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오는 길에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같이 점심 먹을까?” 차를 타고서 간 곳은 뷔페였다.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소화시킬 겸 해서 뷔페 주변을 훑다가 눈에 들어 온 것은 국제결혼 포스터였다. 한 동남아 여인이 오른쪽에 서 있었고 왼쪽에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실 분, 100% 후불제’라고 쓰여 있었다. 포스터의 색감과 포스터 종이를 봐서는 오래전에 붙여놓은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포스터 속의 여인의 모습은 웃어도 슬퍼보였다.


국제결혼≒매매혼

 국내 다문화 가정의 비율을 보면 한국인-미국인, 한국인-일본인 등의 비율은 동남아 국제결혼에 비해 낮은 비율이다. 동남아 국제결혼은 최근 6~7년 사이에 특정 국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국제결혼의 대다수가 사랑이 전제되지 않고 조건 있는 만남, 집단 맞선, 매매혼(신랑이 신부 집에 금품을 지급함으로써 성립되는 혼인 형태)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매매혼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이 국제결혼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같은 말이 나오는 이유는 다문화가정의 현주소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최근 10년 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이혼율은 감소하고 있으나 다문화 가정의 이혼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유지되는 기간은 평균 4.7년이며 이혼은 2010년에 1만 4,319건으로 전년보다 4.9% 증가하여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통계청 ‘다문화인구동태통계’ 참조) 이는 사랑이 전제되지 않고 경제적인 이유로 매매혼을 한 가정이 많기 때문에 이혼율이 높아 진 것으로 보인다.


매매혼 보여주기

TV 프로그램을 보면 매매혼 가정의 아내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이는 방송에 내보내기 위한 건전한 사례일 뿐이다. 지난해 KBS의 ‘VJ특공대’에서는 베트남 재혼 원정기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한국에서 결혼에 실패한 5명의 남성이 베트남에서 신부를 찾아 재혼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혼정보 업체를 통해 결혼을 조건으로 1000~1500만원을 주고 결혼 뒤에는 매달 얼마씩을 친정집에 보내주는 계약을 한 일종의 매매혼이었다. 방송 속에는 서로의 간략한 정보만 파악한 후 60살의 재혼 자가 자신의 딸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아가씨를 만나 며칠 만에 결혼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온다. 다문화를 아름답게 포장하기위한 방송국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현실이 방영되는 순간이었다.


결혼, 그 아름다운 것


결혼하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 보는 이도 흐뭇해진다. 그만큼 결혼은 결혼 자체로 행복하고 주위 사람에게 축복받아야 마땅한 일인데 다문화 가정 안에서의 매매혼은 그렇게 여겨지지 못한다. 오히려 매매혼이 증가하면 할수록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정부나 시민사회 차원에서 매매혼을 근절해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스스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