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새로운 연재, 독립기념일!

성인이 된 20대가 왜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독립기념일'은 가상의 화자 '나'가 부모님의 품을 떠나 독립하면서 겪는 일들을 다루는 연재 소설입니다. '나'의 독립 스토리를 통해 20대의 독립에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하고, 20대의 독립에 대한 고민을 유도하고자 합니다.


3화

독립을 결심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 동안 부모님과 언쟁이 있었는데 결국 허락을 받아냈고(아직도 엄마는 나의 독립을 썩 싫어하신다) 이틀 전엔 고시원 계약도 마무리했다. 내가 꿈꾸던 원룸은 아니지만 내 집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은 고시원도 마음에 들고 또, 생각대로 다 되면 그건 또 내가 생각한 ‘독립’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곳에 만족하기로 했다.

“집 없이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내 나이에 이 정도면 괜찮아.”

그래선지 지금 나는 알 수 없는 기쁨에 휩싸여 있다. 뭔가 잘 될것만 같은 이 기분, 세상이 나를 향해 손짓하는 듯한 이 느낌, 내가 진짜 20대가 된 것 같다. 친구들은 다 집에서 주는 돈으로 통학하고 핸드폰 요금 내고 하는데 나는 이제 아니니까, 아닐거니까 말이다. 물론, 아직도 두려움은 있다. 집만 구했지 진짜 나가 산 것은 고작 하루. 독립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다. 학교 MT를 가도 하루는 자고 온다. 그치만 시작이 반이라고 독립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일주일 전에 비하면 나는 독립에 좀 더 가까워졌다. 처음엔 주위 사람들도 계속 말리고 스스로도 너무 무턱대고 집을 나가는건 아닌가하는 생각에 독립을 망설였다면 지금은 어떻게 해야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망가진 모습이 아닌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직업이 필요하다. 22년을 살면서 모아둔 돈 154만원에서 벌써 한 달 고시원 비용으로 32만원이 나갔다. 이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공기만 마시면서 살면 5개월 정도는 살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각종 식비에 교통비, 생필품, 핸드폰요금까지 한 달에 못해도 40에서 50만원은 생활비로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계산을 해보자. 현재 통장 잔고 122만원에서 한 달 생활비 45만원이 나간다고 할 때 남는 돈 77만원. 이대로 살면 딱 다음 달까진 살 수 있지만 그 뒤엔 빈털털이 신세로 부모님에게 돌아갈 게 뻔하다. 이럴수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답은 아르바이트다.”

무작정 컴퓨터를 켜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아르바이트’를 쳤다. 그러자 재택알바, 주방보조 알바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들이 나왔다. 그 중엔 돌잔치 사회알바같이 생소한 아르바이트도 있었다. 한꺼번에 들어온 알바정보에 혼란스럽던 중 나는 마침 TV에서 한 연예인이 광고하던 알바소개 사이트가 생각났다. 곧바로 검색창에 알바OO을 쳐서 그 곳에 들어갔고 화면엔 포스트잍 수백개를 붙여놓은 듯 엄청난 양의 아르바이트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이력서를 작성했다. 이력서가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을 요구해서 놀라긴 했지만 특기사항은 ‘문서작성을 잘함’, ‘정리정돈을 잘함’정도로 하고 자기소개서는 일단 기본적인 것만 썼다. 이후 채용정보란으로 넘어가 내가 사는 고시원이 있는 서대문구를 택하고 직종은 사무회계를 택했다. 그리고 나는 학교때문에 화요일 5시 이후, 수요일 6시 이후, 목요일, 토요일, 일요일만 일을 할 수 있으므로 근무시간을 고려해서 업종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 시간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76개나 되던 사무회계란 채용정보도 대부분 평일 내내 일하고 주말엔 쉬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와는 별로 맞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처음에 생각했던 문서 관련 업무는 포기하고 서대문구에 있는 모든 아르바이트들을 보기로 했다. 먼저, 햄버거가게 아르바이트를 클릭했다. 홀업무인데 오후에 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어서 눈길이 갔다. 시급도 5,500원이나 됐다. 바로 연락을 했고 어떤 여자분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평일에 다할 게 아니면 안되고 또 오후 3시부터 일을 해줘야 한다고 해서 못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쉬웠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다른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1,750개의 일자리가 있는데 맞는 일자리가 하나도 없다니...”

조금 지쳤지만 바로 다음 알바를 물색했다. 마침‘오후 5시부터 가능한 분’이란 문구가 내 눈에 포착됐고 클릭을 했다. 피자가게 아르바이트인데 장소도 아까 햄버거가게보다 가깝고 시간도 더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이번엔 어떤 남자분이 전화를 받았다.

“제가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오후 여섯시부터 되고 주말엔 풀로 할 수 있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저희 매장 어디 있는지 아시죠? 오실 수 있나요? 면접 좀 보려고
하는데...”

“네?! 네네, 지금 갈 수 있어요. 지금 가도 되나요?”

“네, 지금 오셔도 되요. 와서 점장 찾으면 직원들이 알거에요.”

생각보다 쉽게 면접이 성사되서 기분이 좋았다. 시급은 햄버거가게보다 싼 5,000원이지만 거리, 시간 다 좋았고 무엇보다 연락받은 분이 친절하셔서 재밌게 일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나름대론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피자가게를 향했다. 평소엔 피자 먹으러 갔던 곳을 이번엔 일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고 나는 점장을 찾았다. 그러자 계산대에 서 있던 예쁜 직원이 나를 점장 쪽으로 데려다 주었다. 점장을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면접을 시작했다. 물론, 평소에 생각하던 그런 경직된 면접은 아니었고 압박질문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열심히 할 수 있겠냐고 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하고 바로 해줄 수 있냐고 해서 알았다고 하는 조금은 형식적인 자리기도 했다. 중간에 평일에 다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내 사정을 얘기하니 그 또한 쉽게 풀렸다.

“그럼 이번주 토요일 11시부터 일하면 되는거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드디어 알바를 구했다. 시간은 화, 수, 목은 오후 6시부터, 주말은 풀타임으로 뛴다. 벌써부터 힘들 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내가 독립을 한 이상 일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다. 그러니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단 하루만에 나의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고, 사는 곳에서 가까운 '딱 맞는' 알바를 구했다. 또, 그 곳엔 예쁜 직원과 좋은 점장님이 있고 일하는 동안 ‘짭밥’까지 제대로 얻을 것이다.

“나는 최고의 일자리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