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마저 학점 경쟁에 뛰어드는 시대


4월 중순. 대학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이 시기에 중간고사를 치른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봄 날씨가 한창인 요즘. 도서관에 앉아서 시험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의 심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감정을 억누르고 책상에 앉아보지만 쉽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따뜻한 봄 햇살과 선선한 바람은 학생들을 도서관 밖으로 유혹한다. 엉덩이가 무거워야 공부를 잘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거짓은 아닌가 보다.

시험이 다가 올수록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만 간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을 망치면 ‘스펙 경쟁’에서 남들보다 뒤쳐질 것 같은 압박감을 받기 때문이다. 남들 보다 좋은 학점으로 졸업을 하기 위해 ‘학점 세탁’이 빈번한 요즘. 한 번에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하면 남들보다 손, 발이 고생하게 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이외에도 장학금, 교환학생, 교류학생 등 대학은 학점을 기준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물론, 자격증이나 공인영어 점수, 봉사활동 등도 혜택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기본 학점이 미달인 학생은 아무리 많은 자격증과 대외활동 경험이 있어도 무효가 된다. 학점이 기본적으로 ‘우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 되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을 다니면서 ‘경쟁심리’를 느끼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1위는 ‘학점 경쟁’ 이라는 것은 한 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로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 대표 이정근)이 자사회원인 대학생 507명을 대상으로 “학내에서 학생들 간 경쟁의 치열함을 체감하십니까?”라고 설문한 결과, 88.8%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고 느끼는 부분으로는 ‘학점 경쟁’(50%)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장학금 수혜’(22.2%), ‘인기과목 수강신청’(16.2%), ‘인기 복수전공 신청’(4.9%), ‘교환학생 등 선발’(2.7%), ‘기숙사 입사’(1.8%) 등의 순이었다.      

K대학에 다니는 김(20)모양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대학에 진학을 한 뒤 첫 시험을 치룬 그녀는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변의 친구들이 벌써부터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취업이 어려울 것 같아 대학을 가면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했다. 당연히 중간고사 준비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니까 내 자신이 정말 한심하게 느껴졌다.” 고 말했다. 그녀가 보는 대학의 모습은 ‘학점은 기본,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성공한다.’였다.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 타인과의 경쟁이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이제부터라도 준비를 해야겠다" 그녀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냐?’라는 질문에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일단은 토익을 선배들이 많이 준비하는데, 나도 빨리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A+받기 위해 부정행위까지...

학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은 기본, 과제, 발표, 수업참여 등 다방면의 활동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험. 보통 한 학기에 두 번 정도 시행되는 중간, 기말고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한다. 좋은 학점을 위해서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시험공부 대신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바로 부정행위 일명 ‘컨닝’ 이다. 평소 학습량과 컨닝은 별개 문제다. '100점=A+'라는 공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높은 점수를 위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학생들은 부정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Y대학의 신(25)군은 “나도 해본 적 있다. 나쁜 행동인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비싼 등록금 내고 낮은 학점을 받고 싶지는 않다.” ,'낮은 학점면 기준이 어느 정도냐? ' 라는 질문에는 “A이하면 무조건 싫다. B+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졸업 시점에서 4.0이 못 넘을 것 같으면 재수강 할 것이다. B+이하는 무조건 재수강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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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생들은 ‘청년 실업, 스펙경쟁, 경기침체’등 이 자신들을 학점의 ‘노예’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이 틀리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들의 문제를 사회 탓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대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분위기가 우리들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높은 등록금, 힘든 취업, 생계를 위한 알바 등 대학생을 힘들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들과 부정행위는 다른 문제다. 취업을 위해 좋은 스펙이, 좋은 스펙을 위해서는 높은 학점이, 높은 학점을 위해서 컨닝을 한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이다. 자신을 속이고 얻은 학점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