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사귄 친구가 강남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아이를 다시 한 번 보게 된 적이 있을거다.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주거지를 봐라‘ 이런 속담이라도 나올 기세다. 우리는 어떻게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적지 않은 사회생활로부터 스스로 터득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알고 있다. 돈이 잘 통한다. 강남에선.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나에게 강남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대라면 일단 ‘돈’부터 시작된다. 높은 물가, 부자 동네, 부동산 투기까지. 이상하게 돈과 관련된 키워드만 떠올려지는 강남의 모습은 언제부터인가 낯설지 않다.
강남이 이렇게 돈과 얽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강남이 돈과 얽혀있다는 표현보다는 돈에 병이 들어버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강남이 걸린 일명 ‘돈병’에 대한 역학조사를 해봐야겠다. 참고로 여기서 언급하는 강남은 한강이남 전체를 일컫는 말이 아니라, 한강이남 동부인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를 뜻함을 알아두자.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강남은 논과 밭으로 이루어진 한적한 시골동네에 불과했다. 하지만 산업화 도시의 길을 걷고 있던 서울 강북의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고 이에 팽창하는 강북의 대안으로 강남이 선택된다. 제3 한강교(현 한남대교)의 건설은 강북과 강남의 접근성을 만들어주었으며 경부고속도로의 개통은 강남개발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이후 강남일대는 정부의 지휘아래 빠른 속도로 개발되어 현재 모습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강남의 역사 때문일까 강남은 지극히 ‘돈’으로만 이루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당시 도시의 개발과 성장과정에 있어서 투기는 불가분의 관계였으니 그리 이상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아무튼 강남의 개발과정에서 강남의 땅값은 수십 배 뻥튀기 되었고 이 과정에서 이익을 얻게 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단군역사 이래 어느 때보다도 수많은 졸부들이 강남개발로부터 탄생하게 되었다. 심지어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주부를 뜻하는 ‘복부인’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하게 되었으니 당시 강남의 땅 투기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간다.
땅 투기의 원인을 살펴보자면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들 수 있다. 개발이익의 사유화는 강남지역개발 사업으로부터 나오게 되는 우발적 개발이익이 개발 사업의 비용부담자인 전 시민에게 돌아가도록 사회에 환수되지 못하고 이것이 토지소유자에게 유보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발적 개발이익이란 토지사업이 시행됨에 따라 예기치 아니하게 그 주변의 지가(地價)가 현저히 상승하여 발생하는 이익을 뜻한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것이 투기의 직접적 원인이 되어 버려 토지가 단순히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인식되어 버린다. 이에 우발적 개발이익을 기대하는 토지의 가수요가 발생하게 되면서 토지의 투기는 증가한다.
강남의 이러한 모습을 도시사회학에서는 'City As a Growth Machine'이라 부른다. 이 용어는 교환가치의 확대를 위한 성장 기구에 의해 도시발달이 이루어지는 도시를 일컫는다. 쉽게 생각해 성장에만 매달리는 도시로 봐도 무방하다. 여기서 성장 기구는 땅주인, 부동산개발업자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다. 처음 강남 개발에 이들이 뛰어들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헌데 여기서 이들만이 유일한 도시의 성장 기구는 아니다. 이들은 일단 1차 성장기구로 분류되고 이외에 정치가, 지방미디어로 이루어진 2차 공조집단과 대학, 극장, 스포츠 집단으로 이루어진 3차 보조집단이 추가로 더 존재한다. 결국 도시전체는 성장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고 만다.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이러한 도시의 체계가 결국 시민들의 생활체계까지 지배한다고 본다. ‘체계에 의한 생활 체계의 식민화’라 불리는 이것은 인간이 경제 성장으로부터 마련되는 물질적 풍요가 그들의 생활세계 속으로 침투되어 시장경제를 원활하게 해주는 일원으로 전락하는 것을 뜻한다. 시민들이 자본으로부터의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지금의 강남이 바로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의원, 공무원 등을 포함 220여명이 연루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처럼 돈의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은 줄줄이 돈에 눈이 멀어버린다. ‘투기’와 같은 부정한 방법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연재 > 동상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상이몽] 카카오톡 - 경제학 vs 컴퓨터공학 (0) | 2012.06.26 |
---|---|
[동상이몽] 남성의 페니스 - 생물학 vs 사회학 (1) | 2012.06.20 |
[동상이몽] 어벤져스 - 정치학 VS 중국문화학 (1) | 2012.06.05 |
[동상이몽] 광고 - 신문방송학 VS 경영학 (0) | 2012.05.29 |
[동상이몽] 아이돌 - 경영학 vs 교육학 (4) | 2012.05.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