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면 군 병력은 최소 100만, 일반인은 500만 이상이 전멸한다. 이건 1994년 기준이다. 현재면 2배 이상이 될 것이다. 남북 둘다 6, 70년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40살 이하 남자는 거의 다 죽는다고 보면 된다. 그야말로 민족의 공멸이다"

종영된 드라마 <더킹투하츠>의속 드라마대사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벌어 졌을 때 생길 참혹상을 이렇게 나열하고 있다. 결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그런 전쟁을 1950년 6월 25일, 지금으로부터 62년 전 이미 치른 바 있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한반도를 두 조각냈고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총구를 겨누게 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우리가 6.25전쟁에서 배워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전쟁에 대한 경계심,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이 전쟁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아직도 6.25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이념적, 사상적 대립을 종용하고 있다.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5명중 1명이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에 의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6.25전쟁이 중요한 이유는 누가 먼저 공격했느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육해야 하는 것은 전쟁이 누구의 책임이냐가 아닌 전쟁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전쟁의 책임을 묻는 주장이 강해질수록, 이념적, 사상적 주홍글씨를덧칠하려는 시도가 빈번해질수록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으며 통일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 전쟁기념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겐 야권에 대한 이념 공세는 6.25전쟁의 정치적 이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특히 이번 62주기는 대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 사태를 다시 문제 삼을 수 있는 적기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과거의 유물을 무덤 속에서 꺼내 놓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전쟁의 공포를 앞세운 색깔론이 허용된다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던 1960, 70년대로 돌아가는 거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6.25라는 굴레가 지금도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동안 6.25전쟁은 반정부적 인사·단체의 입을 막고 손발을 묶는 수단이 돼왔다. 전쟁에 대한 공포는 이승만 정부뿐만 아니라 군사독재정권 아래서도 이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기제로 이용됐다. 조봉암 진보당 총재는 북한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했으며 민주화를 외치던 학생들은 고문을 당했다. 독재정권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 북한의 존재를 적극 이용한 셈이다. 거기다 정세가 불안정해졌을 때 북한이 쳐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는 한동안 복지에 대한 욕구와 요구를 잠식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당연히 6.25가 사상의 자유와 그에 따른 행동을 막는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될 것이다. 6.25의 복기에서 안보뿐만 아니라 평화에 대한 논의도 동반돼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진전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나라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본색을 드러내는 건 평화가 보장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