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의 서러운 이야기: 1. 아침에 눈을 뜨면 혼자다. 2. 집에 날 위해 밥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 요리를 할 줄 몰라 매일 김, 통조림, 김치, ‘밥이랑’ 이런 것만 먹는다. 4. 안되겠다 싶어 큰 맘 먹고 ‘자취생 초간단 레시피’를 찾아본다. 그러나 복잡하다. 속은 기분이다. 5. 자주 거르는 끼니, 그나마도 집에서 먹는 건 영양부실, 밖에 나가면 폭식. 점점 건강이 망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준비한 자취생 초간단 건강 레시피, 그 선정기준: 1. 귀차니즘을 소환해서는 안 된다. 간단한 준비 과정. 2. 비싸면 안 된다. 한 끼당 푸드 코스트는 최대 2,500원. 3. 성가신 음식물쓰레기, 애초부터 만들지 않는다. 4. 그 와중에 영양은 구색을 맞춰 건강에 청신호를 주는 레시피여야 한다. 아름다운 500Kcal를 넘지 않되, 균형 잡힌 영양! 5. 이렇게 밥 먹으면 규칙적이고도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뭐든 태클을 걸려는 자가 있거든 여기서 다 해결하고 가는 게 어떨까.
- 영양은 구색을 맞춘다더니 고작 500Kcal라니, 다이어트 식단이냐고? 물론 보기에 따라서 그럴 수 있지만 많이들 세 끼니까 33% 먹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너희들 밖에서 간식 먹고 또 바깥 음식들 칼로리가 집 음식보다 높은 걸 생각을 하고 계산을 해야 돼 안 해야 돼 라고 묻겠다. 바깥 음식들은 지방 함량도 높으니 특별히 '저지방' 레시피들만 수록했다.
- 여기 나온 재료들 그대로 구입했을 뿐인데 2,500원이 훨씬 넘었다고? 수록된 food cost는 1인이 한 번 먹는 양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니 예를 들어 반 캔 사용하는 닭가슴살은 1,400원으로 계산했지만 한 캔은 2,800원인 것이다. 비빔밥 두 번 먹으면 되니 아껴서 잘 드시면 된다는! 만약 그렇게 계산해도 뭔가 안 맞는다면, 그건 저렴한 동네마트 놔두고 편의점이나 SSM을 찾은 벌로 생각하시면 되겠다.
- 별로 맛 없어 보인다고? 일단 먹어보고 말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일수록 만들기도 귀찮고 치우기도 귀찮고 건강에도 딱히 좋지 않은 법, 자취 5년차에서야 깨달은 기자의 냉철한 초이스이니 그저 믿어 달라는 말밖에!


두부두부두부~ 으쌰으쌰으쌰으쌰~
1. 두부를 사와서 포장을 뜯어낸다. 두부는 연두부가 가장 좋겠지만, 취향에 따라 부침두부나 찌개두부나 순두부를 사오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다. 혼자 먹기에 ‘한 모(400g)’는 너무 많고 1인 가구를 위한 250g 상품이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찾아내야 한다.
2. 밥을 준비한다. (상태 호전의 기미가 없는 귀차니스트에게는 레토르트 밥을 추천한다. 마트 가서 대량구매하면 개당 850원 정도의 상큼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3. 먹는다. 두부가 너무 밍밍하다면 취향에 따라 간장, 김치 등으로 입맛을 돋우면 된다.

조리시간: 0분
food cost(1회분): 1400원(두부)
영양: 총 425Kcal. 일일섭취권장량 대비 탄수화물 24%, 단백질 20%, 지방 15%
버릴 것: 두부 포장
설거지할 것: 밥그릇, 간장 종지

두부는 낮은 칼로리에도 불구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같은 양의 컵라면에 비해 칼로리가 4분의 1에 불과한 두부. 체지방 감소에 효과적이고, 칼슘, 비타민E, 미네랄이 풍부한데다가, 필수 아미노산, 즉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으니 이런 음식 어디 또 없다. 두부만 먹으면 너무 밍밍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귀차니즘이 극에 달해 이런 거나 찾아보는 와중에 뭘 더 바라냐고 되묻겠다. 어린 시절 두부 파는 트럭이 종소리를 울리면 두부 한 모 사와서 따뜻한 밥을 먹던 기억까지 추억하게 해 주는 두부, 먹어보면 생각보다 안 질리니 여기서 또 그 매력이 배가된다. 다만 다 먹고 나면 왠지 입 안에서 콩내가 나는 느낌이 들 수 있으니 너무 늦기 전에 양치질을 할 필요는 있다.


영양 보충한 닭가슴살 대충 비빔밥
1. 밥을 준비한다. 비빌 거니까 말이다. 참기름 베이스에 간장만 넣을 것인지 아니면 고추장을 넣어 매콤하게 먹을 것인지는 당신의 자유.
2. 슈퍼에서 구매해온 닭가슴살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이 아이 자취생 수준에서 비싼 아이니까 조심스레 다뤄줘야 한다. 탱탱한 닭가슴살의 형태가 살아있는 제품들보다는 통조림이 싸니 그냥 통조림을 사기로 한다. 그래도 비싸니 반만 덜어서 담고 반은 소중히 냉장 보관한다.
3. 밑반찬이 구비된 ‘불가촉천민’ 수준은 벗어난 자취생이라면 그냥 반찬을 투하해 야채를 보강하면 된다. 그러나 그마저도 없어 냉장고가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렸다고 투정하는 방에 살고 있다면, 슈퍼에서 ‘비빔밥용 새싹’ 같은 것을 사 온다. 딱히 따로 씻어 준비할 필요도 없고 바로 넣으면 된다.
4. 비빔밥은 비빔밥답게 모두 넣고 즐겁게 섞어 준다. 먹는다. 밥, 야채, 고기의 식감이 모두 곁들여지니 자취생 오늘 호강 좀 하는구나.

