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이 혼자 사는 집이라고 해서 갔더니 남자 옷이 걸려 있고 목욕탕에는 면도기와 남자용 화장품이 놓여있었어요. 그래서 부동산 주인에게 ‘혼자 사는 것 같지 않은데요?’라고 했더니 ‘요즘 학생들, 많이 그래요.’라고 대답했어요.” 이경숙씨는 대학생이 된 두 딸들의 방을 구하러 다니다 고민에 빠졌다. ‘내 딸들은 안 그러겠지’, 믿고 싶지만, 대학생들의 ‘동거’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남·녀 동거’는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한경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경윤씨(여, 22세)는 “동거한다고 말은 안 했지만, 같이 살고 있는 애들 많아요.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는 애들 중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동거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일임을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가 주변에 방을 구하러 다니는 남·여학생들에게 ‘동거를 하려면 돈을 더 내라’고 말하는 집 주인도 있다.

2007년 방송된 <tvN 리얼스토리 묘 ‘대학생 동거’ 편>에서 건강과 性 박물관 배정원 소장은 “이성간의 성행위가 쉬워지고 만족이 되고,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대학생들이 동거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배정원 소장의 말처럼 대학생들은 단순한 호기심, 타지 생활에 대한 외로움, 동거를 통한 주거비 절약 등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동거를 하고 있다. 실제로 ‘동거’와 관련된 인터넷 카페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한 카페에는 ‘동거하실 숙녀 분은 주저 말고 오세요’, ‘동거녀·동거남 구해요’와 같은 제목의 게시물이 등록되어 있다. 그만큼 동거인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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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가 확산된 만큼 동거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다. 누리꾼 wkd**씨는 현재 동거인을 구하고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같이 지내면서 얘기도 나눠보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동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거를 경험한 이들은 좀 더 현실적인 입장이다. 현재 8개월째 동거를 하고 있는 누리꾼 white**씨는 “서로 시간에 쫓기는 커플이라 같이 살게 되었는데, 진지하게 미래를 바라보는 사이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하며 동거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 동거를 경험한 이들이 가장 문제로 삼는 부분은 ‘성관계’와 관련된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이 되었을 때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또한 동거를 끝내고 겪는 ‘정신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누리꾼 qorw**씨는 “결혼까지 생각하고 1년 동안 동거를 했지만 지금은 헤어졌어요. 좋은 점보다 확실히 안 좋은 점이 더 많아요.”라고 말했다.

1991년에도 ‘남·녀 대학생 동거’를 주제로 다루는 언론들이 있었다. 그만큼 동거에 대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동거가 확산된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향상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동거 찬반토론과 같이 지지부진한 논의보다는 보다 현실적인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