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4집 표절 시비와 <패밀리가 떴다 2>의 종영과 동시에 자취를 감췄던 그녀다. 정재형과 함께 진행하는 SBS <유앤아이>를 통해 브라운관에 컴백하더니, <해피투게더 3>, <힐링캠프> 등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특히 4월 5일부터 On Style 채널을 통해 방송을 시작한 <이효리의 소셜클럽, 골든12>는 스스로가 달라졌다 혹은 본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이야기하는 이효리의 변화를 온전히 담아내며 많은 '이효리 워너비'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효리’라는 브랜드는 여전했다. 하지만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그녀를 주목받게 하는 내용이나 방법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패션이나 스타일 같이 ‘보이는 것’이 아닌 이효리의 ‘말’이 중심의 자리를 차지했다. 유기동물 보호활동, 인도 봉사활동, 채식 등을 통해 ‘개념 있는 소셜테이너’로 거듭난 그녀의 말과 생각들을 사람들이 듣기 시작했고, 그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자신들의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효리는 이렇게 ‘사회적으로’ 논다!

<골든12>의 첫 방송에 프랑스 여배우 제인 버킨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버킨 백’을 탄생시켰을 정도로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이었던 데다가 인권활동가로서 정치적 발언들을 해나가면서 세계를 누비는 그녀다. ‘롤 모델’ 제인 버킨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한국의 스타일 아이콘 이효리의 모습은 이효리의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더 이상 노래와 춤, 패션으로만 이효리를 정의할 수 없다는 선언과도 같다.

요니P, 제인 버킨, 이효리 (ⓒ OnStyle)



이효리는 <골든12> 안에서 다른 어느 방송에서 보여줬던 모습보다도 가장 자연스럽고 솔직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애초에 ‘이효리가 어떻게 노는지’를 보여주는 게 의도인 방송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 의미 없이 놀기 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노는 모습을 방송으로 만들고, 이렇게 노는 게 멋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다.

이미 전파를 탄 네 번의 방송에서 충분히 그 의도가 드러났다. ‘이효리의 소셜클럽’은 주변의 친구들에게 바자회 물품을 구하고 바자회를 진행해 기부를 하고, 아지트를 리사이클링 소품 같이 환경 친화적인 제품들로 꾸며 ‘에코아지트’로 만들고, 템플스테이 여행을 떠나고, ‘비건’ 수준의 채식 요리를 준비해 채식 파티를 열었다. 앞으로도 시티팜(city farm)을 만들고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등의 이벤트가 기획되어 있다.

소셜클럽 멤버들은 이러한 이벤트들을 ‘정말로 놀면서’ 만들어나간다. 그들의 놀이는 그 어떤 술집, PC방, 노래방의 풍경보다도 즐거워 보인다. 채식, 동물, 환경 등에 대한 관심을 얘기할 것이지만 절대 고리타분한 방송은 아닐 거라던 <골든12>의 공언에 수긍이 가는 지점이다. 이효리와 배다해, 장범준을 제외하면 요니P(디자이너), 홍장현(포토그래퍼), 한혜연(스타일리스트), 이주희(작가) 등 ‘비연예인’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프로그램이 재미를 전혀 잃지 않는 이유는 ‘놀이의 즐거움’에 있다.


사회적 활동, 패션이고 스타일이면 뭐 어때?

사실 <골든12>의 놀이에는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이효리와 소셜클럽 멤버들은 ‘논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에게 그 놀이는 근본적으로 온스타일 골든12팀과의 ‘일’일 것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급작스럽게 템플스테이를 떠나긴 쉽지 않을 것이고, 바자회도 홍보와 같은 실무를 맡아 뒤에서 수고하는 스탭들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들의 모임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박탈감이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은 왜 오히려 더 비싼 일인지라는 모순 앞에서다. 2회에 소개된 에코 아지트 꾸미기를 위한 소품들은 웬만한 것들보다 비싼 가격이었고, 3회에 소개된 비건을 위한 디저트 카페도, 4회에서 이효리와 친구들이 ‘히피 스타일링’을 하며 노는 모습도 일반인의 생활에서는 조금 먼 느낌이다. 일반인들의 놀이를 TV가 대신 해준다는 이야기가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골든12>에서 ‘된장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고, 오히려 나쁜 느낌을 받는 이들도 존재한다.

골든12 채식파티 (ⓒ OnStyle)



그러나 당장 현실과 멀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골든12>와 이효리가 폄하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이효리의 바자회로 인해 이를 참고한 바자회 문화가 생겨날 수 있고, 이효리의 채식 파티를 보며 채식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 수 있고, 구매하려는 제품에 동물의 가죽이 들어갔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이효리로 인해 다른 소비자들도 그것을 고려하게 될 수 있다. 이효리가 겉모습 이상의 ‘알찬 생각들’을 전파할수록, 그것 역시 ‘이효리 워너비’의 영역에 들어온다. 이효리가 입은 옷을 따라 사고, 이효리 화장법을 따라하던 사람들이 동물 보호나 지구 환경 문제에도 이효리와 함께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왜 공론화하냐”는 <힐링캠프> 이경규의 질문에 대한 이효리의 답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좋은 일을 위해서 이용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말하는 이효리. 자신의 한 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유기견에 더 관심을 갖거나 하는 그 영향력을 좋은 방향으로 쓰고 싶다는 그녀의 생각에 <골든12>는 완벽하게 일치한다. 실제로 <골든12>에서 언급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는 생수 제품이나, 이효리가 사용하는 음식물쓰레기를 비료화하는 처리기 등은 이목을 집중시키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줏대 없이 연예인을 따라하는 것이면 어떻고, 사회적 행동들을 패션이나 스타일로 판매하고 소비하는 것이면 또 어떤가. 어쨌든 이효리는 세상의 더 넓은 측면들을 스스로 공부하고 체화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한다. 그 영향력을 통해 세상 사람들의 행동이 바뀐다. 말만 번지르르하고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누군가보다 나은 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효리가 만들어내는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생각보다 세상의 큰 변화가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마치 2년 전 이효리와 지금의 이효리가 전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 그만큼 말이다. 이효리의 <골든12>는 그래서, 워너비하고 싶은 스타일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