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포화시장에서 프랜차이즈는 점점 매력이 떨어지는, 그러나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자영업 점포당 평균 손님 수가 이웃 일본의 1/2밖에 되지 않는다 할 정도로 자영업계는 포화상태다. 자영업계의 극심한 경쟁은 각 소상공인으로 하여금 검증된 프랜차이즈에 의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점포 역시 과다경쟁으로 인해 절대적인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대부분의 창업은 퇴직금 혹은 대출금으로 이루어지는데, 그렇게 연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폐업률은 한해 평균 12%에 달한다. 국세청 조사 결과 2010년 일반사업자(개인사업자 가운데 간이사업자를 제외)의 폐업률이 14%임을 감안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2010년에만 1만 7367곳의 프랜차이즈 점포가 폐업했다. (국민일보 4월 10일자) 그러나 가맹점주는 어쩔수 없이 최소한의 안정과 성공을 보장한다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약속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직접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가맹점주의 입장은 어떨까? 모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의 점주 한 분을 모셨다. 

Q 상권의 특징과 가게의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주세요. 
A 사무실은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주거단지 안에 포섭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근처에 기아 공장이 있어서 유흥상권이 발달해 있어요. 학원, 병원과 단란주점, 마사지 업소가 나란히 있는… 주거단지와 유흥상권이 기묘하게 결합된 곳입니다. 가게는 10평짜리고, 정규직원 4명과 아르바이트생 2명을 쓰고 있습니다. 

Q 사장님 개인의 근무시간은 어떻게 되세요?
A 평균 주 60시간 일하고, 때론 그보다 더 일합니다. 하루 10시간 일하는 꼴이고, 주당 하루 쉽니다. 

Q 본사에서 가맹점에게 해 주는 일에는 무엇이 있죠?
A 본사에서 나오는 수퍼바이저가 있어요. 원래 주당 1회는 가맹점에 들르게 되어 있는데 지금 본사 성장세가 엄청납니다. 3개월 전 제 가게를 창업할 때 제가 152호점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2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한달에 신규점포 20곳을 오픈하는 셈이고, 그러다보니 수퍼바이저 1인당 서른개 가맹점을 커버해야 하는 지경이에요. 한달에 한번 겨우 얼굴을 보는 정도죠. 본사에서는 모든 면에 있어 표준화와 규격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수퍼바이저가 와도 지적하기 바쁩니다. 무슨 지원을 해주러 온다기보단 감시하고 처벌하기 위한 방문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를테면 모든 **떡볶이 매장에는 동일한 모양의 시계를 걸어야 합니다. 제가 시계를 달기 싫다고 했더니, 인테리어 업자한테 시켜 업자 부담으로 시계를 기어코 달게 하더군요. 본사에서 점주의 개성을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교육 지원 같은 것은요?) 오픈 전에 2주짜리 교육을 받고 그 이후론 받은 적 없어요. 

Q 한달 매출액 중 보통 몇퍼센트 정도 본사로 가나요?
A 40% 이상 본사로 갑니다. 로열티와 본사 이익을 붙인 재료비 값이죠. 모든 재료는 본사에서만 받아써야 하거든요. 최근 가뭄 때문에 고구마 품질이 떨어져 본사에서 고구마 튀김 판매 정지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입(私入)을 엄격히 금지시켰어요. 떡볶이가 매우니까, 가게에 아이스크림 기계라도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사에서 금지하니까 절대로 할 수 없어요. 

Q 본사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프랜차이즈 본사가 떼어가는 몫이 너무 많고, 본사가 한사코 목좋은 곳만 고집하기 때문에 점주가 부담하는 임대료가 너무 비싸요. 본사 측에서는 어떤 지역의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가게가 건전하게 유지되기 위해선 이 정도가 필요하다, 하는 최소 예상 매출액 데이터 같은게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는 아랑곳않고 무조건 점주를 목좋은 곳에 밀어넣는거죠. 그리고 계약 전에 인테리어 비용 같은 부분을 100% 솔직하게 오픈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 비용은 얼마 드셨나요?) 7,8천만원 정도 들였습니다. **가 너무 빠른 성장을 했어요. 그래서 본사 지원도 어렵고 특히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합니다. 관리도 관리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아요. 

'자유프랜차이즈'를 표방하는 미국 Great Harvest Bread Co.의 한 가맹점. 사진은 본사 제공.



인터뷰 끝에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물었을 때, 대답은 단순했다.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오늘의 프랜차이즈는 이 소박한 바람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은 거의 잊혀진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맛있는 설렁탕, 맛있는 떡볶이, 맛있는 감자튀김의 비법을 나누는 교육 공동체였다. 미국의 유기농 곡물빵 체인인 Great Harvest Bread Company는 희안한 계약서를 가지고 있다. 그 계약서에는 “이 계약서에서 금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허용된다”라는 조항이 들어있다. Great Harvest Bread Company의 본사가 하는 일은 몇가지 핵심 원칙을 제외하곤 점주의 개성을 철저히 존중하되, 점주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도록 수평적 네트워크를 마련해주고 네트워크를 지원하는데 대부분 집중된다. 현재의 프랜차이즈도 건강한 진화를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