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5월, ‘고대 의대 성추행 사건’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린 일이 있었다. 박씨 등 3명의 남학생이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 모습을 촬영한 사건이었다. 게다가 이들이 내로라하는 의대 학생들이라는 사실에 국민들은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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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해 9월, 이 사실이 밝혀지자 고려대는 고작 이들에게 재입학이 불가능한 출교 조치의 징계를 내린 게 다였다. 출교 처리가 되면 학적이 삭제되고 재입학이 불가능하다. 이 말은 해당 학교의 재입학이 불가능 하다는 것뿐이었다. 이 사실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사건이 보도되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이후 사건에 대한 관심이 뜸해진 건 사실이다.

그 사이, 피해 학생은 또 다른 피해들을 겪고 있었다. 먼저, 누리꾼들의 피해 학생 신상 털기는 기본이었다. 그리고 가해자 배씨의 어머니가 피해학생을 인격 장애로 모는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이를 유포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 배씨의 어머니는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진실 찾기>라는 인터넷 카페도 개설했다. 정말 대단한 모정이다.

그러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했던가. 무슨 일이든 결국은 올바른 이치대로 돌아간다. 이제야 제대로 된 판결이 났다. 28일인 어제, 대법원은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고려대 의대생 박씨와 배씨에 대해 각각 징역 2년 6개월,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참, 오래도 걸렸다. 이번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말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가해 학생들을 옹호하는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남녀평등’을 운운하며, ‘피해 학생의 자작극이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어처구니가 없는 의견들이었다.

지성이 꽃피는 대학에서, 그것도 의사를 준비한다는 학생들이 벌인 일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건은 마무리 되었지만, 이 사건에 얽힌 관계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들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건의 시작과 끝을 지켜본 이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지켜보는 이들의 관심이 지속되지 못한 것도 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주의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