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에 술이 빠지면 더 이상 축제라 말할 수 없다. 낮에는 기업의 프로모션이나 물풍선 던지기와 같은 행사가 열리기는 하지만, 이는 해 떠있는 시간을 떼우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여대의 축제날 오후는 다른 학교보다 더 조용하다. 물풍선 같이 화장이 지워지거나 옷을 버리는 게임은 하지 않으며, 대부분은 수업을 듣는다. 이렇게 어물쩡 해가 넘어가면 아까 그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끌벅적해진다. 주점이 열린 것이다. ‘학생~쉬다가’, ‘메이드 주점’, ‘,SheBar’ 뭔가 야릇한 이름들이다. 성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듯한 이 이름들은 유흥업소 상호명이 아니라 대학 주점들의 이름이다.

여대라 해서 여자만 있을까. 아니, 남자가 더 많은 것 같다. 보통은 재학생들이 남자친구의 친구, 고등학교 동창 등 아는 인맥을 끌어온다. 혹은 “어느 학교 오늘 축제래.” 라는 얘기를 듣고 자발적으로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이다. 이들을 끌고 오기 위하여, 여대생들은 소위 '호객행위'를 한다. 여학생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짧은 치마는 기본이고 가슴이 깊게 파인 혹은 몸에 딱 달라붙는 상의를 입고 있다. 바니걸 머리띠를 쓰기도 하고,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치파오를 입기도 한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복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보인다.  
 

인터넷에 'H대 축제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사진




그렇다면 축제 주점에서 일어나는 호객행위에 관한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모 여대에 다니는 하 씨(22)는 “축제 주점에서 적자를 낼 수 없기 때문에 호객행위를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꼭 야한 옷차림으로 학교 밖에서 남학생을 데려와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특히 여자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더 비일비재한데, 이런 걸 노리고 오는 남학생들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스스로의 가치나 학교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행동이다.” 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남학생의 의견은 이렇다. 대학생 박 모씨(25)는 “자진해서 본인을 성 상품화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의 자유로운 표현이면 상관이 없지만 남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되니까 문제가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 

여대가 아닌 일반 대학교에 재학 중인 최 씨(22)는 “우리 학교에서는 여자가 많은 산업디자인이나 패션디자인과에서 바니걸 옷 입고 호객행위하는데, 그냥 저 학과는 저런가 보다 한다. 애초에 축제가 건전하지 않은 문화인데 건전을 바라는 게 우습다. 대학 축제 자체가 이미 술로 찌들어 있으니 말이다." 라며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실제로 야한 옷차림하고 호객행위를 한 여대생들의 생각도 들어보았다. D여대에 재학중인 성모(21)양은 “주점 컨셉을 잡을 때 노출이 심한 옷 입기가 부담됐지만, 선배들이 그렇게 입어야 손님을 많이 모을 수 있다고 해서 결국 짧은 치마를 입었다”고 말했다.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의상 혹은 행동들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갖고 있지만, 주점이 성공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H대에 재학중인 하모(21)양은 “주점에서 서빙을 했을 때 손님으로 온 남학생이 술을 따라 달라고 하거나, 옆에 앉으라고 하는 등 불쾌한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주점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학 축제가 단기간의 행사라는 이유로 많은 문제점들이 묵인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억눌려 왔던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가끔 축제가 대학 안에서 벌어지는 것임을 망각하고, 학생 신분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 이상을 하는 등 도가 지나친 경우가 있다. 너무 선정적인 옷차림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 대학생들 스스로가 무엇이 옳은지 자각하고 행동에 옮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