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보통 1주차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2주차부터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간다. 그 이후 수업에 쓰이는 자료는 기본적으로 ‘전공서적+유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수업에서는 전공서적을 요약·정리한 PPT자료로 수업을 진행한다. 교수들이 PPT자료를 업로드해주면 학생들은 받아서 각자 프린트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대학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공수업시간에 교수가 “원래 여러분에게 영상자료와 참고자료를 시청, 배포할 예정이었는데 저작권에 걸려서 제공 못하는 점이 안타깝네요.”라며 자료 업로드를 안 해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인물에 조금씩 필기하면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마치 중·고등학교와 같이 손가락에 땀띠나게 필기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조금 융통성 있는 교수들은 “여러분들이 신고만 안하면 돼요.”라는 농담섞인 진담을 하며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 왜 일년에 778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교에서 기본적인 수업자료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걸까?


올해 초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이라는 제목으로 공지사항이 일제히 게시되었다. 저작권법에 의해 ‘수업목적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 납부기준이 고시되었는데, 전국의 대학들이 이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협의 중에 있으니 교수들은 저작권법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최근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업목적저작물이용보상금제’의 영향이다. ‘수업목적저작물이용보상금제’란 수업에 이용되는 광범위한 자료들을 이용하는 교육기관에  일정 보상금을 내라는 것이다. 학교 중에서 초.중등교육법 아래에 있는 초,중,고등학교는 지급면제대상이지만 고등교육법 아래에 있는 대학교는 지급 의무 대상에 속한다. 원래는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수령주체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와 지급의무가 있는 대학의 의견차가 너무 커서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복사전송권협회에서는 4,000원을 주장하고 있고 대학 측에서는 800원 정도를 주장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중재 중인 문화부는 3,000원 정도를 중재안으로 내놓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각 대학의 커뮤니티에서는 ‘어쩔 수 없다. 어디선가 피를 보고 시작해야 할 것 아닌가.’ ‘우리가 내는 등록금이 얼만데, 학생 당 3,000~4,000원하는 돈을 아까워하는 대학에 정떨어진다.’  등의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서모(20)양은  “제도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대학이 이 문제를 질질끄는 모양새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현재 대학 측과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학에서는 한 학생당 4,000원이라는 돈이 모이면 상당히 큰돈이 되어 결과적으로 등록금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복사전송권협회가 모든 저작권을 포괄할수 있는 단체인가에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여태까지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의식 없이 사용하던 것을 이번 기회에 고친하면 학생들이 더 질 높은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을 거라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그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문화부는 둘의 의견차가 너무 크다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업목적저작권’문제가 장기화된다면 학생들이 모든 피해를 뒤집어 쓴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질 높은 자료를 합법적으로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수업목적저작물이용보상금제’로 인해 학생들이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