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과 YG, 연예인 곧 노동자 곧 상품에 대한 관점차이-경영학

 
1900년대 초반 포드자동차의 성공을 이야기 할 때 으레 등장하는 이론이 있다. 포드가 채택한 F.W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다. 노동자의 과업을 계량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이론은, 차별성과급제, 작업 전문화, 표준화 등을 통해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했다. 과학적 관리법을 통해 포드는 낮은 생산비로 많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었고, 이는 미국 내 자동차 대중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포드가 크게 성장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테일러에 반기를 드는 이론이 등장했다.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경영학자 맥그리거는 XY이론을 제창하며 과학적 관리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를 위해 그는 노동자를 정의하는 두 가지 상반된 관점 XY를 제시한다. 첫째 X이론은 대부분의 노동자가 수동적이므로 기업의 목표달성을 위해서 통제, 명령, 상벌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Y이론은 노동자가 과업의 성공에서 기쁨을 느끼며 경영자는 이 같은 노동자의 의욕과 창의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더글러스는 X이론과 맥을 같이하는 과학적 관리법이 노동자의 창조성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과학적 관리법과 XY이론은 많은 논쟁거리를 낳으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노동자가 곧 상품이 되는 연예 매니지먼트도 예외는 아니다. 슈퍼주니어로 대표되는 SM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SM의 스타들은 노동자보다 상품에 가깝다. SM의 성공요인으로 뽑히는 두 가지는 SMP와 하드트레이닝 시스템이다. 완벽한 군무가 주가 되는 SM 특유의 퍼포먼스 SMP(SM Music Performance)는 SM에게 있어 어쩌면 이수만사장보다 중요한 핵심역량이다.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의 히트곡 대부분이 SMP 댄스곡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오늘의 SM을 만든 것이 SMP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레이닝 시스템 없이는 완벽한 군무가 나올 수 없다. 연습생 시절, 자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일어나 춤을 추었다는 신화의 에피소드는 SM 트레이닝의 단적인 예다. 데뷔 전, 최강창민은 배드민턴을 치다가 매니저에게 명함을 받았고, 서현은 오디션에서 동요를 불렀다. 이처럼 SM은 특유의 하드트레이닝을 통해 얼굴 예쁜 일반인을 SMP의 일부로 만들어 내는 저력을 갖고 있다. 한국의 초기 아이돌 그룹 대부분이 SMP의 아류작이기도 한데, 때문에 젝키는 HOT를 따라잡지 못했고 핑클은 SES를 질투했다. 

그러나 지금, 슈퍼주니어를 국내의 대표아이돌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YG의 빅뱅이 전에 없던 스타일의 음악으로 대중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음악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의상컨셉까지 정하는 이 아이돌그룹은 기존의 스타시스템에서 생산되기 힘든 아이콘이다. 양현석 사장이 맥그리거의 XY이론에 공감했던 것 일까, 빅뱅TV 속 YG 스타들은 자유롭게 작업하며 서로 곡을 주고받고 피쳐링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맥그리거가 이야기한 창의성이 발현된다. 일례로 G-Dragon의 가사는 여타 아이돌과 확실히 다르다. '내 키는 작지만 내 여자는 키커/내 목소린 얇지만 안잠기는 바지지퍼' 슈퍼주니어의 가사를 비교해보자. '슈퍼주니어는 원래 맨자만 빠진 이름하여 힘쎈돌이 슈퍼맨'

두 기획사의 차이는 위기관리상황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YG의 빅뱅은 그 인기만큼이나 많은 논란을 겪었다. 표절, 의상, 선정성에서부터 대마초에 이르기까지 탈퇴처리의 명분이 될 만한 사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YG는 패밀리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항상 소속가수의 편에 있었다. 반면 슈퍼주니어의 강인은 어떤가, 그는 한 번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군대에 가야했다. YG가 SM에 비해 소속가수들을 감싸는 이유가 그들에 대한 존중만은 아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한 이곳의 노동자들은 그 자체로 대체불가능한 생산시설이 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의 실수로도 인기를 잃을 수 있는 연예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약점은 YG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대비되게 SM은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갖는다. 하드트레이닝의 일환으로 소속가수를 철저하게 통제할 뿐더러, 누군가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더라도 그를 대체해 SMP의 일부가 될 인원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과학적으로 관리하여 효율성을 얻는 것과 그들의 창의성을 유도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지는 아직도 논쟁거리다. 애플의 혁신으로 만들어진 아이폰이 스마트폰을 대표하지만, 삼성은 효율적인 따라잡기를 통해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하지 않는가? 국내에선 빅뱅이 싱글차트를 휩쓸지만 유투브 조회수는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에 한참 못미친다. SM과 YG의 코스닥 주가가 비등비등하듯, 하드트레이닝이든 패밀리든 결론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이다.








