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 진정한 성인으로 거듭나는 ‘성년의 날’이다. 성년의 날은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하여 지정된 기념일’이다. 성년의 날이 되면 어김없이 ‘장미꽃, 향수, 키스’와 같은 낭만적인 단어들이 함께 등장한다. 2012년 성년의 날도 그렇게 지났다. 그러나 성년이 그리 달콤하지 않다는 것을 시인 신해욱은 알고 있다. 이제 막 성년이 된 당신에게 <비성년열전>을 건넨다.

“움직여서 인간의 세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여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게 된 이들을 성년이라 부른다. ‘아직’ 그렇게 되지 못했으되 이제 그렇게 될 이들을 미성년이라 부른다. ‘이미’ 그렇게 되지 않는 이들은, 그러니 비성년이라 부르기로 하자. 미성년은 대기 중이고 비성년은 열외에 있다.”

사실 특별하지 않다.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다. 이 책이 조금 신선하다 느껴진다면, ‘비성년’이라는 새로운 명명과 함께 이들을 찾아 모았다는 것. 책에 소개된 비성년들은 소설, 영화,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이거나 실존인물이다.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나 ‘프란츠 카프카’와 같은 인물이다. 그들과 눈곱만큼도 관계되어 있지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이미’ 관계되어 있다.

고전적인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나’는 누구인가. ‘성년이 되었으니, 진짜 어른이 되겠지’했다면, 허무해진다. 책이 건넨 ‘나’는 슬픈 이름을 가진 외로운 등장인물일 뿐이다. 온갖 아이러니는 다 갖추었고, 거기에 ‘욕망’이 더해진다. 그렇게 포장을 뜯는다. 청년의 우상으로 상징되는「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를 한 겹 벗겨낸다. “홀든 비타민 콜필드. 너의 우유 속에는 비타민이 잔뜩 들어 있으니까.” 콜필드, 그는 우리가 나이를 더 먹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 변해간다’고 했다. 그게 다였다.

욕망의 한 겹을 벗겨내니 ‘고통’이 다가온다. 신해욱 시인은 소설 「조립식 보리수나무」의 두 인물 김희영, 김영희를 ‘김희영희’라 부르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재난을 몸처럼 귀하게 여겨라’는 『도덕경』의 문장을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졌지만, 몸은 차라리 거꾸로 응답한다.” 서로 다른 두 인물의 모습에서 ‘절망’을 찾아 상처를 드러내 보였다. 고통스럽지만, 알 수 없는 곳에 가 닿을 것만 같다.

“니네, 연애하냐.” 고통스럽게 추락하려고 할 때, ‘사랑’이 등장한다.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으나 ‘지독하다’ 여길 수 있다면, 그것이 사랑이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순간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능청스럽게 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우리의 몫. 결국 우리는 ‘인물’이다. 착각 속에 살면서, 많은 것을 껴안으려하는 욕심 많은 인물이다. 그러나 예외는 없다. 우리는 적당히 그렇게 지낸다. 숨기면서 말이다.

마침내 성년이 되었고, 저만치서 마지막 목소리가 들린다. “나도 나의 이야기를 전하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