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MB의 계속된 실정으로 여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쳤었고 야권이 손쉽게 승리할 수 있는 선거라고 예상됐던 선거였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던 시점만 해도 야권 ‘통통연대’가 어쨌든 과반을 차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되고 ‘새누리 과반’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모두들 ‘멘붕’에 빠졌다. 멘탈이 붕괴된 몇몇은 허공에 대고 헛소리를 내놓기 시작했다. 패배의 원인을 낮은 투표율, 특히 20대 투표율에서 찾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20대 개새끼론’의 부활이다.

11일 밤 SNS에는 20대의 투표율에 관한 괴담이 돌았다. 이번 국회의원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이 27%에 그쳤고, 그 중에서도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8%에 그쳤다는 괴담이었다. 투표 안하는 20대들은 자기 권리 달라고 시위하지 말라는 힐난과 반값등록금 시위 한 번만 더 하면 돌을 던지겠다느니 차로 밀어버리겠다느니 하는 협박까지 덧붙여졌다. 그러나 20대 투표율 괴담은 분명히 사실이 아니다. 세대별 투표율 분석은 원래 선거 이후 2달 정도가 지나야 완료된다. 게다가 역대 선거 결과를 되돌아봐도 27%라는 낮은 투표율은 나올 수가 없는 투표율이다. 17대 총선 당시 20대 투표율은 37%였고, 전체투표율이 46%에 그쳤던 18대 총선 때도 20대 투표율은 28%였다.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것은 틀림없지만, 27% 특히 20대 여성의 투표율로 지목된 8%는 심한 억측일 뿐이다.

날조된 투표율을 근거로 한 2012년판 20대 개새끼론이다. 주로 ‘통통 연대’의 축을 담당했던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에게서 나왔다. 이들이 20대를 욕하는 것은 단순히 20대가 투표를 덜 해서가 아니라, 20대가 투표를 덜해서 야권이 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망상이다. 정확한 세대별 투표율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20대가 야권을 더 뽑았다는 데이터도 없는 상황에서 20대들에게 자기 표 맡겨놓은 양 하는 태도가 가관이다. 그들 입장에서, 책임 뒤집어씌우기 만만한 세대가 20대고 만만한 성별이 20대 여성이라는 해석밖에 나오지 않는다.

20대가 개새끼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총선 당시에도 20대의 투표율이 19.2%에 그쳤다는 ‘가짜 투표율 괴담’이 온라인을 휩쓸었으며, 2009년 김용민은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는 제목으로 20대의 무능함을 비판하며 ‘개새끼론’의 선두에 섰다. 한편 불과 반 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때만 해도 20대는 ‘세상을 바꾼 청춘’으로 호명됐다. 아니 바로 어제 선거결과가 오리무중일 때까지만 해도 20대는 ‘세상을 바꿀 청년’이었다. 자신들의 뜻에 따라 세상이 움직이면 ‘개념 20대’를 만들고, 자신들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20대 개새끼’를 외친다. 유아적이다. 

새누리당의 '파트너'였던 20대 손수조 ⓒ 아시아투데이



20대 개새끼론의 가장 큰 문제는 20대를 자신들의 ‘도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맥락에서 20대는 달면 삼켜지고, 쓰면 내뱉어져왔다. 20대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처럼 얘기하지만, 20대는 제대로 판을 주도해 본 적도, 판에 끼어본 적도 없다. 파트너가 아니라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야권의 20대에 대한 인식은 어쩌면 새누리당보다도 못하다. 새누리당이 손수조를 지역구에 공천해 45%가 넘는 지지를 얻도록 지원하는 동안, 민주통합당은 청년비례대표 경선에서 선발된 20대 후보자를 ‘당선 불가능권’으로 보내 식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야권 지지자들이 또 다시 20대를 개새끼라 부른다. 그럼 20대는 이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도 너희 뽑아주길 바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