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대구의 한 시내버스 안. 한적한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버스 뒷문에는 70대 노인(여성)이 하차를 위해 서 있었다. 하지만 버스는 정류장을 지나쳐 버렸고, 화가 난 노인은 “내립니다!”라고 외쳤다. 버스는 도로 한복판에 정지를 했다. 기사는 웃으면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후진하기 시작했다. 왕복 10차선의 대로였다. 
정류장에 한참 못 미치는 곳에서 버스는 정차했고, 결국  노인은 나무와 꽃이 심어진 화단에 내릴 수밖에 없었다.

버스는 ‘서민의 발’이다. 하지만 버스는 ‘도로의 무법자’로 불리기도 한다. 난폭운전과 불친절한 서비스는 버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만 쾌적한 환경은 아닌 것이다. 경기·서울을 운행하는 도내 노선버스의 불친절과 들쭉날쭉한 변칙 운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북부청은 해당 시·군과 함께 도내 55개 시내버스 운송사업체 2천302개 노선을 대상으로 지난 4~5월에 걸쳐 집중 지도 점검을 실시한 결과 51개 업체에서 모두 173건을 위반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반사항별로는 불친절이 91건으로 가장 많았다.


김옥순_가명(58)씨는 대구에 사는 주부다. 매일 같이 버스를 이용한다는 그녀는 “저번 주말에 남편과 파계사 절에 다녀왔다. 그 곳이 버스 종점이었는데, 버스 기사가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타야하는 버스가 그 버스였다. 버스 안에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너무 불쾌했다.”라고 답했다.

직장인 박민호_가명(29)씨는 버스가 시간을 맞추기 위해 난폭운전도 문제지만 너무 천천히 달리는 것도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버스 시간에 늦으면 완전 폭주족입니다. 특히 출근시간에는 상상도 못해요. 그런데 시간이 남으면, 시속 40Km도 안 밟아요. 완전히 기어갑니다. 약속 시간에 늦었는데, 속 터지죠.”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은 어차피 같지 않냐는 질문에는 “차가 막힐 때는 차가 막혀서 늦고, 도로에 차가 없을 때는 천천히 가서 늦고, 솔직히 배차간격이 얼마나 정확히 지켜지고 있는지 우리는 모르니까요.”라고 답했다. 


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사후 관리다. 승객들은 버스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 같은 대중교통인 지하철의 경우, 곳곳에 역사와 역무원이 배치되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손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것이다. 버스의 경우는 다르다. 지하철과 달리 여러 업체들이 같은 노선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신고를 위해서는 버스 번호, 업체 이름, 기사이름을 정확히 알아야 신고가 가능하다. 이 또한 업체에 직접 연락을 해야 신고가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신고내용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정확한 조치가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버스 기사들이 불친절하고 난폭 운전을 하는 배경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중에는 서민층이 많다. 이들에게 버스는 ‘선택’이 아닌 생계를 위한 ‘필수’ 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스는 그들에게 냉정하기만 하다. 불친절한 서비스도 모자라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의 발’이라 불리는 버스가 더 안전하고 친절한 버스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