조리시간: 3분
food cost(1회분): 1400원(닭가슴살) + 1000원(비빔밥용새싹) = 2400원
영양: 약 400Kcal. 일일섭취권장량 대비 탄수화물 23%, 단백질 24%, 지방 11%
버릴 것: 통조림 캔, 그리고 캔 안에 들어 있는 기름은 먹지 마세요. 하수구에 양보하세요.
설거지할 것: 비벼 먹고 빨간 기름기만 남은 최후의 그릇.

비빔밥이야 누가 못 만들고 누가 안 먹겠냐만 문제는 영양일 것이다. 쌀밥에 풀떼기만 가득 채워 먹어봐야 식감도 예상보다 구리고,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슬픈 기분만 드는 것이다. 보통 이럴 때 우리는 ‘계란프라이’라는 완전식품에 손을 내밀지만 이마저도 귀찮다면 그냥 통조림을 뜯을 것을 권유하는 바다. 참기름, 간장, 고추장도 없어서 이런 것마저 만들 수 없다고? 이 레시피도 엄두도 안 나는 것이라고? 그대, 게으름 병이 심각하구만. 자취를 재고하거나 정 자취가 하고 싶거든 주변에서 동냥이라도 해 오는 게 낫겠지 싶다.




나도 이효리처럼~ ‘DO YOU WANNA 두유’ 파스타
1. 파스타면 100g을 끊는 물에 삶는다. 파스타는 원래 면을 삶을 때 면에 간을 하는 것이니 소금을 넣어준다. 이 비율을 기억하라! 물 : 파스타 : 소금 = 100 : 10 : 1, 오케바리? 몇 분 삶으면 되는지는 파스타면을 담았던 봉지에 친절하게 쓰여 있다. 만약 잘 모르겠다면 TV에서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한 가닥을 건져 자취방 벽에 던져 보면 된다. (그러고 나면 후회는 좀 될 거다.)
2. 면이 삶아지는 동안 양파 1개를 먹기 좋게 썰어둔다. 어차피 남 보여줄 것 아니니 길게 썰든 넓게 썰든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양파 써는 일조차 자취생의 소관이 아니라 생각한다면, 그냥 양파는 생략해도 좋다. 파스타 면 고유의 식감을 즐기고 싶다는 말 같지 않은 말로 포장해주면 된다.
3. 면이 다 삶아지기 전에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예열한다. 올리브유 없으면 아무 기름이나 써도 되긴 하지만 다음에 기름을 살 땐 활용도가 높은 올리브유를 선택할지 말지 신중하게 결정하길 권하는 바다. 파스타의 기본은 마늘로 향을 내는 것이지만, 자취생 집에 마늘이 구비되어 있을 리가 없으니 바로 양파를 볶기로 한다.
4. 양파가 어느 정도 향을 내며 볶아지면 아마 저 쪽 냄비의 면도 다 삶아졌을 것이다. 보통은 면을 따로 건져서 올리브유 넣고 조물딱조물딱 거리지만 귀찮으니 팬으로 바로 투하한다. 이때 팬에 면이 붙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면 삶은 물을 약간만 같이 넣거나, 올리브유를 조금 더 흘리면 된다.
5. 두유를 투하한다. 면이 어느 정도 잠길 때까지 두유를 넣고, 중간 불에서 졸인다. 면에 좀 스며들었다 싶으면 이제 먹으면 된다. 내가 이런 것 만들었다고 페이스북에 올리려면 다른 그릇 꺼내도 좋지만, 웬만하면 팬에 들어있는 째로 그냥 먹는 게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조리시간: 10~15분
food cost(1회분): 400원(두유) + 400원(파스타) + 800원(깐양파 1개) = 1600원
영양: 약 470Kcal. 일일섭취권장량 대비 탄수화물 26%, 단백질 26%, 지방 12%
버릴 것: 뱃속으로 다 넣기만 한다면 없다.
설거지할 것: 팬, 냄비

<골든12>에서 이효리는 채식을 이유로 두유 파스타를 먹었지만, 우리 자취생은 귀찮음을 이유로 두유 파스타를 먹을 것이다. 우유로 파스타를 만들려면 계란, 그리고 생크림이나 휘핑크림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두유로 만들면 두유만 넣으면 된다. 두유 파스타는 크림 파스타의 느끼함이 살아있으면서도 고소한 맛이 난다. 조리시간이 좀 걸리지 않느냐고? 잘 생각해보면 라면 끓이는 시간이랑 별 차이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더 건강한 음식일꼬. 두유는 콜레스테롤이 없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관을 깨끗하게 유지시켜 주는데다가 콜레스테롤을 용해시키는 레시친 성분과 노화 방지 기능이 있는 인지질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애초에 파스타야 정성을 더 많이 들일수록 더 다양한 맛이 나는 법이니, 고단수 자취생들은 이 기본 레시피에 버섯, 베이컨, 파프리카, 마늘, 파슬리 등 다양한 재료를 추가해도 되긴 한다. 영양은 과다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