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515, 스승의 날이다. 전국의 초··고등학교에서 스승의 은혜가 울려 퍼진다. 선생님들의 가슴께에는 빨간 카네이션이 달린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선생님들을 위한 행사를 열기도 한다. 어린 제자들이 할 수 있는 작은 감사의 표시다. 그렇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생이 된 제자들은 515일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대학에서의
스승의 날관련 행사는 각 단과대학별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외대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오정현씨(, 22)는 학과에서 주최하는 스승의 날 행사에 참여했다. “저희 과 같은 경우에는 스승의 날 행사를 졸업한 선배, 재학생 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홈커밍파티와 함께 하고 있어요. 그동안 관례적으로 교수님께 과에서 구입한 선물을 드렸어요. 그런데 이 방식이 너무 사무적인 것 같아 올해부터 학생들끼리 자발적으로 롤링페이퍼를 써서 교수님께 드렸더니 좋아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오씨는 저는 개인적으로 손 편지를 드리는 편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것이 어색한 학생들도 있다. 중앙대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김민희씨(, 21)는 매년 고3 담임선생님을 찾아뵙고 있다. “평생 잊지 못할 분이라 매 년 친구들과 함께 찾아뵙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술을 워낙 좋아하시는데, 이제는 건강 챙기셨으면 해서 올해는 홍삼액을 준비했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 교수님들은 거리감이 많이 느껴져서 스승의 개념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일 발표된 스승의 날설문조사와도 관련된 대답이었다. 대전대 이의용 교수는 대학교 2학년 이상의 학생 1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34.4%존경하는 교수가 없다고 답했다.

학생 수에 비해 교수의 수가 적고, 학생들은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보니 사제 간의 정을 쌓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나마 지도교수가 배정되어 있어도 제대로 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아 진정한 사제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는다. 졸업생 박예슬씨(, 22)졸업하고 정신이 없다보니 스승의 날이 돌아온 것도 잊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정확히 20년 전, 1992514일 동아일보에 스승의 날 대학마다 사은잔치, 사제 신뢰의 정쌓는다.”는 표제의 기사가 발행되었다. 이 당시에는 건국대 교내 대운동장에서 교직원과 학생이 함께 모여 스승의 날 기념행사를 갖는 등 대학별로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졌다. 요즘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제자가 스승을 만나기 위해 눈을 맞으며 기다린다는 정문입설(程門立雪)’. 스승을 존경하는 제자의 마음, 제자를 위하는 스승의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