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는 한 학기마다 지정된 교수님께 두 번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졸업하기 전까지 총 10번의 상담을 받아야 졸업이 인정된다. 이 제도를 ‘미래설계상담’이라고 하는데 이는 2009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학교 측은 “대학생활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학업성취에 대한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시행하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상담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반응은 그러하지 않다.

상담이 어렵다

‘미래설계상담’은 ABEEK(공학인증제)의 한 과목으로 지난 2006년부터 공대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었다. 이후 교수들의 의견과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2009년부터는 모든 단대에서 시행하였다. 미래설계상담은 모든 교수의 참여를 원칙으로 하며 교수 및 학생배정은 각 단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상담방법은 면대면상담, 소집단 상담, 인터넷 상담 등이 있다. ‘미래설계상담’은 대학 측의 좋은 의도로 실행했으나 속상 실내를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많다.

“교수님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서 방학 때 상담을 한 적이 있었어요. 학기 중에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일부러 방학 때 상담하러 학교까지 가야 했어요.” 김윤지(21)

교수의 강의 시간과 자신의 강의 시간이 겹치지 않는 시간을 찾기가 어렵다. 또한 강의 시간 외로도 교수의 개인 업무, 수업 조별모임 등으로 인해 수업 시간 외에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시간이 어긋나게 되면 이른 아침시간에 상담시간을 맞추거나 늦은 저녁에 상담을 맞추기도 한다. 이른 아침시간이면 학교 등교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학생에게는 상담이 곤욕 그 자체이다.

“매 학기마다 고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학기마다 2번씩이나 교수님을 찾아가야 하니 부담이 되긴 하죠. 그래서 교수님마다 똑같은 질문을 한 적도 있어요.” 박민우(22)

매번 다른 교수와 상담하기 때문에 여러 교수들을 만날 수도 있고 다양한 상담도 할 수 있어 학생에게는 좋은 제도이다. 하지만 이것은 고민거리가 있는 학생에게는 좋은 제도이나 딱히 고민 없는 학생에게는 상담 자체가 고민이다. 상담하러 가기 전, 무엇을 물어야 될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상담 시간이 짧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여러 질문거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마땅히 좋은 질문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상담 자리에서 고등학교 때 필요할 법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이 나오게 된다.
 

상담이 필요한 이유

대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고 개인적인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상담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상담은 제도가 아닌 상담 자체로 진행 되어야 한다. 상담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담이 제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상담이 상담 자체라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교수와 학생의 소통이 필요하지만 제도이기 때문에 거치는 과정이 많다.

우선 상담을 받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상담 신청을 한다. 교수님이 상담 신청을 보시면 교수님과의 시간을 맞추고 최대한 자신의 시간이 아닌 교수님의 시간을 배려해 맞춰야 한다. 시간이 정해지면 교수님을 찾아뵙는다. 상담하기 전에도 불필요한 과정이 많고 시간이 맞춰지지 않으면 상담이 필요한 순간 상담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상담을 받기 위한 절차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학생들의 상담은 약 10분~20분 정도로 수업 마치고 막간을 이용해서 상담을 받아도 된다. 하지만 제도로 시행되기 때문에 복잡한 과정 끝에 상담을 받게 된다. 정작 상담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과정이나 절차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제도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에 졸업 전까지 상담 횟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에 다른 질문으로 상담 기회를 허비하기도 한다. 제도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최소의 횟수로 지정해놓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할 때에 상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수들은 자신의 학과 학생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런 상담 분위기 조성이다. 딱딱한 분위기, 교수와 학생 사이의 상담이 아닌 인생을 지도해 줄 멘토와의 만남과 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의 상담이 진행된다면 상담이 학생에게 좋은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