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겹다. 아니, 지겹지도 않다. 계속 접해야 지겹든 말든 한다. 이젠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학언론의 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1990년대 말부터 대학언론은 위기였다. 학생들은 보지 않았고 편집권은 위협받았다. 잡음과 무관심은 대학언론은 지워버렸다.
 
신문도 상품이다. 소비자들이 버리면 도태된다. 대학언론은 진즉에 도태됐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든 대학 본부에서 돈은 나왔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식물인간’이다. 상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왜 안보냐’고 타박할 수는 없다. 변화가 살 길이었다. 그래서 바꿨다. 그리고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결실도 얻었다. 2011년 시사in 대학기자상에서 두 개 부분을 석권했다. 살길 찾아 고군분투 중인 ‘중대신문’의 이야기다. 
 
듣고, 쓰고, 말하고, 풀었다. 대학언론이 어떻게 다시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지를 두고 중대신문 이영준 편집국장(중앙대 정치외교학 09)과 나눈 ‘담소’를 소개한다. 

단도직입하겠다. 중대신문이 변했다. 학교 소식보다는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소재들을 커버스토리로 전면에서 다뤘다. (1759호 중앙대와 통합한 ‘적십자 간호대 평동캠퍼스 르포’, 1760호의 ‘재미도 감동도 없는 교양교재’)
 
-그렇게 느꼈다니 고맙다. 전부터 노력해온 부분이지만 일반 사실을 나열하는 형식을 줄이려 했다. 그래서 과감하게 쳐냈다. 커버스토리에 방점을 맞추고 운영했다. 

맞다. 1면부터 3면까지가 커버스토리다. 무슨 계기가 있었나.
-나열하면 지루해진다. 무엇보다도, 문제제기를 강하게 하고 싶었다.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도 세세하게 다루고 싶었고. 한 마디로 학생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다.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래서 커버스토리 형식을 차용했다. 주간지적인 성향을 강화했다.
 
뻔한 이야기지만, 왜 학생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싶었나.  
-사실 대학신문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 대학 언론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중대신문도 위기였고 지금도 위기다. 

 해결책은 잘 만드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잘 만들면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만한 경쟁력도 생긴다. 편집권 갈등, 재정 확보 모두에서 대학신문의 발언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왜 하필이면 주간지 방향이었나. 다른 방향도 있지 않았을까.
-다른 방향도 있었다.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커버스토리 형식이 제일 나아보였다. 

지금까지 대학언론은 행사 소식과 학술적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언론은 소식지 역할밖에 못한다. 재미있고 심층적인 기획성 있는 기사들을 풀어내고 싶었고 커버스토리 형식이 눈에 들어왔다. 우연한 기회에 한겨레 토요일판 에디터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됐다.
 

반응은 어떤가?
-나쁘지 않다.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고 특히 1면이 바뀌어서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독자들도 있다. 이렇게 거론되는 것 자체가 많이 읽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확실히 좋다. 많은 분들이 의견을 제공하는 데 교직원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이제 시사in 대학기자상 이야기를 해보자. 왜 탔다고 생각하나. 앞의 내용과 관련이 있을 법하다. 중대신문만의 경쟁력이 있나?
 
-중대신문은 2008년부터 사회부를 폐지했다. 다른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기사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고 싶었다. 다른 대학들이 거대담론을 다루면서 놓쳤던 부분들 바로 대학생들의 삶, 특히 학내 대학생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 상을 받은 ‘운동하고 싶어요’(중앙대 내 체육 공간 부족을 다룬 기사로서 학내 스포츠 동아리 46개를 전수조사해 이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기사가 나간 후 중앙대에서는 학교 본부 차원에서 해결책들을 마련했다)도 다른 대학들이 거대담론을 다루면서 놓 치고 있는 부분이었다. 
 
우리 중대신문은 현재 1~7면까지 모두 학내 이슈를 다룬다. 학내 구성원들 인터뷰 기사의 양도 늘렸다. 기사 내용으로는 살아있는 사례, 생활과 밀접한 사례들을 보도하려고 노력한다. 형식도 내러티브 형식이 많다. 학내 대학생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 거대담론이나 사회적 이슈를 원하는 독자들도 있을텐 데?
-솔직히 말해서 그런 분들에겐 일간지를 권하고 싶다. 학내 이슈를 다루는 데도 벅찬 감이 있다. 그리고 외부기사를 학생 기자들이 다루면 얼마나 다룰 수 있을까. 거의 모든 기사가 인터넷 기사를 베끼는 수준에서 그친다. 사실상 가치가 없는 기사다.

그리고 외부의 이슈는 학내 이슈를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다뤄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반값등록금 같은 경우, 중앙대생들이 등록금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례를 취재하다보면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 

솔직한 답변이다. 그렇다면 학내 이슈를 다루면서 어떤 기사가 가장 반응이 좋은가?
-솔직하게 말하면 이번에 새로 시작한 S다이어리가 가장 인기가 좋다. 학우들이 성에 관련된 고민들을 제보하면 일간스포츠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는 김현정 칼럼니스트가 상담을 해준다. 회의를 하다 대학신문이라고 무게잡지 말자며 그냥 던져본 아이템인데 가장 인기가 좋다. 그리고 대학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는 예대생의 속사정, 커버스토리 등 학내 구성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기사들이 주로 반응이 좋다.

앞으로도 현재의 흐름을 유지할 것인가. 향후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사회적 흐름이 어떻게 중앙대에서 반영되는지를 더욱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신문의 기본인 독자들이 더 가깝게 체감할 수 있는 기사를 계속 쓰고 싶다. 사실 이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더욱 공감해야 위상이 살고 그래야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리고 독자들이 ‘이 친구들이 정말 노력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지지부진하면 무기력하기 마련이다. 무기력하지 않았다. 부딪히고 또 부딪힌다. 가진 것보단 안 가진 것을 원하기 마련이다. 가진 것을 가지고 최대한 승부를 보고자 한다. 물론, 중대신문의 앞날은 알 수 없다. 신문이란 미디어 자체가 힘들다. 거대 자본의 기성 언론도 힘들다. 그래도 지켜보자. ‘땀과 열정’이 미래를 가를 전망이다. 생존 혹은 도태. 어차피 50대 5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