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A양은 가슴이 항상 답답하다고 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꽉 막힌 느낌이 들고, 소화도 잘 안 되는데다가 잠을 자도 편히 잘 수 없다고 했다. 가벼운 술자리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하소연의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다들 공감하고 공감해서 서로 놀랄 정도였다. 대부분 답답증을 호소하며 왜 이렇게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게 답답하고 한숨만 나오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20대 초반보다는 중반에, 중반보다는 후반에 느끼게 되는 20대의 압박감. 그 압박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는 평소에 외모는 예뻐야 하고, 몸매는 좋아야 한다고 압박감을 느낀다. 취업을 해야하고, 그러려면 스펙이 좋아야 하고, 학점도 높아야 하며 대학생활 내내 보람찬 삶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또한, 이런 모든 것을 포괄하여 완벽주의에의 압박까지 느낀다. '완벽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라는 생각이 가슴 속에 가득하다. 반면에 주류에 속해야 중간은 간다는 생각으로 튀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하고, 남들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없는 똘끼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강수돌 씨가 쓴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라는 책에 의하면, 우리의 삶의 질은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내면화된 경쟁의식으로 점차 황폐해져 간다고 한다. 남을 팔꿈치로 밀어내며 밟고 나아가야 하는 '팔꿈치 사회'에서는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체제는 경쟁을 당연시하고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보호되어야만 하는 가치들이 무시되고 있다. 삶의 질, 가정,여가생활, 휴식 등 인생을 윤택하게 해 줄 가치들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저평가되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가 항상 압박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내면화된 경쟁의식때문에 항상 무언가에 뒤쳐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계속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목적으로 일에 집중하거나 스펙쌓기에 골몰하며, 성형수술을 한다.

 우리는 분유를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 신자유주의와 친구를 맺었다. 90년대에 들어와 모든 것이 경쟁 우선주의로 강화되고, 수능을 보게 되면서 성적 순으로 줄을 서게 되었다. 당시 젝스키스가 "모두의 친구는 모두의 적 / 모두가 서로 모두 밟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 이렇게 싸우다가 누가 살아남나 / 가엾게 뒤로 쳐진 자는 이젠 뭔가?"(학원별곡)라고 소리치고, H.O.T.는 "자기 것만 알고 남은 짓밟고 다 내꺼 다 내꺼 / 1등 아니면 다 안 된다는 생각 2등부터 고개 들지도 마 /중략 / 열 맞춰 무조건 억제하고 다그치고 열 맞춰 낙오하면 버림받고 / 열 맞춰 모든 개성들은 잘라버려 열 맞춰 Ah"(열맞춰)로 중고등학생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을 선두로 인기가 많았던 가수들의 가사가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가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 사이에 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성과주의가 만연하고 각자의 개성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를 대신하여 통쾌하게 비판해 준 아이돌을 그 당시에는 광적으로 숭배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은 20대를 힘들게 만든다. 현 20대는 성장시기를 신자유주의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은 1등만을 인정하고, 대화로 설득하기 보다는 성과로 설득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바람직한 것이라 여겨졌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다른 가치들의 희생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고, 1등이 아니라면 무가치한 일들로 치부됐다. 어렸을 때부터 1등이 아니면 주목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공부한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식으로 가득차게 된다. 이러한 경쟁의 내면화는 인간을 무자비한 존재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남을 배려하거나 함께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생각보다는 한 명이라도 제쳐야 자신이 우위에 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초의 무한 경쟁 시험인 수능을 통과하고 나면 다시 취업전쟁이 시작된다. IMF로 국가가 힘들었던 당시에서 부터 유래없는 세계 경제위기로 취업시장에 큰 타격을 받은 현재까지 취업이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대학만 가면 먹고 살 걱정은 없다'라는 통념이 깨진 것이 바로 우리 20대의 삶이다. 취업에 대한 불안감은 삶을 지속하는 데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마저 갖게 된다. 의식주에 대한 걱정부터 인생 설계에 대한 좌절감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수많은 요구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8등신의 S라인 몸매의 여성들과 탄탄한 잔근육의 키 큰 남성들이 이상향으로 점쳐지고 강요된다. '예쁘지 않으면 뭘 해도 미워 보인다', '살 찐 건 자기관리를 못해서이다'는 통념은 외모를 기준으로 비난하는 행태를 정당화시킨다. 또한, 취업준비를 하지 않고 인생경험을 쌓는다면서 다른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겐 ' 넌 아직 세상을 모른다'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이 세상의 시선이다.

끊임없는 요구로 인한 압박감은 20대를 병들게 만들고 있다. 자신은 언제나 혼자라는 느낌을 갖게 되고, 다수의 친구들과 심적으로 진지한 공동체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가만히 있으면 뒤쳐지는 것 같아 언제나 불안한 20대. 우리가 느끼는 압박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들을 엮어 기획으로 꾸며보았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압박감의 정체를 알면, 우리는 압박감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Focus [압박감]
1. 외모 지상주의
2. 주류에 속하고 싶은 압박
3. 차별화-개성에 대한 압박
4. 취업과 성공
5. 완벽주의
6. 마감과 기획에 대한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