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나오는 기사에 빠지지 않는 것이 ‘스타벅스’ 관련 기사이다. 덕분에 커피를 손에 든 모든 20대는 스타벅스를 먹여 살리는 충성도 높은 단골손님으로 둔갑한다. 더욱이 한결같은 댓글들까지 더해 기사의 날짜만 바꾸면 작년 혹은 재작년의 기사와 다를 바가 없다.

'스타벅스의 매장은 올해에도 불황을 뚫고 거침없이 증가하였고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테이크아웃하여 뉴요커를 흉내 내는 젊은이들은 여전히 개념상실중이다.’ 베플은 ‘저런 된장녀들은 마녀사냥으로 한방에 보내버려야 한다.’정도의 수준이다.




다방의 진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정치인들의 밀담과 문화 예술인들의 100분 토론 스튜디오가 되었던 곳. 개인사로 치면 첫사랑과의 데이트 혹은 이별의 마지막 말을 고하는 장소로서 제 몫을 유감없이 발휘한 곳이 바로 다방이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며 종합예술의 장소로 각광을 받기도 하고 룸펜의 온상이자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 다방이 까페와 커피숍이라는 이름을 달면서부터 엄청난 번식을 시작했다. 다방보다 왠지 있어 보이는 이름의 간판은 주문시 “커피주세요.”를 “모카프라푸치노 톨 사이즈 테이크아웃이요.”로 변모시켰다. 만남의 광장은 무선인터넷이용객들과 자기계발족에 의해 점령당했다. 1902년, 서울에 최초로 호텔식 다방이 생겼다고 하니 백여년이 넘는 다방 연대기에서 개체 수 뿐 만 아니라 종의 다양성까지 확보한 것은 틀림없다.

 한국에 스타벅스 코리아 1호점이 개점한지 10년이 넘었다. 그간의 다방문화에 덧 입혀진 프랜차이즈 식 커피전문점의 습격은 커피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많은 매체들은 그 소비의 주류에 20대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할 경제력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끼니 가격의 커피를 마셔대며, 그것이 온전히 개인의 기호에서 나온 선택이 아닌 과시와 허영을 위한 악세서리라는 점이다.

 그. 러. 나.

 별모양 로고의 종이컵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20대 모두가 정녕 개념을 내다버린 나르시시스트란 말인가?







까페이용백서

  오전의 이른 시간에 스타벅스나 던킨도너츠처럼 다른 커피숍보다 비교적 일찍 문을 여는 곳을 들러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 시간에 벌써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더욱이 모자를 눌러 쓴 남학생보다 풀 메이크업을 마치고 책속에 파고든 여학생을 보고 있으면 경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에 따르면 이를 ‘카페 전술’이라고 한다. 공공적인 공간에서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어떤 의욕을 자극하게 되고 향상심을 북돋워주게 된다는 것이다.

 까페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다 보니 곳곳에 북까페가 생겼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갖추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오래 앉을 수 있을 만한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요깃거리까지 책임지는 실한 메뉴들까지 더해서 한나절을 머물러도 불편하지 않은 공간이다.

 대학생들은 동아리나 스터디 때문에 여럿이 모여 장시간 쓸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했다. 까페는 이러한 요구에 발맞추어 어느 정도 독립된 공간과 함께 대형 테이블을 마련했고 테이블을 미리 예약할 수 있는 곳도 생겼다.

 두 평짜리 자취방 생활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 혹은 사회인임을 확인하고 싶어질 때 까페를 찾기도 한다. 자주 보는 주인아저씨와의 인사나 며칠 전에 볶은 원두라며 입담 좋게 늘어놓는 커피자랑에 커피를 입에 대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가게를 찾은 이웃들이 만들어내는 향상심 덕분에 방학이라고 미뤄 둔 책장을 넘기기 수월해진다. 맛있는 커피로 코와 입을 즐겁게 하고 전기장판과 한 몸이 되어 보낼 시간들을 까페에 앉아 공부하며 보내고 나면 스스로가 대견해지기까지 한다.

 커피전문점들의 선전은 설탕 둘 프림 하나였던 소비자들을 아메리카노에서 카라멜마끼아또까지 다양한 커피 맛에 빠져들게 했다. 이들은 피곤한 날 박카스 대신 생크림을 잔뜩 올린 까페모카로 기분을 업 시키는 셀프테라피를 이용한다. 또 매장에서 직접 볶은 원두를 사기 위해 까페를 찾는 커피매니아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타벅스를 넘어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부터 1000원 대의 테이크아웃 커피, 만원이 훌쩍 넘는 커피까지 실로 다양한 가격과 품질의 스펙트럼을 보유한 커피시장. 이제 커피는 고가의 기호품도 아니고 과시욕을 불태우는 악세서리도 아니다. 까페이용백서라고 정리해도 될 만큼 다양한 목적과 다양한 형태의 이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여전히 3D안경을 낀 채 까페족을 볼 필요가 무엇인가.

  이제 그만 20대의 까페 문화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스타벅스 컵을 든 20대에게 보내는 눈총은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는 스타벅스에 보내야하지 않을까.