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강제 휴무가 시행된 지 한 달이 흘렀다. 실효성 여부에 대한 많은 논란과 여론이 들끓었지만 당분간은 이런 식으로 더 진행이 될 모양이다. 실제로 효과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주변 중소 소매업체 및 전통시장 점포 450개를 대상으로 '의무휴업일에 따른 효과'를 조사한 결과, 평균매출은 전주(4월15일)에 비해 13.9% 증가했다고 10일 밝혔다. 그동안의 실효성 여부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만한 자료다.

결혼 3년차인 주부 장은정(31,여)씨는 “강제휴무를 시행하고 있는지 조차 몰랐어요. 주말에 남편과 장 보러 대형마트에 갔다가 발길을 돌렸지만 인근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거기서 장을 봤어요.” 하고 말했다. 이처럼 강제휴무로 인해 인근 재래시장에서 소비를 하는 경우가 생겼다는 것은 재래시장 입장에서는 반가울만한 소식이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하지만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통해 재래시장이 조금의 이득을 본 건 사실이지만, 이러한 정책이 재래시장 낙후의 근본적인 해결이 되어주지는 못할 것이다.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좋아서 갔다는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의 차선책으로 재래시장으로 갔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형마트의 강제휴무 전날 매출액이 평소의 1.5∼2배가 됐다고 한다. 강제휴무일에 재래시장에서 구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보다 하루 일찍 장을 보는 부지런한 소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행 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재래시장의 고객증가의 기회와 재래시장의 영향력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중소형 슈퍼마켓 881곳을 대상으로 ‘중소형 슈퍼마켓 경영 현황과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동네 슈퍼마켓의 생존 키워드는 ‘SUPER’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다. SUPER는 ‘근거리 입지 활용(Short Distance)’, ‘상점 간 연계(Union)’, ‘상품 및 가격 경쟁력 확보(Price & Product Competitiveness)’, ‘혁신을 위한 자구 노력(Effort)’, ‘소매 지원 체계 구축(Retail Support System)’의 앞머리 알파벳을 합친 것이다. 대형마트의 활성화로 인해 재래시장 못지않게 중소형 슈퍼마켓 역시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중소형 슈퍼마켓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내세우고 목표고객들을 확실히 붙잡아둘 필요성이 있다.

일본의 오사카 센바야시 시장은 일본에서 최초로 아케이드가 설치된 대규모 재래시장이다. 진열된 상품을 1일 2회 교환하는 시장으로도 유명한데 생선을 중심으로 오전, 오후에 한번씩 총 상품을 2회 교환한다. 이 때문에 상품이 교환되는 시간에 맞추어 방문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일본 내에서 가장 저렴한 시장이라는 평가도 같이 얻고 있다. 각종 이벤트는 물론 상점 내부가 세련되게 개발되어 있고 분위기 또한 전문 상점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재래시장도 변해야 한다. 대형마트의 강제휴무에도 아직까지 재래시장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재래시장의 변화가 전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름대로의 내부시설완충과 서비스강화를 위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수익창출을 위한 방법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역시 타이틀만 가지고는 고객유치에 성공을 맛보지 못한다. 대형마트도 나름대로 가격행사와 제품행사를 통한 수익창출을 위해 수많은 노력과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강제휴무 법은 재래시장의 근본적인 문제해결법이 되어주지 못하고 유명무실한 법하나를 추가시키는 것에 그칠 것이다.

그동안의 침체가 대형마트의 탓으로 돌리고 이에 대한 강제휴무가 재래시장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핵심전략이 되지 못한다면 그 원인은 재래시장에 있다. 앞으로 재래시장이 침체를 이겨내기 위한 법이 계속 제정될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 스스로가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형마트의 차선책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간구하지 않으면 재래시장 활성화는 조금 먼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