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자들은 인간이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분리되어진 순간의 그 불안감, 공포심을 무의식 속에 갖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 불안감은 인간을 근원적으로 외로운 존재로 만들며 때문에 인간은 끊임없이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하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으려 애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인간관계에 대한 압박을 느끼며 살아간다.

S대학교 내 동아리에 속해있는 M씨는 1학기의 동아리 활동 당시, 동아리 활동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그래도 어딘가에 소속되어있다는 것이 그에게 안심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 동아리에 속해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나가는 편이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만날 기회가 줄어들고 그로인해 자연스레 멀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해 충분히 경험해왔기 때문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지만 인간관계의 대한 압박감은 특히 줄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중요한 우리나라에서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학연, 혈연, 지연 등등.. 능력만 가지고는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정도로 우리는 그러한 현실에 익숙해져 있다. 누군가는 그러한 인맥에 대한 압박감은 자기 프라이드 부족이나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 부족의 다른 말이라고 얘기하지만 인맥이 있으므로 사회생활이 보다 용이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수를 해서 K대에 입학하게 된 H군은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2학년 선배들이 자신의 후배를 찾기 위해 후배들에게 차례대로 출신 고교를 얘기하게 했는데, 선배 대부분이 외고출신이고 동기들도 대부분 외고 출신이었다고 한다. 지방 일반고 출신인 H군은 신입생 환영회에서부터 선배들과의 인맥에서 소외되는 듯했고, 그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보다 편한 사회 생활을 위해 단체 문자를 보내며 인맥관리에 애쓰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소수의 사람들과 보다 깊은 관계를 중시해 그런 것들에 소홀한 모습들도 보인다. 어느쪽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어느 쪽이되었던 간에 우리는 인간이기에 그러한 압박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없으며, 때문에 타인들과의 관계와 부대낌 속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방법을 찾는것이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진심과 성의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그 중 열의 아홉은 역시 당신에게 진심과 성의를 다해 응대해올 것이라는 점이다. 상대방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가 언젠가 자신에게 다시 선물이되어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있다면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조금은 덜어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