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는 A양은 주 5일 동안 무려 3일이 1교시, 즉 3일 동안 9시까지 수업을 듣기 위해 가야한다. 그녀가 학교를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기숙사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가는 거리는 약 15분 정도이다. 기숙사식당의 운영은 7시부터임을 고려해본다면 그녀가 밥을 먹기 위해서는 7시에 일어나자마자 기숙사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생 중에 7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 학생이 있기나 있을까? 그녀는 항상 불평한다. ‘먹지도 않는 밥값을 왜 내야 하는 거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실

MBC에서 전국의 4년제 대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자료에 따르면, 98개의 대학교 중에서 기숙사 의무식을 시행하고 있는 곳은 98곳 중 75곳이었고 자유식을 시행하는 곳은 16곳, 공개를 거부한 곳은 6개로 나타났다. 약 70%에 달하는 학교에서 기숙사의 의무식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충남대학교의 기숙사를 조사해 보았다. 본 학교의 4인실의 한 학기 비용 75만 1000원 중 식비는 54만 5천원으로 관리비의 2배가 넘는 비용이 식비로 책정되어 있었다. 문제는 식비를 내지 않으면 입사가 되지 않아서 학생들은 불합리함을 알아도 어쩔 수 없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숙사의 식비가 총 비용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른 대학교의 실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학기 기숙사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적개는 20%에서 많게는 70%에 달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된다.


 
          <2012년 충남대학교 기숙사 비용>


식비부담의 이중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기숙사 식당을 이용하지 못한다. 결식을 하게 되는 이유로는 수업시간과 기숙사 식당의 운영시간이 맞지 않은 경우,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싶어서, 식당에서 주는 음식이 맛이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기숙사 밥을 먹지 않는다면 일반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학교에 지불하는 식비와 일반식당에 지불하는 식비까지 두 배의 비용이 지출된다. 현재 기숙사에 살고 있는 A양은 ‘"돈은 냈는데 밥이 맛도 없고 시간도 잘 맞지 않아 사먹게 된다. 그러면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말했다.
 

학생 돈으로 기업의 배 채우기

기숙사식당의 의무식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태휘 과장은 기숙사 이용과 식권은 별개의 상품이므로 그 별개의 상품을 거래하는데 있어 동반된 상품인 식권의 구매를 강제할 경우 끼워 팔기에 해당된다고 했다. 끼워 팔기의 경우 시정명령이나 2%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기숙사의 의무식을 시행하는 이유는 기숙사가 BTL 방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BTL(BUILD TRANSFER LEASE)은 임대형 민자 사업으로 기업에서 기숙사를 지어주고 그 운영권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대다수의 학교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의무식이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엔 학생들의 주머니를 털어 기업의 배를 불리는 셈이 되었다.


서강대에서 기숙사 의무식에 반대하는 시위피켓을 하고 있다.

<서강대에서 기숙사 의무식에 반대하는 시위피켓>

전남대 총학생회는 기숙사의 의무식 폐지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했다. 총학생회측은 공정위에서 시정명령이 나오면 대학본부와 재협상을 갖고 2학기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서강대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했다. 강원대학교의 경우는 의무식으로 운영되던 식당을 주 7일과 5일 그리고 아예 먹지 않는 경우로 나누어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했다.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선택권이 철저하게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기숙사와 기숙사 식당의 이용자는 학생들이다. 지금과 같은 운영에 불만을 느낀다면 행동하자. 더 이상 '기숙사 의무식'을 강요받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