아이돌 교육과정 평가-교육학

언젠가 아이돌의 트레이닝 과정도 나라에서 계획하고 관리하게 될까? 지금이라면 말도 안 될 얘기다. 하지만 K-Pop의 영향력이 더 강해진다면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다. 지금도 정부에서 나서서 외국으로 나가는 아이돌들에게 그 나라의 에티켓을 가르치는 등 그들에게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생각해 봤다. 아이돌의 트레이닝 과정을 학교의 12년 교육과정과 같이 평가해보면 어떨까?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항목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크게 목표, 내용, 평가를 통해 살펴보겠다. 먼저 아이돌 연습과정의 가장 큰 목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결국에는 상업적인 성공을 얻는 것이다, 교육목표는 사회이념과 인간의 발달적 필요를 반영해야 하는데 ‘성공’이라는 목표는 자본주의 이념과 부합하니 아이돌 트레이닝과정은 사회이념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목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인간의 발달적 필요는 그 과정속에 아예 포함시키지 않은 듯하다. 때문에 아이돌들의 안하무인 한 태도는 자주 목격된다. 블락비 사태에서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예능프로에서 건성으로 방송에 임하는 모습, 팬에게 선물을 요구하는 등 수 도 없이 많다. 이것은 모두 기획사에서 나이어린 학생들을 교육시킬 때 ‘인간특성, 자질’의 발달은 고려하지 않고 스파르타식으로 노래, 춤. 연기만을 교육시켜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 목표는 실현가능성의 측면이라는 요소를 통해서도 평가된다. 목표를 ‘상업적인 성공’으로 잡는다면 그 실현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그 성공의 기준을 이름만 알리는 정도로 잡는다 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수준급’, ‘대형급’, ‘대박조짐’ 신인 아이돌중 살아남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대형기획사의 신인아이돌들만이 살아남을 뿐이다. 지금 당장 네이버에 들어가 검색창에 ‘신인아이돌’을 쳐보라. 기사 속에 등장하는 신인 아이돌 중 내가 아는 아이돌을 헤아려보면 얼마나 많은 아이돌들이 ‘대박’을 꿈꾸다 ‘쪽박’을 차는지 알게 될 것이다. 비공식적통계지만 연예인을 꿈꾸는 지망생들만 해도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왜 아이돌로서 성공하는 것이 ‘고시’에 비견되는지 알만하다. 물론 이 말을 한 소녀시대의 태연은 아주 많은 욕을 먹었지만 그래도 힘들다는 건 사실이다.

아이돌들은 기본적으로 춤과 노래를 배운다. 더불어 요새는 연기까지 배우고 있다. 아이돌은 일반적으로 노래와 춤으로 인기를 얻기 때문에 ‘성공’이라는 목표에 이 교육내용은 적합하고 또 학습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때로는 교육내용이 부실하더라도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는 경우가 있다. 비록 춤과 노래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외모’로 그룹을 빛내주는 이들이 그런 경우다. 대표적인 이들로 샤이니의 민호, 원더걸스의 소희 등이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관점이다.) 브라운관 세계에선 능력이 부족해도 ‘외모’라는 선천적인 능력이 그것을 커버해주니, 완벽한 외모를 가진 이들은 굳이 춤과 노래에 목 멜 필요는 없다. 사실 그 출중한 외모가 목표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긴 하다. 단, 그들이 그룹 안에 있다는 전제하에.

또한 학습내용을 평가할 때 ‘전이가(轉移價)’를 통해 측정하기도 한다. ‘전이가’란 학습한 내용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하는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아이돌들의 교육과정은 ‘학습전이가’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연습생시절에 배운 춤, 노래실력은 물론 예능스킬까지 데뷔 후 아주 알차게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실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2AM, 2NE1, 빅뱅, 소녀시대의 태연 등이 있다. 그러나 ‘학습전이도’가 높은 아이돌들은 실력이 좋은 아이돌의 경우고, 그렇지 못한 아이돌들은 학습전이도가 아주 낮다고 본다. 도대체 연습생시절에 뭘 연습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교육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평가’를 시행한다. 평가를 통해 학생의 성취수준을 알아보고 여기에 맞는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이돌의 연습세계의 ‘평가’는 평가라고 할 수 없다. 실력 있는 아이돌들은 꾸준히 ‘밥상’을 차리지만 실력 없는 아이돌들은 꾸준히 그 밥상을 걷어찬다. 소속사에서 그들에게 전혀 평가와 피드백을 주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설사 피드백을 줬다하더라도 몇몇 아이돌들에게선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있으나 마나하다고 볼 수 있다. 교육은 교육내용을 전달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면 그것은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소속사에서는 좀 더 아이돌들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연습생들을 진정 스타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