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5일 국내 최초의 밴드오디션 프로그램인 탑밴드가 성황리에 프로그램을 마쳤다. 이후 밴드사운드를 그리워한 많은 시청자들의 앞에 지난 5월 5일 시즌 2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시즌2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시즌1이 많은 아마추어 밴드들의 경합이었다면 시즌2는 말 그대로 별들의 전쟁이다. 밴드활동을 시작한지 10년도 훌쩍 넘는 피아나 트랜스픽션, 내귀에 도청장치 등 락(Rock)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밴드들이 수두룩하다. 현재 2차 예선의 심사위원으로는 심대철, 김경호, 유영석, 김도균이 맡고 있다. 이렇게 뛰어난 프로밴드들과 명망있는 심사위원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탑밴드 시즌2는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사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밴드음악의 오디션 예능화이며 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의 증가는 한국의 척박한 음악현실을 잘 대변해 준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보여줄 수 있는 창이 필요하고 TV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들의 욕구를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매개체중 하나다. 많은 외국의 아티스트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팬들을 확보하며 올라오는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는 일단 지상파를 통해 그들 자신을 알리는 것이 먼저이고 또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탑밴드 시즌1은 이러한 측면에서 일정부분의 성취를 이루었다. 많은 아마추어 밴드들 혹은 인디밴드들을 알게 되었고 시청자들은 그중 한 밴드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매회 그들을 응원했다. 사실 오디션에 참가한 많은 밴드들이 우승보다 값진 새로운 팬들을 확보했고 많은 선배들의 버프(?)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2가 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유명밴드들의 대거 등장과 토너먼트식의 오디션 프로그램 그리고 TV 예능이라는 것이 함께 맞물려 시청자들은 물론 심사위원들 역시 불만과 곤혹스러움을 겪고 있다.


탑밴드2가 유명밴드들을 대거 출연시키면서 시즌1과의 차별성을 두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방향에 시청자들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많은 유명밴드들의 연주를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TV방송이라는 특수성에 갇혀 그들의 연주를 반도 못 듣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어떤 밴드는 아예 통 편집되어 그저 얼굴만 살짝 비출 뿐이다. 시청자들은 방송이 갖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불만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토너먼트양식이다. 기획자체가 오디션인 이상 참가자를 심사해 떨어뜨려야 한다. 아무리 서로가 유명한 밴드라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사위원들도 이러한 점은 아주 곤란스러워한다. 인지도를 떠나 셋 다 너무나 음악과 포퍼먼스가 훌륭해서 곤란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심사위원들의 취향과 음악에 대한 가치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어 버린다. 이러한 결정은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렵게 하고 더 나아가 심사위원들의 자질논란마저 일으키게 한다.

당연한 삐걱거림이다. 다분히 창조적인 음악을 할 수 있는 밴드라는 형태의 음악과 그것에 서열을 매겨야만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상극이다. 더욱이 노련한 밴드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서열매기기는 사실상 무의미 해진다. 또한 방송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귀를 만족시키기에도 벅차다.

하지만 그래도 탑밴드를 응원한다. 비록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지만 프로그램존재 자체가 음지에 있던 밴드의 존재를 조명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시즌1의 게이트플라워즈의 경우 탑밴드의 조명으로 데뷔 8년 만에 첫 정규1집 TIME을 지난 29일 발매했다. 탑밴드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토요일 밤이면 트위터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응원은 물론, 인터넷 검색순위에 각 밴드들의 이름이 오르는 일도 한국음악씬에서 이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탑밴드 시즌2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유명밴드들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지만 결국 본질은 밴드음악의 재조명이다. 수많은 밴드들이 이제 겨우 열린 창 앞에 그들의 존재를 목청껏 외치고 있다.

토요일 밤 만큼은 헤드셋을 끼고 탑밴드를 보며 락앤롤(Rock&Roll)에 한번 빠져보자.

 * 현재 탑밴드 시즌2의 2차예선 방식은 트리플토너먼트로써 3팀의 밴드가 동시에 심사를 거치고 심사위원들은 그들 중 1팀만을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키는 방식이다. 별도로 심사위원이 갖는 권한이 있는데 이것은 탑초이스라고 하며 한명의 심사위원당 3팀씩 자신의 의지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