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던 2009년의 일이다. 서울시민들은 다른 노선에서 9호선으로 환승할 때, 환승게이트에 교통카드를 인식시켜야 하는 것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운영사인 서울메트로9호선 측은 환승게이트가 요금징수 목적이 아니라고 발뺌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모든 존재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굳이 게이트를 만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이용객 통계 내기 따위로는 게이트의 존재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역시나 게이트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추가 요금 징수’ 뿐이었다. 서울시와의 협의도 되지 않은 운영사의 독단적인 ‘500원 인상’ 방안이 발표되며 환승게이트의 제 기능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9호선의 배신이다.

ⓒ 서울메트로9호선(주)



9호선의 요금 인상 추진 계획이 드러나자, 서울시는 ‘200원 인상안’, ‘9호선 매입안’ 등 조속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만약 노력에도 불구하고 9호선 요금이 500원 인상되게 되면, 9호선 이용객들은 무려 43.5% 인상된 1650원(교통카드 이용시 1550원)을 내야만 하게 된다. 9호선을 하루 두 번 이용해야 하는 시민의 경우, 한 달 교통비만 3만 원을 더 쓰게 된 셈이다. 서울지하철․버스 기본요금이 1050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공공의’ 시설인 ‘대중교통’ 요금으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미 그 말도 안 되는 운임을 징수하고 있는 노선도 있다. 2011년 개통된 신분당선은 기본 운임이 1850원(교통카드 이용시 1750원)이다. 신분당선과 9호선, 공교롭게도 모두 ‘민영화’ 철도노선이다.

신분당선과 9호선에서 민간자본의 본질을 본다. 많은 사람들은 ‘민영화’라는 단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이하 정부 관료들과 주류 언론들이 공기업은 ‘비효율’에, 민영화는 ‘효율’에 끊임없이 연관지어온 탓일 것이다. 물론 민간 자본은 효율적이다. 그들의 말대로 민간 기업이 방만한 경영을 하지 않고 흑자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효율이라는 개념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공기업 민영화의 효율은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9호선과 신분당선의 흑자 경영을 위해서 시민들이 보는 피해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게 그들의 효율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문제는 기업의 특성상 경쟁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대중교통’ 같은 경우에 더욱 심각하다. 비효율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독점적 지위를 매수해 ‘공기업’을 만드는 이유다. 비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민영화라는 이데올로기 하에 자행되는 수많은 부정들은 더욱 더 위험하다. 경실련은 17일, 9호선의 사업자 선정과 대주주 변경 과정에 이명박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을 제기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협상대상 사업자가 현대건설이 포함된 컨소시엄으로 바뀐 점, 2008년 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가 대표로 있는 사업체가 끼어들게 된 점을 지적했다. 단순한 우연이라고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민영화가 사실은 민영화가 아닌 ‘사영화’라는 것, 민영화라는 방패 뒤에서 이익을 챙기는 ‘검은 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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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란 이후에도, 효율성을 이야기하며 민영화를 주장하는 세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 인천공항, 건강보험 등에 대해 끊임없이 나오는 ‘민영화 대세론’이 그 구체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효율’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효율이 보통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효율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민간자본은 시민의, 국민의 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