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이 미치도록 수치스럽진 않은데 가족들이나 친구한테는 못 말하겠어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대생 김지은(가명,23)씨의 말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떳떳하진 못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았고 밝은 모습이었다. 쉽지 않았을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허락을 내렸다. 

남들보다 어려운 형편의 여대생 김씨는 그전까지는 등록금을 위해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던 도중 '여대생 환영, 시급 삼만 원 이상 무조건 당일지급'이라는 조건의 아르바이트를 보게 되었고 전화를 걸었다. 몇 살이냐, 키랑 몸무게는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고 일단 와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김씨는 텐프로에 나가게 되었다.

ⓒ한국일보 '하룻밤 10바퀴…룸살롱 ‘에이스’ 수입 “억”' 기사사진(본문과 관련 없습니다)

 
텐프로를 선택한 이유
 
1년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김씨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 등 가리지 않고 했었다. 하지만 학기 중에는 많이 벌기도 힘들고, 방학 중에 다른 것 안하고 꼬박 아르바이트만 해도 200만원을 벌기가 힘들었다. 학업을 위해서 하는 일이었지만 학업에 소홀하게 되고 주객이 전도된 거 같아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친구들의 경우 등록금을 부모님이 부담하시거나 단순히 용돈을 벌기 위해서 알바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했고 부모님께서는 학교를 다니지 말기를 원하셨어요. 상황이 조금 극단적이었고 스스로가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라고 말했다. 덧붙여 “내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내가 벌어서 학교를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죄책감이나 수치심보다는 지금 당장 필요한 돈 생각이 먼저 났어요,”라고 했다. 수입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보통 하루에 6시간 일해서 20만 원정도 벌 수 있고 술자리 이상으로 진행되는 것, 소위 말하는 2차(성 접대)는 두 배가 넘는 돈을 받는다고 답했다. 2차를 가는 건 일하는 사람의 마음이지만 보통 돈 때문에 가는 편이라고 했다.

김씨도 일을 하기까지는 많은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김씨는 “제가 고민을 하니까 사장님께서 하는 말이, 회사에 취직해서 일 해봤자 한 달에 얼마 벌겠느냐는 거예요. 집에 돈 많은 거 아니면 다 똑같다고. 바짝 벌어서 돈 모아놓고 장사를 하든 뭘 하든 지금보다 상황을 낫게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처음에는 자존심도 상하고 눈물이 날 뻔도 했는데 왜 안 되나 싶더라구요. 물론 하지 않으면 좋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돈 때문에 공부할 시간 뺏기는 것보다 빨리 등록금 마련해서 공부할 시간 마련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거나 떳떳하냐는 질문에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일이 나를 망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돈에 대해서,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돈이 뭐 길래 내가 이렇게까지 일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미래에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일 해야 할지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내일신문 '키스방·안마방 등 ‘학교앞 변태업소’ 정부단속 겁 안낸다' 기사사진(본문과 관련 없습니다)



현장에서 본 여대생의 삶
 

술집이 즐비해 있는 유흥가에 가면 ‘여대생 마사지’, ‘여대생 키스방’이라고 쓰여 있는 명함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신문, 방송 등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외국인에게 비춰진 한국의 모습, 관련 업소 단속 따위의 내용을 다룬다. 또한 알바몬, 알바천국과 같은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에서 여대생을 구한다는 유흥업소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를 통한 간단한 검색만으로 여대생 특화 아르바이트에 접근할 수 있다. 이는 곧 이러한 업종이 성행하고 있으며 아르바이트에 대한 여대생들의 수요 또한 적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

“제가 일하는 곳만 하더라도 여대생 숫자가 엄청 나요. 등록금 때문에 일하는 학생들도 많고 성형이나 명품구입, 여행 등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일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같은 곳에서 일하는 학생들에 대해서 묻자 김씨가 한 대답이다. 처음 면접을 볼 때도 사장의 전화벨은 수시로 울렸다고 한다. 그러자 사장은 워낙 여대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며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또 이 일에 대해서 사장은 목표 액수를 정해서 일하고 빨리 나가는 것이 좋다고 했고 김씨도 현장에서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다들 목표하는 액수를 달성하더라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이 직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계속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누구의 잘못인가

유흥업소나 키스방과 같은 신종변태업소, 유사성매매업소는 불법이다. 성매매는 특별법에 의거하여 금지된 불법행위로 엄격한 단속 대상이기도 하다. 김씨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떳떳할 수 없다. 김씨처럼 밤에는 자신을 숨긴 채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여대생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등록금에 떠밀려 혹은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라는 현실에 굴복한 여대생들. 누군가는 이런 길을 선택한 그들을 힐난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하고 욕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될 일이다. 같은 20대라면 친구나 동생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자식을 둔 부모라면 자신의 자식한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곳에 나가는 그녀들이 잘못인지, 그곳을 이용하는 남성들이 잘못인지를 따지기 전에 친구, 동생일수도 있는 그녀들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