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풍경, 대기하는 사람들.
관람객 유치 실패라고 불리는 세계여수박람회지만 막상 가본 박람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관람객들은 입장시간인 8시 30분 이전부터 표를 사고 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개장시간 30분도 되지 않아서 박람회 최고 인기인 아쿠아리움은 대기시간만 2시간이었다. 다른 곳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첫 입장시간이 9시 20분인 대우해양로봇관도 8시 30분부터 대기하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그리고 몇 시간 되지 않아 곳곳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 이투데이


“학생, 미안한데 허리가 아파서 앞으로 먼저 갈게.”

한국은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려왔다. 하지만, 그래서 일까? 어르신께서 학생들에게 자리를 비켜줄 것을 공공연하게 요구한다. 특히 아쿠아리움의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 다리 아픈 사람들을 위해 설치한 의자 위를 걸어가면서까지 새치기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대기 통로가 넓어 앞사람을 밀면서 앞으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결국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사람이 너무 많아 질서가 통제되지 않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행이 저기 있는데 앞으로 좀 들여보내줘.”

입장하는 곳에서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일행이 있다고 해서 앞으로 갈 수 없으니, 일행 분들께서는 같이 입장해 달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일행이 있으니 같이 관람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미리 안내를 드렸기 때문에 일행이 있어도 뒤에서부터 대기해야 한다고 관람객에게 말을 하지만 그들의 말은 듣지 않는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화풀이를 하고는 되돌아간다. 하루에 수십 번씩 듣는 말에 그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진다.

“여수 박람회는 금연 박람회입니다. 라이터는 여기에 두고 들어가 주세요.”
 

어떤 관람객이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하는 다른 관람객에게 라이터를 꺼내보였다. 그러면서 영웅담을 늘여놓듯  “라이터를 2개 가지고 와서 1개만 내놓으면 아무도 안 잡아요.” 라고 말한다. 자랑스러운 듯 껄껄 웃는 그의 모습이 한심하게 보인다. 세계여수박람회는 정부가 노력해서 만드는 박람회가 아닌 시민 관람객들의 참여와 질서를 통해 만드는 박람회다. 특히 정부에서 금연 박람회를 선언하였기 때문에 시민들도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금연 박람회는 생각보다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흡연자를 위해 흡연구역도 만들어 놓았지만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이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실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휠체어를 타신 분께서는 이쪽으로 입장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번 박람회에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가지고 오는 관람객을 위해 입장을 우선적으로 해주고 계단을 이용할 경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고 있다.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관람객들이 있다. 출구에서는 휠체어에 앉아있던 분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 모 양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휠체어를 이용한 이상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해드리고 있는데 겉으로는 어디가 불편하신지 모르고 또 물어볼 수도 없다는 걸아니까 그런 부분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죠.”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관람객이 무질서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줄도 잘 서고, 금연구역에서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의 잘못된 모습이, 모든 관람객의 모습인 양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둬야 한다.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박람회인 만큼 무질서한 한국의 모습이 아닌, 질서 있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