교 수업 조모임에서였고, 프리미어나 애프터이펙트 같은 프로그램도 혼자 터득했고요. 그렇게 하나씩 만들다보니 영상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요즘은 텍스트를 이미지가 압도하는 시대이기도 하고요. 스마트폰 보급으로 영상 제작이 좀 쉬워지기도 했죠. 보는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것 같아요. 페이스북에서 간단하게 클릭 한 번으로 4~5분짜리 영상을 보는 일이 부담되는 일은 아니잖아요. 사회에 특별히 관심이 있지는 않은 아주 평범한 대학생, 아주 평범한 공대생이 봐도 어렵지 않고 재밌는 영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영상을 혼자 만들면서 영상의 매력을 알게 되셨다고 했잖아요. 그럼 그동안 만들었던 영상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뿌듯했던 영상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지난 2월에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작 포럼’이라는 행사의 개막, 폐막 영상을 제가 만들었는데요. 특히 김진숙 지도위원의 마지막 강연이 끝나고 나서 폐막식에서 틀었던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심혈을 기울여 만들기도 했고, 영상이 좀 잘 나오기도 했고, 특히 100여명의 학우들이 제가 만든 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나중에 ‘영상 좋더라’는 말을 많이 듣기도 했고요.

Channel&U의 정기모임 모습



채널엔유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처음 시작하는 단체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현실적인 지원 문제가 좀 있습니다. 프로 장비가 하나도 없는데다가, 영상 작업을 함께 하려면 한 공간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는 게 필수적인데 동아리방도 없는 상황이고요. 또 영상 편집이라는 게 저사양의 컴퓨터로는 가능하지가 않아서요. 저 같은 경우에는 노트북을 쓰고, 다른 친구들은 중앙도서관의 편집시설을 이용하는데 편집시설의 좌석이 너무 한정적이고 이런 게 어려워요. 처음 시작하다보니 인지도가 좀 부족하다는 것도 어려운 점의 일부겠네요.

(채널엔유가 초기 홍보용으로 제작한 플랜카드와 포스터 100여장은 학회장 김민석 씨와 부학회장이 사비 30만 원을 내놓아 인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대생으로써 느끼는 공대생의 인상이나 공대생에게 바라는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이제 공대생 3년차인데요. 저는 공대생들이 조금 슬프다는 생각을 해요. 공대생들도 하고 싶은 일 정말 많거든요. 연극을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친구도 있고,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 선배도 있고요. 그런데 시험도 많고, 등록금도 비싸고, 참 바쁘다보니까 취미생활 조금밖에 할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바쁜 와중에도 정치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거예요. 의무이자 권리잖아요. 이번 멤버 모집에서 비공대생에 비해 공대생의 지원이 많지 않아 아쉬웠어요.

앞으로 채널엔유, 어떻게 지켜보면 됩니까? 계획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중요한 해잖아요. 그래서 1학기에는 정치에 관한 영상을 팀별로 만들 겁니다. 배경지식 세미나도 하고 콘티 토론도 하고 있어요. 기획팀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있고요. 또 틈틈이 프리미어 등의 영상 프로그램 공부도 같이 하고요. 4월, 5월에 첫 영상을 발표하고요. 방학에는 그동안 익힌 것을 토대로 직접 발로 뛰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또 그걸 바탕으로 9월에는 영상도 틀고, 기획의도도 함께 이야기하는 영상제도 열려고 해요. 취재를 갈만한 사건이 있을 때는 비정기적으로 취재영상도 제작할 예정이니 지켜봐주세요!



김민석 씨는 올해 안에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 2만개를 얻고, ‘채널엔유는 대학생들이 볼만한 영상을 잘 만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지식채널e’처럼 인구에 회자되는, 또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영상이 ‘채널엔유’ 멤버들의 눈을 통해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채널엔유 페이스북 페이지: http://www.facebook.com/channelnu
채널엔유 싸이클럽 주소: http://club.cyworld.com/channe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