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안이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 돼 통과된 것으로 밝혀졌다. 양국은 이르면 내일쯤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다. 군사 협정상대가 일본이라는 점,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 밀실에서 몰래 처리되었다는 점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군사정보보호협정에는 양국이 공유하는 군사 정보를, 제3국에 누설하지 않는 등의 국가간의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제도가 명시되어있다. 협정이 이루어지면 바로 양국의 군사 기밀 정보가 공유된다. 밀실에서 졸속으로 처리할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1년 반 이상 협의해온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즉석안건으로 내 걸었고, 게다가 국무회의 직후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도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은밀하게 처리하려고 한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민들의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서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는 것을 포기한 셈이기 때문이다. 해방 후 처음으로 일본과 맺는 군사 협정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못했고, 심지어 정치권과의 어떠한 합의도 거치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김관진 국방장관이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크고 정치권에서도 우려하는 만큼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치겠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정부는 졸속으로 협정을 체결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군사협정 상대는 다른 국가도 아니고 일본이다.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는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쉽사리 납득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한일 군사협정의 필요성을 설득시키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최소한의소통의지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국민을 기만하기까지 했다. 중대한 외교 사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해서 벌어졌던 ‘광우병 사태’를 겪고도 정부는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그리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같이 추진해 나가던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맺게 될 경우,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오히려 우리가 도움을 주는 셈이 된다. 또한 이번 협정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이번 협정이 북한, 나아가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첫 걸음이 될 경우, 중국을 자극해서 외교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일본과의 군사협정은 정부가 마음대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향후 동북아 정세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며, 국민 감정과도 연결 된 문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중단하고, 사회 각계의 여론을 수렴해나가는 과정을 밟아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