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전당에서 처음으로 개막식을 열었다. 축구장 2.5배 면적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붕과 그 아래 조성된 4만 2천 6백여조의 LED가 천장을 수놓고 있는 영화의 전당은 그야말로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영화의 전당. 하지만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영화의 전당 오픈 이후 빗물 누수 문제가 생겼고, 최근 누수 보수 공사를 진행하던 한 인부가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LED가 켜진 화려한 영화의 전당.(photo by 고함20)

 
 

기자는 영화의 전당 안내데스크 직원들과 경비원에게 정말 비가 오면 건물에서 빗물이 새냐고 물었다. 그러자 직원들은 비가 많이 올 때나 빗물이 새지 그렇지 않으면 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고, 음악 공연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뛰어 놀기도 하는 이 공간에 빗물이 늘 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누수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직원은 천장이 유리가 되어 있는데 그 유리틈을 막아주는 것이 부식되는 바람에 빗물이 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완공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영화의 전당이 부식문제로 누수 문제가 발생하다니 기막힌 일이다.



기자는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빗물 누수에 추락사까지 발생했는데 보수 공사를 진행하지 않느냐고 한 가지 질문을 더 했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이미 보수 공사는 마무리 지었다. 현재 한진중공업에서 상주하고 있으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와서 보수 공사를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영화의 전당을 찾았을 당시 누수 문제와 추락사가 발생한 시일은 그리 멀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보수 공사가 완료됐다는 소리에 놀랐다. 직원은 또 "물이 새거나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 테이프를 부착해 둔다. 그러면 한진중공업 관계자가 와서 보수를 한다"라고 덧붙였다. 즉, 건물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마치 찢어진 옷에 천을 덧대는 식의 보수 공사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부산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의 전당. 기네스 인증까지 받았다는 세계 최장 외팔보 지붕의 이곳. 무려 약 1700억원이 투자된 이곳에서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천장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는 영화의 전당. (Photo by 고함20)


배수시설이 설계되어 있지 않은 영화의 전당

계속되는 누수 문제로 영화의 전당 시설을 살펴본 결과 영화의 전당은 설계 당시부터 별도의 배수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진중공업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는 기둥부분인 더불콘과 천장인 빅루프, 스몰루프로 구성됐으며 이들 시설은 '하늘과 땅의 소통'이라는 계념으로 설계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차수 장치와 배수시설을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2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영화의 전당 비프힐 천장에서는 빗물이 떨어지고 직원들이 플라스틱 통으로 빗물을 받아내는 우스운 광경이 연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영화의 전당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배수구 물이 역류하는 현상까지 봤을 때, 영화의 전당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허술한 설계 탓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화의 전당, 부산시의 무데뽀 정신의 졸속 개관이 문제

이 거대한 영화의 전당은 단 3년 만에 지어졌다. 한 예로 쿱 함멜브라우사가 설계했고 영화의 전당과 쌍둥이 건물이기도 한 BMW벨트(BMW본사 홍보관)는 8년에 걸쳐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영화의 전당을 단 3년 만에 지은 것이다.

이에 한 인터넷 뉴스에서는 부산시 건설 본부장이 "디자인과 설계가 비슷한 독일 BMB벨트는 시공이 8년 걸렸지만 규모가 훨씬 큰 영화의 전당은 3년 밖에 안걸렸다. 기적이다"라며 오히려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으로 영화의 전당이 지어지다보니, 실제로 지난 해 BIFF 행사는 준공 검사조차 받지 않은 사실상 불법 건축물에서 행사를 진행되기도 했다. 급한 대로 가승인만 받아서 대통령을 모셔 개관식을 진행하고 바로 1주일 뒤 부산 최대의 국제 행사까지 치른 것이다.

졸속개관과 설계, 시공의 문제로 계속된 누수 문제가 발생하는 영화의 전당. 최근에는 추락사까지 발생해 기자는 적극적으로 보수 공사를 실시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영화의 전당은 고요했다. 직접 찾은 영화의 전당은 오히려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로 시끄러웠다.

단기간에 그 거대한 건물에서 발생한 누수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또 다시 빗물 누수 문제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있을까. 영화의 전당은 이미 부산의 한 자랑거리가 됐다. 매년 진행되는 BIFF, 많은 사람들의 문화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는 이곳에서 더 이상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애초부터 허술한 설계를 바탕으로 지어진 공간이라면 비가 올 때는 영화의 전당을 찾지 않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일인 것일까. 부산시는 누수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보수공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