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의 패배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적어도 비길 줄 알았던 선거는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이 났고,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용민 파문 때문이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 효과가 커서’, ‘보수층이 집결해서’ 등등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MB 심판론'의 종말이다.

그동안 '반MB'는 야당의 주요 선거 전략이었고, 이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에 있었던 모든 선거에서 이어졌다. 그러나 너무 오래, 빈번하게 구사하다 보니 오히려 이명박 정부 말기의 ‘정권심판론’에는 무게가 실리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선거를 주도하고 있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그 본질은 모르겠으나, 이미지상으로는 새누리당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친이계와 끊임없이 대립해왔던 친박계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라는 문제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이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효과를 앞세워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심지어 이명박 정부에 쏟아지는 화살마저 피해가고 있을 때, 야당은 무조건 ‘반MB’, ‘정권심판’만을 외쳐댔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지 않았고, 어떻게 이명박 정부와 다를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메시지는 공허했고, 추상적이었으며, 비전이 없어보였다. 또한 민주통합당 같은 경우에는 당내에서의 문제가 너무 많았다. 당내 공천에서는 잡음이 많이 새어 나왔고, 김용민 사태에서도 사퇴를 시킬지, 끝까지 같이 갈지 결정을 못한 채 당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가 터졌을 때 안일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렸다. 이는 야당의 지지층으로 끌어와야 할 부동층을 보수화시키거나, ‘거기서 다 거기’라며 정치를 냉소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야당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반MB 전략은 더욱 힘을 잃게 되었다.

 

국민들이 더 이상 ‘MB반대세력’이라는 정체성으로 일관하는 야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민주통합당은 자신들의 정책공약을 쟁점화 시키지 못해서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이 없어보였고, 통합진보당은 어떤 점에서 ‘진보’정당인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정치가 어떻게 우리의 생활을 바꿀 수 있을지, 그 효과에 대해서 기대하지 않는 수많은 서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꼭 반성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반면 새누리당은 여전히 강했다. 당의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났음은 물론이고, 지지층의 결집을 잘 이끌어냈다.

야당이 앞으로의 선거에서 이기려면 ‘반대’를 하면서 동시에 대안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대안이란 단순히 특정한정책공약을 세우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당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가치가 선명해야하고,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약속한 정책들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갈 능력과 자질이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정체성이 없고 공유하는 가치조차 뚜렷해 보이지 않는 '반MB전선'은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 이제는 MB정부의 잘못을 비난 하는데 그치지 않고, 뒤이어 '왜' 우리가 MB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는지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정권교체를 하자고 외치지 말고, '왜' 정권교체를 해야하는지 이야기 해야 한다. 정치에 기대하지 않던 사람들마저도, 새로운 정치에 기대를 품을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야당의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