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후텁지근해지면서 길거리에는 민소매 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어김없이 노출의 계절, 여름이 온 것이다. 노출의 계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유행코드가 있으니 바로 ‘다이어트’이다. 여자들은 둔탁한 허리대신 잘록한 허리를 내보이기 위해, 남자들은 출렁거리는 뱃살대신 식스팩을 선보이기 위해서 지독하게 다이어트를 한다. 다이어트 방법 또한 정말 다양하다. 단기간에 살을 빼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는 제한하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만 먹는 ‘단백질 다이어트’, 종이컵에 음식을 담아 딱 그 정도의 양만 먹는 ‘컵 다이어트’ 등 갖가지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 너도 나도 다이어트에 목을 매는 요즘, 굶는 것도 모자라 듣도 보도 못한 엽기스러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3봉지, 과자로 모델 몸매를 꿈꾸다.

정상 체중이던 박지수(대학생·21) 씨는 어느 날 잡지에 나오는 모델들의 마른 몸매를 보고 다이어트 결심을 했다. 무조건 굶어도 보고, 삼시 세 끼를 포도만 먹는 포도 다이어트도 해봤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바로 폭식증이었다. 그래서 박 양은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하기로 작전을 짠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과자 다이어트!’ 일명 과자 다이어트는 보통 여자들이 하루에 섭취해야 할 기초적인 열량(1000-1200kcal)만큼 과자만 먹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저열량 다이어트 방법이라, 이론적으로 얼추 살이 빠질 것이라 박 양은 예상했다.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과자 다이어트를 통해서 2주 동안 3kg이 빠지는 쾌거를 거뒀다. 하지만 근육이 빠지고, 그 자리에 출렁거리는 지방이 생겨 오히려 몸의 치수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기고 말았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몸무게가 빠진다고 해서 살이 빠진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것이다. 박 양은 이런 부분을 간과했고, 결국 그녀는 아직까지도 갖가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배부른 비만보다, 배고픈 정상체중을 원하다. 

김성준(대학생·22) 씨는 학창시절 남들보다 좀 더 우람한 몸 때문에 ‘돼지’라고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 별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엽기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바로 ‘한 끼 다이어트!’, 공복으로 아침에 학교 운동장을 10바퀴 돈 후 물을 1L마신다. 그리고 점심이나 돼서야 첫 끼를 먹고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저녁은 굶고 집까지 한 시간을 걸어 하교를 했다. 그리고 난 후 줄넘기까지 하고 나서야 그의 하루 일과는 끝이 난다. 먹는 것 없이 많은 시간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해 그는 원하는 몸무게를 달성했다. 하지만 발목에 무리가 와서 몇 주 동안 깁스를 하고 다녀야 했고,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소위 ‘물만 마셔도 찌는 체질’이 되는 부작용을 감내해야만 했다.

몸에 남은 독소를 빼주는, 사랍잡는 레몬디톡스 다이어트.

박미은(회사원·29)씨는 다가오는 여름을 맞아 친구들과 야외 수영장에 가기로 하였다. 그녀는 수영장에서 ‘제시카 고메즈’같은 몸매를 뽐내며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을 상상하며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결심도 잠시 뿐 작심삼일로 다이어트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녀는 어느새 친구들과 약속한 날이 보름 남짓 남은 것을 깨닫고 긴급처방으로 ‘레몬 디톡스’라는 위험스러운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일명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는 몸에 남은 독소를 빼주면서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방법은 물 2L에 레몬즙을 짜서 시럽을 약간 넣고 하루종일 그 물만 마시고, 고체 음식은 일체 먹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악착같은 마음을 먹고 이 다이어트를 보름 동안 시도 했다. 하지만 몸에 독소를 빼주기는 커녕 박 씨는 빈혈과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후 식탐이 늘어 원래 체중 보다 더 나가게 되어 상당한 요요 현상을 겪었다. 


 

다이어트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이들 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다이어트를 한번쯤은 해봤을 터. 그렇다면 왜 남녀를 불문하고 이렇게 먹는 것을 줄여가면서, 몸을 혹사시키는 다이어트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왜 현재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몸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폭식증을 치료하며 유명인사가 된 수지 오바크는 세계인들이 ‘전염병’에 걸렸다고 말한다. 그녀가 말한 이 병은 멀쩡한 사람도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병이다. 그녀는 대중매체가 바비 인형 같은 서구인의 몸을 TV에 비추면서 현대인들에게 그들이 가져야 할 ‘유일한 몸’이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이것이 사람들에게 몸매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갖게 하고, 결국 이러한 현상이 사람들에게 전염병으로 퍼지는 것이다. 최근 짐승남, 꿀벅지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몸에 불만을 갖고 정체성 혼란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 또한 이미지의 허상이 만든 병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 중에는 완벽한 모델의 사진을 붙여놓고 그 모습을 목표로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사진 속 모델조차 실제로는 그 모습이 아니다. 메이크업과 사진기술, 그리고 포토샵의 힘을 빌려 `변신`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현대의 대중매체가 낳은 S라인과 식스팩의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이 같은 몸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증에 갇혀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몸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현상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점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원하는 아름다운 몸을 가지기 위해서 건강까지 해치는 치명적인 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몸 문화 연구소의 김종갑 소장은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은 게 인지상정다. 하지만 S라인이 식스팩만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마른 몸매든 아니면 약간 과체중이든, 쌍꺼풀이든, 홑 꺼풀이든 그것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하면서 그게 몫이 돼서 ‘자기 개성을 만들어 낼 때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라고 말한다.
 
이쯤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 몸을 대중 매체가 보여주는 이미지에 맞게 제작해야 할 상품처럼 생각하는 것이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의 추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더불어 건강한 정신이 평화롭게 깃들어갈 존재로써 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해봐야 한다. 올 여름 천편일률적인 외모와 몸매보다는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개성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