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까지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들이 붐비고 있다. 헬리콥터 맘이란 아이들이 성장해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하게 되어서까지 헬리콥터처럼 아이 주변을 맴돌며 참견하는 엄마들을 일컫는다. 수강 신청에 관련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공학점이야기까지 교수와 직접 대화하기 위해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캠퍼스에 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캠퍼스에 부는 치맛바람

지난 3월 22일, 서울대가 재학생 부모 대상으로 학부모협의회(이하 학부모회) 구성을 추진했다. 설명회에서는 학생 지도를 위해서라면 학부모와 학교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초중고 학부모회처럼 치맛바람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서로 엇갈려나왔다. 지난달부터 서울대 학생처는 학교 발전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학부모회를 꾸리자는 이야기를 해왔었다. 공식적으로 캠퍼스에 부모들이 발을 디딜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아직 미성숙한(?!) 대학생들이 스스로를 챙기기엔 아직 어리다는 판단에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헬리콥터 맘을 위해 오리엔테이션을 따로 여는 대학들도 생기고 있는 추세다. 지난 2월, 서울여자대학교는 처음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신입생설명회를 가졌다. 엄마들이 교수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고 학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을 따로 마련한 자리였다. 단순한 학과생활 이야기에서부터 교수의 가치관과 시간표 짜는 법, 학점관리를 하는 법까지 이 시대의 엄마들의 손에는 저마다 메모장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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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제 아이를 보호해야하고 관리 해 주어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학교도 어떻게 보면 사회생활 중 일종인데 20살 갓 지난 아이가 어떻게 견디겠어요. 잘 해 나갈지 걱정도 되고, 여태까지 제가 해주던 게 있어왔는데 지금 와서 성인이라고 손 떼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명문S대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말이다. 아이의 고등학교시절에도, 진학문제를 위해서라면 학교문지방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그녀는, 현재도 대학에 다니는 자녀의 시간계획을 일일이 정해주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동아리활동, MT관련 사항까지 아이의 모든 학교생활은 그녀의 담당이다.





이런 현상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그들은 헬리콥터 맘의 등장 원인으로 치열한 경쟁사회, 그리고 핵가족화를 꼽는다.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고 있는 K대의 교수는 "학점이나 자격증 등 스펙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의 스펙에 신경 쓰는 것"이라며 "소수의 자녀를 둔 가정일 경우 특히 어릴 때부터 과잉보호를 받아 자기관리나 사회생활에 서툰 게 큰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Y대 교수는 "자녀를 사랑하는 것과 자녀의 삶에 개입하는 것을 철저히 구별해야 한다."고 이 간섭하는 부모들을 비판했다.

시험 후 성적을 바꿔달라며 항의를 하는 부모부터 교수의 전화번호를 묻기 위해, 혹은 학사 일정을 챙기기 위해 전화하는 학부모들까지. 자녀가 대학생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아직 미성숙하다고 판단하는 부모들을 의지하는 대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성장 해 나갈 수 있을까.  대학은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이 아니다. 누군가만을 의지하고 따라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창구이다. 너무도 큰 치마폭 속에 둘러싸인 나머지 앞을 보지 못하는 20대가 되지 않기를.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